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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 - 과학은 어떻게 추락하는가
스튜어트 리치 지음, 김종명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평점 :
과학을 신뢰하는 나에게 이 책의 소재는 참신했다.
문구만 봤을 때는 혹시 종교계에서 매번 이야기 하는 확증 편향적 과학 뭉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지만, 저자도 학자이기 때문에 그런 기미는 없었다. 그걸 빼고 보면 절대진리는 없다고 생각하던 평소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도 않고, 반대의견이나 문제점을 듣는 것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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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되지 않으면 과학이라는 당연한 명제는 어느새 잊혀져버렸다고 한다.
권위있는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실린 네덜란트 틸부르크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디데릭 스타펠의 논문은 지저분하거나 더러운 환경에 노출되면 더 많은 편견을 보이고 인종적 고정관념도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논문을 실었는데,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뽑은 언론이 이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스타펠은 동료교수들의 의문으로 대학에서 직위정지를 당했고, 자서전에서 조작을 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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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끝없이 거짓말을 하는 존재이고, 학자들도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나보다.
사실 그래서 과학이 신뢰가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완벽하다고 여겨졌던 진리가 시대가 지나면 우스울 정도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천동설은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이론이다. 종교도 추호도 의심하지 않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절대 진리라는 종교는 다른 종교에 가면 진리일 수가 없다. 서로 이단이라고 의심한다. 설사 신이 있어 재림예수가 나타난다 해도, 아브라함계 종교들이 모두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브라함계의 원조 유대교에서는 21세기전 예수도 인정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절대 가치로 여겨졌던 것들을 뒤집는 것이 과학의 역할이기도하다. 잘은 모르지만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오류가 있다고 한다. 당대에도 아인슈타인은 코펜하겐 학파등과 끝이 보이지 않는 논쟁을 벌이곤 했다.
이 책에서는 과학계의 논문 출판 과정 및 과정들을 이야기 하고 엉터리 논문들을 까발린다. 상당히 유명한 이들의 이론도 엉터리였다는 것을 지적해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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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국 과학자들의 결과는 딱 봐도 엉터리다. 100%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는 있기 어려운데다가 중국은 워낙 거짓말을 권모술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정당화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단 중국과학자라면 무조건 의심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엉터리 과학이 대중들에게 퍼지고 여러 저자들에게 인용되면 엉터리로 밝혀져도 계속 인용된다. 필립 짐바드로의 스텐퍼드 감옥실험은 스텐리 밀그램의 유명한 복종실험과 더불어 아직까지 여러서적에서 인용되는 유명한 실험이다. 심리학과에서 아직도 배울 정도라고 한다.
필립 짐바드로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간수와 죄수로 나누고 스텐퍼드 대학교 심리학과 지하에 있는 모의 감옥에 일주일 동안 머무르게 하자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간수역을 맡은 사람들이 죄수역을 맡은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너무 가학적으로 구는 바람에 실험을 일찍 끝내야 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19년에 연구원이자 영화감독인 티보 르 텍시에에 의해 짐바르도의 테이프 녹취록이 공개 됐는데, 짐바드로는 실험에 참여한 간수역을 맡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자세한 지침을 주어 실험에 관여를 했다고 한다. 간수역을 맡은 사람들이 상황에 처해서 죄수를 괴롭힌 것이 아니라, 짐바드로의 관여가 있었던 엉터리 실험이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황우석 박사의 사건이 있었다.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아직도 그의 지지자가 있다고 한다. 한국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꿈은 한국인의 자부심을 자극했고, 이른바 국뽕화되어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나, 엉터리로 밝혀지고 나서도 그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런 엉터리와 사기극들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과학계의 사람들이다.
오픈사이언스는 과학자들끼리 연구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자는 움직임이다.
괜찮은 과학자라면 자신의 결과를 공유하고 알려지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뭔가 숨기고 싶은 과학자들은 반대일것이다. 연구를 사전에 등록하고, 사전 인쇄를 하고, 보상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등 많은 방지책을 제시하는데, 이미 실행하는 것들도 있지만 여건이 안되서 불가능 한 곳들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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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과학계를 일반화 시키면 안된다.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 것은 틀림없고, 가짜들보다 훨씬 더 많은 과학자들이 이런 정신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을 믿을 수 없다는 취지가 아니라 과학을 사랑하는 저자가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과학이 발전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쓴 책이기 때문에 과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긍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는 자체가 과학정신이다.
이 책은 그런 과학정신이 투영된 훌륭한 책이라고 하겠다. 관심분야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여러 사건들이 등장하기 때문인지 과학 관련서인데도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