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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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주의자입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어느 판사의 커밍아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들이 있다. 학교, 입시경쟁, 취업관문, 결혼시장, 직장, 맞벌이 육아, 양육이라는 관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관문들 하나하나를 잘 넘어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들 개인은 얼마나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이 문유석 판사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현 서울동부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문유석 판사의 신간이다. 
책 제목이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그의 자신에 찬 선언이 담긴 책을 집어들고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이 양반이 미칬나....' 하며 고개를 갸우뚱한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개인주의자'라고 한다면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대한민국 정서상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여진다. 개인주의 라는 말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에서 소외되고 배척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다. 자신을 표현할 때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단어다. 

책속에서 보여준 그의 용기있는 소신과 공감은 나같은 소심한 사람들을 든든하게 만들어 준다. 그는 대한민국의 집단주의 문화에 질색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이 집단주의 문화는 JTBC의 손석희 사장의 추천사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으며 또 그것에 좌절당하고 있지만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바꿀 수가 없는 문화다. 

'눈치, 체면, 모양새, 뒷담화, 공격적 열등감, 멸사봉공, 윗분 모시기, 위계질서, 관행, 관료주의, 패거리 정서, 조폭식의리, 장유유서, 일사불란함, 지역주의, 상명하복, 강요된 겸손제스처, 모난 돌 정 맞기, 다구리, 폭탄주' 이것이 전근대적 집단주의를 대표화는 문화들이다.  

'그래 이제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 행복해도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도 이 집단주의 문화가 주는 압박에 끌려가고만 있는거다. 저자는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집단주의 문화에 끌려가서 자신의 주체를 잃어버리지 말고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것도 '그냥' 개인주의자가 되면 그저 각자도생이 연출되거나 자칫하다간 서바이벌 게임이 되어 버린다. 이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합리적' 개인주의자가 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지속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함께 멀리 가야 되지 않을까.

간만에 밑줄을 무지막지하게 많이도 그은 책이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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