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제껏 참아온 그것, 알레르기입니다
조상헌 외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 일이 벌어진 건 결혼 전 아내와의 데이트때였습니다. 명동의 한 쇼핑몰에서 아내와 나란히 걸어가는 중이었지요. 갑자기 이마를 중심으로 열기가 생기면서 잠시 후에 가려움이 느껴집니다. 그 느낌은 양 귀 뒤쪽에서도 일어나더군요. 불쾌해집니다. 사타구니가 가려워지더군요. 허... 옆에 있는 아내 몰래 사타구니를 긁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가슴과 등 쪽도 마찬가지로 가려움이 몰려왔지요. 급히 화장실을 가서 제 상태를 보았습니다. 마치 모기한테 물린듯이 얼굴과 가슴,배 등에 손톱만한 두드러기가 수 십개씩 올라와 있더군요. 가려움과 함께. 난생 처음 겪는 현상을 마주하고 공포감에 휩싸입니다. 황망함을 뒤로 하고 약국을 찾았고 병원으로 가보라는 약사의 말에 또 다시 인파를 헤치며 응급실을 찾았지요. 지금까지도 그때의 절망감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그 후에도 몇 년동안 같은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후에서야 이것이 알레르기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알레르기가 생길 때마다 응급실을 찾을 필요없이 약국에서 파는 알레르기 약을 먹으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걸 몇 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되다니...) 그 와중에 알레르기의 원인이 밀가루 음식과 관련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밀가루가 들어간 음식들은 평소 제가 즐겨찾는 것들이란 말이죠. 삶의 즐거움 하나가 사라진 셈입니다.

이상한 것은 모든 밀가루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제 먹었던 라면은 괜찮았지만 오늘 먹은 라면에 알레르기가 일어나고요. 샌드위치나 탕수육을 먹고 농구를 하니까 알레르기가 일어납니다. 이런 이상한 패턴에 내 알레르기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깊은 의문과 유별나고도 취약한 몸에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요. 동네 피부과를 가서 지난한 저의 알레르기 역사를 읊어줘도 시큰둥할 뿐입니다.

주변에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변이래봤자 가족들 뿐이지만 그들은 모두 알레르기는 모르고 살지요. 그래서 알레르기는 특별하고도 예외적인 질병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레르기는 굉장히 흔한 질병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유별난 나의 증상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을 알고 나니 왠지 큰 위안이 되는군요. 그렇지 않은 병이 있겠냐만은 알레르기 또한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알레르기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대처가 필요하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