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뚜껑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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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뚜껑 - 모든것에 그만큼 너그러울수 있다면


'바다의 뚜껑'은 열대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꽃에서 따왔다는 이 성별불명, 국적불명의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한번만 스쳐 지나가더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필명임에 틀림없다. 

어떤 작가일지 궁금해 하기도 했었던 어느날,이 책을 읽고 있던 나를 보고 9살 난 딸이 말하기로 '바다의 뚜껑'은 '하늘'이라고 한다. 허긴 그럴싸한 이야기다. 과연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은 하늘에 대한 이야기일까? 

'마리'는 미술대학에서 무대미술을 공부했지만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빙수가게를 차린다. 빙수가게를 차린 이유는 배가 얼얼해질때까지 몇그릇이고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치울 정도로 빙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마리의 어린 시절에는 관광지로서 영광을 누렸던 고향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쇠락한 고향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비록 관광객들이 사라진 고향이지만 마음이 편한 고향에서 좋아하는 빙수가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마리에게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불현듯 내 어린시절의 고향이 생각난다. 국민학교 5학년까지 이사가 잦았지만 이후부터는 20여년을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터라 어디에 무슨 가게가 있고 옆집에 누가 살고 심지어 오랫동안 약국을 했던 약사 아저씨가 생각나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기분이다. 그곳에서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게를 한다면 캬~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물론 만화가게가 먹고 살만할 정도는 되어야 하겠지만.

마리를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때의 '행복함'과 '편안함'이 물씬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고향에서 빙수가게를 행복하게 운영하는 마리의 여름한철에 엄마친구딸인 '하지메'가 함께 한다.

하지메는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산을 둘러싼 이기적인 친척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어서 치유의 기간이 필요한 때였다. 그래서 엄마친구딸인 '마리'의 빙수가게 일을 도우면서 여름한철을 보낸다. 마리와 하지메는 처음 만났지만 동갑인데다 성격도 잘 맞아서 여름이 끝나갈 즈음에는 하지메는 마음의 상처를 말끔히 치유하고 미래의 할일까지 찾는다.

"이렇게 좋아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 알았다면 이렇게 이별이 슬플줄 알았다면 이런 여름은 대체 왜 있었을까?"라며 두 젊은 청춘은 각자의 갈길을 가야 한다는 것에 슬퍼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이들을 만나고 배웅해왔다. 만나서 즐거웠더라도 언젠가는 그 끝이 있기마련 갈때가 되면 보내야 한다. 어릴때 방학때마다 마산에 있는 사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만 결국 개학이 되면 헤어져야 했듯이. 대학때 그렇게 즐거웠던 술자리나 함께 여행을 떠났던 MT가 그랬듯이.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한다지만 여전히 이별에는 익숙치가 않은 것 같다.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려가는 우리에겐 결코 느낄수 없는 마음의 평화, 추억에서나 엿볼 수 있는 '행복함'을 요시모토 바나나의 '바다의 뚜껑'에서 느낄수 있었다.

"모두가 자기주변의 모든 것에 그만큼 너그러울 수 있다면 이세상은 틀림없이...."와 같이 행복이란 자신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고 '바다의 뚜껑'은 말한다.그런데 지금까지도 '바다의 뚜껑'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무엇일까?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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