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거짓말 좀 보태서 책의 절반이 밑줄로 그어져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처음 이책을 보면서 든 느낌은
˝내가 여태 어렴풋이 생각만 해오던 것을 이렇게 간명하고 명확하게 텍스트로 풀어낼 수 있구나˝
라는 감탄의 일색이었다. 그러고는 펜을 들어 밑줄 쫙... (그 뒤로 김찬호 교수의 팬이 되어 돈의 인문학과 눌변까지 읽게 되었다.)

김찬호 교수의 말대로 ‘모멸감은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의 응어리‘인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마치 ‘나는 분노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며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분노 일색이다.

˝나 무시하지 마! 내가 그렇게 우습게(만만해) 보여? 왜 날 죄인 취급하는 거야? ㅇㅇ면 다야? 나를 뭐로 보길래, 이래 봬도.... 내가 누군지 알아? 지가 뭔데, 어따 대고.... 너 도대체 몇 살이야? 말 다했어? 눈에 뵈는게 없어?? 두고 보자˝

많이들 들어봤고 한번쯤은 해보았음직한 말들이다.

김찬호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언어는 우리사회의 역사적 사실(양반이나 일본의 지배)이나 사회적 불균형(정치,경제적 불평등)에 의한 ‘억울함‘을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억울한데 그 억울함을 강제하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에는 개인의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마련이다. 여기서 삐뚤어진 형태가 바로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공격하게 된다.

보복운전, 묻지마살인,유아 살인 등 정작 그 힘을 사회구조의 변화에 쓰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타겟을 돌리니 악순환이 계속될 따름이다.

이 책 ‘모멸감‘은 내가 느끼는, 우리가 느끼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모멸감의 역사적 배경과 종류를 알게 하고 더이상 모멸감을 주지도 받지도 않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다.

나 또한 30대에는 분노로 가득찬 삶을 지냈던 것 같다. 나는 왜 그렇게 분노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억울한 감정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데다가 자존감까지 낮아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책읽는 삶을 택한 이후 분노가 대폭 사라지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까지 생겨났다. 그러니 읽자.

#모멸감 #김찬호 #책읽기 #추천도서 #독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소년 2017-04-04 15: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아살인이라고 하니 최근에 읽은 뉴스기사가 생각나네요. 또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일어났더군요. 어린 아이의 발을 밟아서 발가락을 부러트렸다더군요. 냉혈한이 아니고서 그 작은 발을 그렇게까지 밟을 수 있을까 싶더군요.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아이들에게까지 그렇게 한다는 것은 정말 심각하게 분노 조절을 못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