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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영화개봉 특별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영화 <덕혜옹주>의 관객이 500만명을 훌쩍 넘겼다. 가슴 뿌듯한 일이다.
조국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은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책을 통해서나 영화를 통해서 '역사인식'을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세상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덕혜옹주에 대해 세상의 이목을 끌어낸 펜의 힘, 문화의 힘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다.
덕혜옹주는 고종황제의 딸로 그러니깐 마지막 황녀로 태어났다. 순리대로라면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살았을 터지만 세상은 구한말기로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앞에 신음하고 있는 때였다.
조선의 그 누구도 '자유의지'의 삶이 아닌 꼭두각시로서 살아가야하는 이때. 고종은 일제에 의해 강제로 황위를 아들 순종에게 이양하고 태황으로 살던 중 오로지 덕혜옹주만이 삶의 보람과 이유였었다. 일제에 의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종은 덕혜옹주가 자라는 것과 커피를 마시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낙이 없었을터이며 아래로는 백성들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더욱 더 잔인해지는 일본군은 항일의병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눈치가 보이면 무조건 잡아들였다. 그렇게 끌려갔다가 온 사람들은 다른 이가 되어 돌아왔다. 돌아오지 못하는 자가 태반이었다."
저러한 시대를 살지 않음을 안도의 한숨을 쉬는 한편, 얼마나 내 조상들이 고달펐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 거릴 일이다. 불과 100년도 안된 일이지 않은가. 일제 시대의 조상들과 나의 차이는 우연의 차이일 뿐이다. 이때 친일을 한 자들이 현재의 내 나라를 지배하고 있으니 따지고 보면 일제가 내 조국에 피해를 준것이 여전히 치명적인 내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친일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이 내상은 결코 회복되지 않으리라.
'고종의 유해가 흑자색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궁궐안을 떠돌며 한창수, 한상학, 윤덕영 등의 주모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고종 승하에 대한 의문은 꺼림칙하기가 그지없다. 조선시대 518년의 27명의 왕 중에서 4명중에 한명꼴로 독살설이 거론된다. 고종 또한 그 독살설이 있는 왕 중에 한명으로 망명의 우려가 있는 탓에 일제와 친일파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설이 있다.
이렇게 고종마저 승하하고 오빠인 순종은 (머리가 정상이 아니다. 앞서의 독차 사건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덕혜옹주를 위해 그 어떤 보호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인질로 끌려간다. 그리고는 조선이 턱짓으로 부리던 대마도 국주의 양아들과 결혼을 시키는데...
그렇게 조선에서 철저히 잊혀진 우리의 마지막 황녀. 그녀는 살아서 조선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나는 덕혜옹주도 불쌍하지만 복순이같은 서민들의 희생과 고통이 마음에 남는다. 어느 시대든지 가장 낮은 곳의 사람들이 가장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