중앙역 -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김혜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지키고 싶은 마지막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거리의 세계'에 들어선 남자가 있습니다. 거리의 생활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때입니다. 더우기 남자는 자신은 거리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게 얼마간의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 얼마간의 돈은 가지고 다니는 캐리어에 잘 숨겨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거리의 세계를 잠깐 머물다 가는 일종의 여행자라 생각합니다.

거리의 사람이 아니라며 한껏 경계선을 그었지만 돈이 든 캐리어를 거리의 여자에게 도난당하면서 그 남자는 거리의 세계로 발이 빠집니다. 빠진 발은 늪에 빠진 것처럼 그를 서서히 확실하게 거리의 세계로 밀어 넣습니다. 

'한번 거리의 세계에 왔던 자는 좀체로 벗어 날 수 없는 법이다.'

며칠이 지나 캐리어를 훔쳐 간 여자를 역 광장에서 발견합니다. 사람의 운명은 얼마나 야속한것인가요. 죽일 듯이 여자를 때렸던 그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병든 그녀와 사랑에 빠진 그는 거리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옥죄는 삶에 그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존엄마저 던지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인 '중앙역'은 서울역 또는 노숙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을 칭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곳에 기거하는 노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매 명절때마다 고향을 가기 위해 들르는 서울역에서 그 노숙자들을 보면서 지나갑니다. 행여라도 그들과 몸에 닿을세라 멀리 돌아간 경험도 많습니다. 담배를 피고 있을 땐 저에게 다가와서 담배를 달라고 합니다. 시비가 생길 것을 우려해 흔쾌히(?) 담배 한개비를 주려면 꼭 2개를 달라고 해서, 그리고 곧 다른 노숙인이 오는 통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지요. 

이 책은 내가 스쳐 지나며 보게 된 단편적인 노숙자의 모습이 아니라 노숙자의 처음과 존엄을 포기하는 그 지난한 과정과 끝을 보여줍니다. 그 노숙자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들고 가슴 한켠이 묵직한 건 김숨의 '한 명'과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이지요.  

'모르는 사람에게 빈 손을 내민다'

모르는 사람에게 빈 손을 내밀어 구걸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조금이라도 알게 됩니다. 존엄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삶에 감사하기도 하고 더불어 노숙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찹니다. 

#중앙역 #소설 #노숙자 #김혜진 #중앙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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