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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삼촌 ㅣ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제주 4.3사건을 아시나요?'
현대사에서 '제주 4.3 사건'을 입에 담는 것은 금기였습니다. 그래서였다고 스스로를 변명해봅니다만 이제서야 제주 4.3사건을 알게 된 것은 부끄러운 일인것 같습니다. 우리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라고도 불리우는 4.3사건이 이 책 '순이삼촌'을 통해 극적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네이버 사전의 요약에 의하면 '제주4.3사건'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3일의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합니다. 즉, 하루에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무려 7년에 걸쳐 벌어진 일인데요. 희생자 대부분이 양민이라는 것과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고문과 잔혹한 학대를 가했다는 겁니다. 그것도 중앙정부의 병력에 의해서죠.
당시 제주도민의 전체 인구가 30여만명인데 이때 학살당한 희생자가 3만명에서 6만명에까지 이르른다고 합니다. 한 지역의 인구 10~20%를 절멸시킨 사건이 바로 제주 4.3사건이죠. 제주도민들은 좌익분자, 빨갱이, 폭도로 규정되어 학살당해야 했으며 부모형제, 친지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했었습니다. 더우기 그들은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그 사건들을 철저히 금기시했어야 했습니다. 출신 고향도 숨겨야 했고 사투리도 버리고 살아야 했습니다.
제주 4.3사건을 유일하게 세상에 향해 던진 텍스트가 바로 이 책 '순이삼촌'이지요. 그것도 사건이 종료된지 무려 25년이 지난 1979년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러자 저자 현기영 작가는 바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했습니다. 떳떳하지 못한 국가가 감추어야 할 사건을 세상에 알린 죄로 말이죠.
이 책 '순이삼촌'은 현기영 작가의 중단편 모읍집입니다. 제주 4.3사건을 겪으며 지옥같은 그곳을 겨우 살아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살펴보고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공감을 가져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4월 3일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44년의 인생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숙연해졌던 건 처음입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고백해야겠습니다. 4.3사건을 알게 된 건 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통해서입니다. 이 책을 통해 좀 더 가까이 4.3사건을 마주하고 분노하고 슬픔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지요. 이제 조금은 어른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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