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빛문고 1
이문열 지음 / 다림 / 199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의 이름으로 써진 책의 판매부수가 2천만권이 넘어간다는 이문열 작가의 위대함은 말로 해서 무엇하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보는 내내 느꼈던 '기시감'을 텍스트로 풀어 쓸수가 없어서 며칠을 고민했었는데 이 책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1998년 12월 24일에 출간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히 학창시절에 있었던 에피소드가 아니라 군사쿠데타를 통해 대한민국을 군사독재가 지배했던 세태를 풍자한 소설이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왠지 꺼내기 불편했고 자기검열에 걸려 조심스러웠던 단어 '독재'가 횡횡하던 중학교의 한 학급을 보여줬고 그 독재가 어떻게 소멸해 가는가를 보여준다.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까지 둔 '한병태'는 자신의 초등학교시절을 회상하듯이 전개해 나가는 점이 독특했다. 공무원인 아버지의 좌천으로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지방으로 전학을 가게 된 병태는 전학 첫날부터 담임선생님과 학급반장과 학급 아이들의 분위기에 기묘한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낀다.
(비교의 준거대상이 이전에 다니던 서울학교뿐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비상식적으로 반장인 엄석대에게 몰려있는 권한, 반장에 대한 담인선생님의 무한한 신뢰, 반장의 말이라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학급반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전의 학교에서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무어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의 자유의지가 속박되는 것을 느낀 병태는 자신의 반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시간을 두고 엄석대와 엄석대를 둘러싼 환경을 탐구하면 할수록 자신의 거부감은 그 정당성을 잃어버릴 뿐이다. 반장인 엄석대는 보통아이들보다 머리하나 크기만큼이나 덩치가 크고 주먹마저도 쎈 소위 학교 '짱'이다. 게다가 전과목 평균98점으로 전교1등의 성적보유자이기도 하다. 말그대로 문무겸전의 인재로 제목과 같이 영웅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담임선생의 전폭적인 신뢰와 타고한 신체조건을 기반으로 무소불위의 권한으로 학급을 휘어잡던 영웅이 사실은 일그러진 영웅, 독재자였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리고 그 독재자의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일그러진 영웅은 영웅이 아니다.'
'민중 스스로의 용기만이 독재를 청산할 수 있다.'
'지난날의 어린 시절 추억이 악인을 영웅으로 미화될 수 있다'
이렇게 일갈을 하는 이문열 작가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엄석대 같은 일그러진 영웅을 몰아낼 수 있을까? 6학년 담임선생같은 외부의 조력이 정녕코 필요한건가? 그저 가슴만 먹먹하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나온지 약 20여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 나오게 된 군사독재가 시작된지 60여년.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리의 준엄함을 새삼 느끼는 한편 어떻게 고난을 극복했는지는 우리는 지나온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도 이제 '학급의 아이들이 하나하나 용기내어 엄석대의 전횡과 비리를 말했던 것'처럼 용기내어 자신의 의지를 표출할 수 있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