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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의 과학 - 친절, 신뢰, 공감 속에 숨어 있는 건강과 행복의 비밀
켈리 하딩 지음, 이현주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월
평점 :
다정하다는 것이 왠지 익숙하지 않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나 친구 등 몇몇에게만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 익숙해져버린것 같다.
학교에서도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못하는건 서로 마찬가지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어느정도 표면적으로 필요할때만 발휘되는 다정함.
다정함을 모든 사람에게 발휘한다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그도 그럴것이 잡상인이나 호객꾼들 사기꾼들, 배신, 거짓,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곳에서 다정함을 발휘한다는 것은 내 보호장벽을 없애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원래 거절을 잘 못했던 나는 호구가 된적이 많았고 반드시 거절이라는 것을 익혀야 했는데, 거절도 웃으면서 부드럽게 하면 되지만 그게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표정을 찌푸리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행동을 단호하게 해야 거절을 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렇듯 보이지 않는 장벽을 어느정도 치고 살아가는 것 같다. 과거의 경험이나 교훈이 어느정도 그렇게 만드는데 일조하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사람을 쉽게 믿고 사기를 당한다는 것은 착한게 아니고 약한 것이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겁이 많아서 사람들이 나쁘다 라는 핑계를 대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분별력을 갖추면 되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타인을 꺼려하고 나쁘게 보는 것 중 많은 경우가 자기혐오에서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더 자존감을 가지고 분별력을 갖추면 해결되는 문제일지 모른다.
내가 경험한 나쁜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을 잘 알 수 없기에 일단 벽을 치고 보면 좀 더 쉽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나는 그 믿음대로 그런 편이긴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외로움이 요동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화과정에서 인간은 맹수들보다 힘이 약하지만 불과 도구를 이용하고 지능을 발달시킬줄 알았지만, 무리 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혈연이 아니더라도 민족과 나라, 종교 등을 통해 응집할 수 있었다. 이런 과정이 생존과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친절, 신뢰, 공감은 무리 생활에서 결속력을 높이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현대의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일텐데, 이것이 건강과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이 책은 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의 정신의학 교수인 저자 켈리 하딩은 원인불명의 질병 증상들에 대해 연구하다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랜 연구와 풍부한 임상사례 등을 이 책에 담아냈다. 건강의 숨은 요소라 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고 증명하여 좀 더 본질적인 건강의 요소를 탐구하는, 놀랍고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r/i/rimphoo/IMG_20220204_232009.jpg)
유전자에 어떤 성질이 더해지는 것을 DNA 메틸화의 후성유전과정인데, 유전자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지만 세포의 성질을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한다. DNA가 생각보다 유연하다는 것인데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를 껐다 켰다 할 수 있고 한다. 사회적 환경은 인간 DNA의 서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환경과 결집이 다른 생물들에 비해 인간의 생존률을 높이고, 유대 관계는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럿이 생각하는 것이 뛰어난 법이다. 한 명의 뛰어난 학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학자 혼자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아무리 우수한 두뇌를 지니고 태어났다고 해도 환경이 없다면 말조차 하지 못한다. 단순하게 타고난 행동을 태어나자마자 하는 동물도 있지만 인간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역사도 깊고 복잡하기 때문에 습득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종이 유년기가 유독 긴것일지 모른다. 정글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운이 좋아 생존한다고 해도 저절로 언어를 익히고 학습을 할수는 없다. 동물들의 보살핌이라는 환경에서 자라나면 인간도 동물 같은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는 것과 같이 한 명의 뛰어난 사람도 이미 뛰어났던 사람들의 지식을 익혔기 때문에 뛰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전화가 발명되어 있는데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전화를 연구하고 개발하여 만들어 냈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생각해보면 굉장히 당연하고 단순한 원리이지만, 사람들은 자꾸 타고난 재능과 집안, 환경을 이야기 한다. 우수한 아이를 갖길 원했던 여성이 학력이 높고 지능이 높은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아 낳는다고 해도 환경의 도움없이 그 아이기 뛰어나기란 불가능 하다. 그 여성은 정자를 기증받을 것이 아니라 본인의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강아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말을 할 수 없듯이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봤자 인간이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아무리 모잘라봤자 인간이다. 유전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후천성 환경적 요소가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입양된 쌍둥이가 한 명이 좋은 가정에 입양되어 대학을 나오고 박사가 되어서 나중에 자신의 쌍둥이 동생을 찾았는데, 그 쌍둥이 동생은 성적도 우수하지 못했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알콜 중독자에 폐인이 되어있었다는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3장의 사회적 연결 부분과 4장의 직장과 일 부분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다.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생물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도 혈압과 질병과 스트레스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직장에서의 존업성과 일에 대한 만족도는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직장은 스트레스 투성이이기도 하다. 자신의 직장에 만족하면서 일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저 월급날만 기다리며 돈만 있으면 이런 직장 따위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것이다. 나 또한 그런 직장인 중 하나다. 하지만 직장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생각의 관점을 많이 바꿔야 될 것이라는 필요성 또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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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함은 단순히 좋은 음식을 먹거나 꾸준한 운동을 한다고 해서만 되는 것이 아닌듯하다. 물론 필수 요소이긴 하지만 운동과 식단을 조절하는 사람들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잘 마시지 않고 특별히 나쁜 음식을 아주 즐기지도 않는데 병에 걸린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의사는 주요 원인을 스트레스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 책에서는 사회에서 건강의 비결을 찾고있다.
물론 다른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성 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앞서 기술한 진화적 의미에서도 그럴 것이고, 이 책에서 기술하고 있는 여러 실험결과들도 그 사실을 증명 해주고 있다.
중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모아니면 도의 양 극단보다는 항상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깨닫고 있는데, 우리가 어떤 현상에 대해 한 두가지의 보편적인 알려진 원인으로 생각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요소가 원인이다. 알려진 원인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스트레스나 사회성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건강한 삶이란 여러 요소가 조화를 이루어야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어렵지만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느정도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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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이라는 만화책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진부한 설정이라 여긴적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컨텐츠들은 보통 남녀간의 사랑만을 중점으로 다루면서 그런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남녀간의 사랑이 순탄치 못했고 힘든 적이 많았으므로 그런 생각은 틀린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사랑은 그저 호르몬의 작용이고 첫사랑은 겉모습에 반해서 상대를 상대의 본질과 관계없이 내 상상속에서 키워나가는 것일 뿐이라고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남녀만의 것은 아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누리고 있었던 부모님의 사랑, 자녀에 대한 사랑, 친구나 호감가는 지인, 어떤 물건 등에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남녀간의 새로운 사랑을 할 필요가 없이 기존의 사랑만 잘 지키면 되는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어느정도 혼란이 생기기도 했다. 그동안 새로운 사랑을 찾는 중독에 빠져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정도 마음의 정리를 하게 되니 다른 사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랑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이 책의 메세지처럼 넓은 범위에서의 사랑이 '건강과 행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사랑이 더 진실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남녀 혹은 남남 녀녀 등 연인간의 불같은 사랑은 자극적이고 강렬하지만 허무할 때도 있고 큰 상처와 허탈감이 찾아 올수도 있다. 너무 큰 상처를 받으면 방어적이 되어 연관도 없는 사람들에게 벽을 치게 되기도 한다. 상처를 받을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잘 되서 연인이 되거나 결혼을 하더라도 사랑의 호르몬이라는 페닐에탈아민 이라는 호르몬 물질의 유효기간 -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년 - 이 지나면 더이상 그런 감정이 잘 들지 않는다. 어쩌다 생긴 새로운 상대에게 더욱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호르몬의 작용이 끝나야 알아볼 수 있고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 배려 등의 감정은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호르몬의 작용이 끝났을 때에도 상대와 교감을 하고 신뢰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겠다.
내가 이루어온 것들이 나혼자의 힘으로 해낸줄 알았는데 환경이라는 요소가 없었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많은 지식과 생각의 전환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었던것 같다. 주관적이지만 이것이 독서의 즐거움이라고 생각되는 요소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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