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걷다 - 인문학자 김경집이 건네는 18가지 삶의 문답
김경집 지음 / 휴(休)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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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던지는 18가지 인생화두와 함께 걷다'


인문학자 김경집 교수는 심근경색을 앓고 난 뒤 불현듯 히말라야 산을 가고 싶어서 여행을 떠나기로 다짐한다. 이미 강의 스케쥴로 빠듯하게 채워진 그의 연간 일정이지만 반드시 히말라야를 가야겠다는 목표로 일정조정을 완수한다.  

이 책은 안나푸르나에서 소롱빠를 거쳐 하산을 하는 여정과 산행을 하면서 들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만든 에세이다. 책 곳곳에서 보이는 그만의 독특한 표현과 적확한 은유는 독자인 나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제목 '생각을 걷다'는 비문이 아니다. 생각을 추상적 개념이 아닌 공간적 개념으로 비유한 표현이다.
이 제목은 '한국에서 히말라야까지의 광대한 여정을 다녀온 그의 생각'을 걸어보자는 말이다.

설렘편, '여행은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생각의 이동이다.'라는 표현에서 여행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한다. '역시 인문학자답다' 라며 엄지척!!한다. 

두려움(=겁) 편에서 나의 내면에 있는 심연의 모습을 들여다 보는 경험을 했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겁'은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을 뜻한다. 

여기에 낮을 '비'를 붙여 비겁,비열,비굴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보고 가슴한켠이 무거워진다.
비겁은 겁이 많다. 비열은 사람이 하는 짓이나 성품이 천하고 졸렬하다. 비굴은 줏대가 없이 이리저리 윗사람에게 굽히기 쉽다. '비겁과 비굴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보는 순간 나의 내면에 숨어 있는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나의 내면은 비겁하고 비굴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정면으로 바라보고 인정하기 싫었지만 좀처럼 어렵게 나의 내면을 보았으니 앞으로는 조금만 덜 비겁하고 비굴해지기로 다짐한다. 

고산병의 두려움과 고산지대 산행의 어려움을 알아간다. 
고산지대를 산행하면서 산소결핍으로 힘들어 하는 저자의 고통을 지척에서 느끼는 경험을 가져본다. 평지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한 숨쉬기를 고산지대에서는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감사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나에게 이런 경험은 군대에서 한 화생방훈련으로 비유될 수 있다. 설마 고산지대의 산행이 화생방훈련때와 비슷한 건 아니겠지? 실재한 경험이 아니라 그 고통을 가늠하기가 힘이 든다.

또한 고산병 예방으로 위해 샤워는 물론 세수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것을 생전 처음으로 알게 된다. 고산병의 위험성도 함께. 멋 모르고 나도 한번 히말라야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까지 읽기가 진행되었을땐 곧 머리속에서 사라진다. 

가만히 생각하면 옆이 보이지 않고 앞만 볼 수 있는 안대를 낀 경주마처럼 앞만 보며 달려온 인생이다. 
인문학자가  설렘, 탈출, 시간, 길, 묻다, 낯선 생각, 독서, 두려움, 자연, 단순함, 버티는 힘, 삶의 고개, 관용, 공존, 청춘, 가족, 휴식, 꿈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성찰에 많은 공감을 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런 성찰을 통해 한단계씩 성장해가는 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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