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역사 -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스무스'  우리는 소비하면서 무엇을 욕망하는가'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소비의 역사'라는 책이다. 역사, 이제 나에겐 어느 정도 익숙한 분야다.
그러나 그리스, 로마, 중세, 근대, 현대등으로 나눈 연대기별 역사가 아니라 '소비'라는 분야의 역사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소비'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 방법, 대상들이 어떻게 변천해왔는지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록 일상이 소비'라는 행위의 연속임에도 불구하고 '소비'라는 분야는 나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평소에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는 건 지금 생각해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질문이 생겨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나의 시야가 더 확장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왜 신부의 드레스가 신랑의 턱시도보다 비싼가' 라는 질문에서 사치논쟁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17세기까지는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오히려 옷이 더 많고 그 가치가 높았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남자들이 자신의 부를 노골적으로 과시할 수 없게 되면서 아내와 딸을 통한 대리적 소비로 과시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 도자기가 왜 유럽으로 건너갔는가? 또 유럽에서는 왜 중국 도자기를 만들려고 100여년을 노력했는가? 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소유하려는 유럽의 욕망이 투사된다. 조일전쟁 시절의 일본이 가진 '조선 도자기'에 대한 사회적 가치는 알고 있었지만 유럽에서도 여전했고 소비가 활발했다는 점은 나에게는 새로운 사실이다.  

중국 도자기는 단순히 물질가치가 아니라 상징가치의 형태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유럽보다 조금 늦은 19세기 후반에 도자기 열풍이 부는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도자기는 이른바 '정통' 이민자의 역사적 뿌리를 확인시켜주는 증거물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도자기를 소유한 사람은 예술에 조예가 깊고 선진적인 코스모폴리타니즘이 몸에 밴 사람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유명 박물관에서도 도자기가 전시되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크흠.. 나도 언젠가는 도자기를.....

지금은 모든 가정의 필수품인 우리 몸을 깨끗이 씼을 때 사용하는 '비누'가 제국주의 시대에는 어떻게 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백색 신화를 전파한 최초의 식민주의 상품, 이것이 제국주의 시대의 비누가 가진 또 하나의 이름이다. 

유럽은 중세를 거치면서 빛과 어둠의 이분법적인 세계관으로 인해 어둠보다 빛을 중요시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검정색을 띈 것들을 차별하고 배제했다. 이것이 흑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근거가 되었다. 

세면대 위에 놓여 있는 '비누'를 보니 제국주의시대의 인종차별이 생각난다. 200여년 전에는 이 비누라는 녀석이 '흑인마저도 하얗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며 아프리카로 , 세계로 뻗어나갔을 것이다.  

저자는 이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3가지다.
첫째,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비를 역사학과 결부시켜 진지한 학문적 주제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둘째,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학이 주목하지 않았던 인간의 내밀한 동기, 그리고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 효과를 살피고자 한다.  셋째, 역사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나는 '소비의 역사'를 통해 각 시대마다 가졌던 소비자들의 열망과 시대상을 충분히 맛보며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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