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의 반란
임소장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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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려받은 재산을 수저에 비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금수저도 은수저도 흙수저도 아니다. 아니, 아니라기 보다는 거부한다는 쪽이 맞겠다. 

그 수저 이론에 속하고 싶지가 않다. 남들이 아무리 수저 범주에 넣는다고 해도 난 거부할 것이다. 

물론 거부한다고 세상의 구조 자체가 변하진 않는다. 내가 거부하는 것은 표현 방식이고 수저론은 세상의 구조를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수저론?은 처음엔 농담처럼 비유가 되었을 것이나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은 냉혹하기 때문이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굉장히 가혹하다. 한국 사회는 어릴때부터 학교 등지에서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자꾸 가르고, 그 분류법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은 다른 현상에도 그걸 적용 시키려는 강박을 가진다. 그런 증세가 있다는 인지조차 하지 못하면서. 

 

봉건사회가 신분을 벗어날 수 없었고 글마저 익히지 못하게 했다. 거기에 비하면 지금은 가능성이 많은 사회이다.

그런데 흙수저라는 말 자체가 가능성 있는 새싹을 밟아버리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듯이 나는 흙수저니 뭐니 스스로 입으로 내뱉고들 있다. 

 

세상은 냉정하고 니 수저는 정해져 있어~ 라고 자꾸 말해준다. 

 

세상의 냉혹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너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려줘야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그걸 자신만 아는 대단한 지식을 알려주는 양 말하고 있다. 

 

어차피 세상에 대한 이런 평가는 추상적이고 비유적이다. 

밝은 면을 보면 밝고 어두운 면을 보면 어둡다. 밝은 면까지 어둡게 볼 필요도 없고 반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변하는 것은 내 관점일 뿐이다. 그렇다면 내 관점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말하고 싶다. '관점은 내 자유다. 간섭하지 말라'고.

 

누가 그런 논리를 자꾸 퍼트린다 해도 그런 논리를 받아들이고 스스로들의 입으로 내뱉는 것은 결국 자신들 스스로다. 세상이 어찌보든 내 정체성이나 분류는 스스로 할 자유가 있다. 돈 몇푼보다 나에겐 그게 더 중요하다. 

 

부자가 아니어도 열심히 살아온 부모님에게 흙이라며 비하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수저 수저 들먹인다. 뭐 난 남들이 그런 용어를 쓰든 말든 나는 앞으로도 쭉 쓰지 않을 것이다. 그걸 누가 강요한다면 신경끄고 니 삶이나 살라고 하거나 엿이나 드시라고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자체가 그런 논리에 갖혀버릴것 같은 생각이 들어 거부감이 들었었다. 노력을 해서 흙수저라는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그것을 탈출했다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궁금했다. 금수저로 살게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부동산 재테크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이 낸 책이 상당히 있다. 국가가 토지라는 것을 잘 통제했으면 이런 투기를 권유하는 사회가 되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플레이션을 정부나 대통령 등의 몇 사람이 막는다고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대국의 상황에 따라 휩쓸리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법으로 통제를 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부동산 가격만 폭등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다.

 

저자도 부동산을 통해서 부자가 되었는데 이미 부동산 성공기나 부동산 방법론에 대한 책은 많이 나와있고 자신은 다르게 표현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런 유행하는 자극적인 용어를 컨셉으로 삼아 책을 냈는데, 제목과 표현 방식만 다를 뿐 다른 자기계발서와 크게 차이는 없다. 

"부자의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라는 문구가 유행했던 오징어 게임을 보는 것 같고 수저론도 그렇다. 이런 방식은 확실히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자극성이 있지만 다르게 보면 조금은 저렴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다른 자기계발서보다 못하거나 내용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도 흙수저의 사고 방식에서 벗어날 것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에 관한 노하우나 지식보다는 마인드를 강조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표현 방식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컨셉을 잘 잡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표현 방식 자체가 거부감이 들기 때문에 맘에 들지 않는다.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은 분명 다르다. 

 

이럴걸 어느정도 예상을 하고 선택을 하기도 했다. 자극적인 제목에 거부감이 들면서도 동시에 이끌려 이 책을 보게 된 것이기도 하다. 막장드라마에 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표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참 많이 했는데 나처럼 거기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런 시스템을 만든 것이 저자도 아니고 씌운 것도 아니다. 그저 그것을 벗어나려고 했다는 것인데 벗어나려면 우선 들어가야 한다. 나는 표현 방식을 거부한 것이지 세상의 구조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내가 부정하든 말든 세상은 변함이 없다.

 

사회가 신분 상승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전제 자체가 진실일까? 

용납하지 않는 것은 실제로 누구일까. 그런 시스템을 진실로 받아들인 사람들 자체는 아닐까? 시스템이 마음에 안들면 시스템을 만들면 된다. 그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남들이 말하는 정석 코스에 제대로 들어간적이 없다. 달리기 경주를 하려면 트렉에 올라서야 하는데 올라선 적도 없는것 같다. 시작도 하기 전에 이탈해 다른 길로 걸어왔던 것 같다. 그길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험하지만도 않았다. 오히려 편하게 방황을 했던것 같다. 아까운 것은 허비한 시간일 뿐이지만 그 허비한 시간을 아까워 하는 시간도 아까워질 것이기 때문에 그저 기억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 시간을 치열하게 보냈던 아니던 이미 지난 시간이고 되돌리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이 시대를 추억하는 것은 시대 자체가 아니라 젊음이기 때문이다. 

 

내 신념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이지 이 책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나름대로 이 책에서 이미 익히 알았던 조언들은 강화를 했고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음에 안들면서 동시에 보게 만들었던 컨셉이 어쨋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지만 그저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는 하고 싶었다. 자연스레 드는 생각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억지로 막는 것보다는 이렇게 털어내버리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이 책이 그렇게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다. 

YES 라고 말하는 것만이 긍정은 아니다. No라고 말하는 것도 무조건 부정이 아니다. 얻는 것이 있고 그게 나에게 도움이 된다면 긍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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