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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삼십육계 출행랑이란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손자병법이 더 유명하고 인정받아온 고대 중국의 병법서이지만, 삼십육계도 그 못지 않게 유명하다. 옛날에는 손자병법에 비해 간략한 계략이 많다고 하여 무시되어왔으나 현대에 도리어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중국이란 나라는 싫어하지만 중국 고전은 꽤 접해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삼국지 속의 사례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어릴 때 처음 읽은 장편소설이 삼국지였다. 어린이 책만 읽던 시절을 벗어나 사춘기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았는데, 고등학교 즈음 되서 유일하게 읽은 책이 삼국지인데, 만화 60권짜리로 접하고 너무 재미있어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삼국지 3번을 읽은 사람과는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그 세번 이상 읽은 사람이다.
말은 그냥 말이라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고 해석하기 나름인데, 3번 읽으면 똑똑해지기 때문에 안 읽은 사람을 앞선다는 식의 해석이 있고, 3번 읽으면 교활한 권모술수를 익히게 되어 교활한 사람이 되므로 상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해석이 있다.
전자는 삼국지 전집 광고에서 은근히 조장하는 말이고, 후자도 잘 모르겠다. 책하나 읽는다고 사람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 것 같다.
고대의 전략 전술을 현대에 활용하려면 응용을 잘 해야 할텐데 그게 부족해서일지 모르겠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r/i/rimphoo/temp/IMG_20220611_203150.jpg)
36계는 본격 전략서로서 그 가치가 더할 것인데 문제는 앞서 말한 응용일 것이다.
그냥 읽으면 이게 뭔 소린가 싶거나 그냥 이야기 거리로 읽게 될 것인데, 이 책은 현대에 응용을 할 수 있도록 풀어 써놓은 것이 좋다.
그리고 한자원문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도 눈에 띈다.
어르신들이 들으면 길길이 뛰시겠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나도 중년에 접어든 나이지만 60 70이 넘어도 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동북공정으로 우리나라를 집어삼키려드는 중국의 음모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도 중국의 문자를 쓰지 않아야 하고, 쓰려면 중국어인 외국어로서 써야 한다고 본다.
한글이 창제된지 500년이 넘었지만, 제대로 한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 일제 강점기 부터이다. 최초의 한글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호 발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글로된 글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한글을 언문이라 무시했던 식자층들이 나라의 큰 위기를 맞이하고 나서야... 모든 사람이 쉬운 글을 알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음이 같다고 한자를 써야 한다는 사람이 많은데 언어는 원래 그 뜻이 원래 있던게 아니라 무엇이든 인간이 붙인 거기 때문에 결국 만들어 쓰는 것이므로 이중으로 해석할 필요가 없다. 사자성어나 유행어 줄임말이나 본질적으로 다를바 없다. 어렵고 복잡하면 유식한 것인가? 요즘에는 한자 말고도 배워야할 학문이 너무 많기도 하고 우리만의 문자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한자를 안쓰는게 옳다.
그리고 베트남 같은 경우에도 한자음이 많아 우리 말하고 비슷한 단어가 참 많다. 학생을 학씽이라고 발음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베트남은 한자를 병기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한자를 썼으나 한자를 폐지하고 문맹률이 높이 올라갔다.
우리는 베트남어보다 훨씬 훌륭하고 한자보다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한글이 있으므로 한자에 기대지 않아도 전체적 문맥을 살피면 충분히 의미 전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국 고전을 읽을 때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원전 그대로 볼 능력이 없으면 반드시 해설을 겸한 책을 봐야 한다. 한자를 잘아는 사람이면 중국어본을 읽거나 하면 된다.
한자가 하나도 안나오는 것에 아쉬울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전혀 아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영어같은 외국어로서의 한자를 배우면 모를까.
현대인들이 비교적 삼국지에는 친근하기 때문인지 삼국지의 상황을 많이 넣었다. 36계라는 책이 정확한 원전이 없기도 하고 이전에 나온 여러 병법서를 참고하거나 편집한 내용이 많다고 하니 이렇게 풀어서 해설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손자병법의 손무는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이 삼국지 인물을 무력 순으로 좋아한 어릴때는 이해가 안되었는데, 나이가 드니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삶에서 크고 작은 싸움에 휘말리게 되지만 그게 물리적이든 말싸움이든 내가 이지던 지던 석연치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싸우지 않고 잘 해결하는 것이 서로 좋은 것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하면 안되지만 꼭 싸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안싸우는 것은 현명한 것이다.
한고조 유방이 통일을 할 때 1등 공신인 군사 전략가 한신은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건달이 자기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라고 하자 그냥 기어갔다고 한다. 후에 한나라의 대장군이 되었을 때 그 건달은 벌벌 떨었으나, 보복하지 않았다.
남의 이목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고 큰 목표를 위해 작은 어려움 쯤은 넘길줄 아는 대범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신의 이 일화를 생각하며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날뻔한 비매너 운전자에게도 이젠 그냥 넘어가려고 애를 쓰고 있다.
다른 중국 고전들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너무 과대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중국 고전 그대로라면 현대에 응용하기란 쉽지도 않고,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찾아보는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응용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실용성이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깊은 의미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더 전문서적을 찾아보면 되고, 이런 대중서에서는 이렇게 풀어서 쓰는 것이 읽기도 편하고 재미도 있고,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