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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겁지겁 먹고 말았습니다
린 로시 지음, 서윤정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22년 3월
평점 :
과거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밥을 두 세공기는 기본으로 먹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 체질이 바뀌었는지 살이 서서히 찌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마 술을 잘 하지 못해서 술자리에서 안주를 많이 먹는 습관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어설프게 운동을 해서 몸을 불렸는데 꾸준히 하지 않아 늘어난 근육이 살로 바뀌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180이 조금 안되는 키에 58키로 나가던 내가 90키로를 넘어서니 건강에 적 신호가 바로 온다. 원래 큰 체격이었다면 몸에 이상이 없을지도 모르겠는데,88키로를 조금이라도 넘어가면 관절이 아프고 몸이 무거워진다.
아버지는 나이 70이 넘어서도 마른 체격이라 살이 찌는게 소원인데, 나도 말랐을 때는 살이 찌는게 소원이었으나, 지금은 반대로 다시 말라보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혈압과 당 수치, 간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관절이 아프게 되니 이제는 보기 좋고 나쁘고 따위는 신경을 쓸 새도 없이 건강을 위해서, 생존을 위해서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내 나쁜 식습관은 빨리 먹고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굶을 줄은 알아도 적당히 먹을 줄은 모른다. 조금 먹으면 뱃속에서 더 내놓으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 같다.
시골에 살았던 어린 시절 군것질 거리가 귀해 형제들끼리 치열하게 다투면서 먼저 많이 먹는게 이득이라는 관념이 주입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심리적 문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니 마치 나를 위해 누가 처방이라도 내려준 것처럼 뭔가 열리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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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서두르지 말고 자신의 감각을 찾으세요에서는 음식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 한다. 폭식 습관은 곧 마음의 문제라고 말하는 이 책은 마음 챙김을 통해서 스스로를 안정시키면서 음식에 대한 태도와 관점을 바꾸는 것을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배를 만지면서 '너 정말 배가 고픈 거 맞아?'라고 물으며 위장이 무리해서 일하지 않도록 잘 돌보아 준다는 관점은 재미있으면서도 절로 수긍이 되었다. 포만감이 느껴질때까지 먹고나면 장기들은 철야 야간작업을 해서라도 음식을 소화시키려고 하고, 몸의 에너지를 과도하게 쓰게 되면 다른 장기들은 짓눌려서 피로와 졸음을 유발한다.
누구나 하는 먹고 움직이는 것, 매일 오랫동안 해온 행동이지만 기본적인 것들이라 특별하다고 각자 생각하는 다른 행동들에 비해 소외되고 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는 생각 없이 그저 당장의 욕구, 맛있는 음식을 (누가 다 먹어버리기 전에)먹어 치우는 것과 잔뜩 포만감을 느끼는 것에 집중해왔다.
집에 과자가 있으면 다 먹어버려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에 과자 자체를 사놓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답인냥 해왔지만 가끔 유혹을 이기지 못해 잔뜩 사온 과자와 인스턴트 음식들을 먹고 오늘까지만 이라며 면죄부를 주기를 되풀이 해왔던 것 같다. 건강에 직접 이상이 생기자 다시 중단하고 좀 나아지면 다시 하고를 반복한다... 음식은 내 안에 들어오면 나의 일부를 구성하는데 나쁜 음식을 먹으면 나빠질 수 밖에 없다라며 다시 다짐을 하고 참아보지만 이런 식의 억누름은 우겨넣으면 옆구리가 터져버리는 작은 봉지와도 같았다.
감정이 불안하다는 것, 특별히 이유도 없고 원인도 모르겠는데 이게 불안증인가 싶을 만큼 강하지도 않고 은근하게 지속되는 혼란한 감정이 최근의 나를 지배하는 것 같다. 감정을 가라 앉히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2장의 내용은 명상의 알아차림, 마음챙김에 주목한다. 마음 챙김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지만 음식과 관련해서 이야기 하니 다른 관점으로 들리고 그게 내게 직면한 문제라 더 와닿게 되었다.
온갖 생각에 빠져서 현재를 소홀하게 보내면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어렵다. 직장이란 감옥에 갖히기 전에 마음의 감옥에 갖혀 이중고를 겪고있는 우리들이 아니었던가.
긍정의 힘을 이야기 하는 4장과 현재 가진 것들을 느끼라고 조언하는 5장의 이야기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평소에 생각 습관, 마음 가짐 습관을 다잡아야 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있다.
자신도 통제 못하면서 남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판단하고 지적하는 것이 마치 사명이나 되는 것마냥 살아온 것은 아닌가. 남에 대해서도 못할 짓이지만 나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 같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의 순간을 음미하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해 오히려 이타적이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