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러브 마이셀프 - 나를 사랑하면 달라지는 것
멜라니 피그니터 지음, 임정희 옮김 / 일므디 / 2022년 2월
평점 :
자기 비판은 성장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남들이 그럭저럭 칭찬해주는 부분이라도 거기에 우쭐하지 않고 더 나아가기 위해 자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채찍질 할 때 쓸 수도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겸손이 미덕이며 자신이 책임을 자고 자신을 탓하는 풍조가 있는데 그것이 잘못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렇지만 자기 비판은 자기 혐오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뭐든 도가 지나치면 탈이 나기마련인데, 문제는 그 경계가 참 애매하다는 것이다. 습관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자조하고 탓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자신을 탓하고 겉으론 남에게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비판은 좋지만 비난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자기혐오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나도 그런 부류들 중 하나다. 그게 도움이 될 때도 많지만 방해가 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삶이 회의적이고 짜릿한 자극 없이는 즐거움도 없고 담담하다.
이런 나도 어린아이였을 시절에는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신기해하고 행복해 했었을 것이다.
저자는 원인 모를 병에 걸려 엄청난 통증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목디스크 때문에 고생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나는 저자만은 못하겠지만 그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저자도 자기 회의에 빠져있던 시절이 있었고 신체의 고통 때문에 절망할 때도 있었으나 그것을 자기애로 극복하고 상담 전문가로서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렇게 책도 낸 것이다.

직접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더 진실되게 들리고 무시할 수가 없듯이 저자의 고통이 이 책에 설득력을 주고 현재의 직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저자의 말대불행에도 좋은 면이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심하게 꾸짖었던 경험은 저자에게 움츠리고 자기 회의를 습관이 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자기 신뢰에 대한 자세를 만들었다. 자기 신뢰가 지나친 사람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정 관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 크게 3가지를 지적한다.
1. 유년시절에 형성된 한계
2. 학교에서 습득한 한계
3. 신념을 통해 굳어진 한계
이 3가지는 정말 공감이 되고 옳다고 여겨진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받은 영향이 큰것 같다.
요즘은 많이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내 학창시절에는 교사들은 엄청난 체벌을 가했다.
잘못을 했을때 그 잘못에 대해서만 체벌을 하는 교사는 매가 매워도 견딜만했고, 감정적으로 처벌을 하는 교사의 매는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 같아도 다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라도 군부독재의 잔재가 남긴 문화인지 전체 기합을 받고 매를 맞았던 시절이었는데, 공부를 못하고 왠지 어른의 마음에 들지 않은 태도와 생김새를 학생은 거의 매일 화풀이의 대상으로 삼는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았다.
어른이 된 지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한없이 어른처럼 보이고 옳아 보이던 교사들이 실은 어설픈 어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 교사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을 주먹으로 구타하기도 했는데, 학생의 잘못을 떠나 정말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주먹질을 가한단 말인가?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말들도 많았다. 몸의 상처는 아물지만 마음의 상처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억하심정 같은 앙금을 남긴것 같다. 너는 절대 안될거라는 저주에 가까운 말들도 100번 가까이 들어본 것 같다. 어떤 교사는 그걸 수업시간에 반 전체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교사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사들도 그저 특정 공간에 갖힌 직장인일 뿐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들도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사회경험도 별로 없고 학교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줄 아는 것이다. 실적을 위해 부하들을 다그치는 상사처럼.
상위권의 아이들은 굳이 교사의 지도가 없어도 잘할 수 있다. 교사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끌어 주는 것이다.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개념은 지금 생각하면 맞지 않는다. 공부는 스스로 익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이끌어주는 것이 교사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책에서는 이런 자기비하 같은 머릿속 쓰레기들을 해결하고 피드백으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극복할 수 없어 보이는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나의 한계는 무엇인지를 점검하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 시키고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다. 다른 사람은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구체적으로 연구해본다.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 원인에 대해서 부족한 인정과 존중, 자신에 대한 비현실적 요구, 다른 사람들과 끊임 없이 비교하는 습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타인과 비교를 할때는 주로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에 대한 비교가 많게 된다. 잘생기고 예쁜사람과의 외모 비교부터 재력, 학력 등의 온갖 콤플렉스를 유발하는 요소들은 세상에 넘치지만, 우리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그런 점은 제쳐놓고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부분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좌절할 것이다.
타인에 의해 얻은 자신감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만, 피드백이 사라지는 순간 무용지물이 되거나 좌절로 돌아온다. 한때의 영광을 잊지 못해 다른 사람은 모두 잊고 있는 자신의 영광을 수십년간 그리워 하며 사는 사람도 많다. 한때 반짝 스타였던 연예인들의 모습을 봐도 그래 보인다. 영광은 짧고 영광을 그리워 하는 기간이 훨씬 길다. 그런 사람은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 수 있을것 같다. 그만큼 타인에게 얻은 자신감은 달콤하지만 허무하기도 한 것이다.

자신감에 대해서 내가 아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자기비하가 버릇이던 어떤 사람이 있었다.
어릴적에는 빛나지 않았지만 십대 중후반에 들어설때부터 빛이 나기 시작해서 여러 여성들의 칭송을 받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가난한 환경에서 특출나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내고 성적도 좋지 않았기에 자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여러 사람의 칭송을 받고 자신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자존감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칭송은 몇 년동안 꾸준했고 이제 그는 자존감을 넘어 거만함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외모가 점점 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그의 자존감은 다시 서서히 내려왔다.
그 영광의 시절을 잊지 못해 그보다 훨씬 긴 세월을 그 시대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것으로 보냈다.
이런 일화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인에게 얻은, 이른바 근거 있는 자신감은 근거가 사라지면 소멸된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무슨 결과가 나기 전에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근거가 있을 수 없다. 그저 과거 경험이 근거가 되는데 그런 경험이 날때부터 쌓인 사람은 없다. 자신감이 과해도 문제가 되지만 건강한 자신감은 삶에서 아주 필요한 것이다.
물론 과도한 자신감은 금물이고 한국에서 과도한 자신감은 재수없음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내면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말보다는 태도로 나타내는 것이 바람직 할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가진 사람을 보곤 하면 말하지 않아도 대단해 보이고 호감이 간다.

인간은 긍정보다는 부정을 하기가 쉽게 태어났다고 한다.
진화의 역사는 생존의 역사였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 끝없이 상황을 의심하고 긴장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이겨냈기에 인간이 다른 생물보다 훨씬 진화할 수 있었지만 진화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도 많이 남겼다. 타고난 것을 이겨내려면 자꾸 되새기고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 쪽으로 부모가 유년시절에 바람직하게 자라도록 이끌어주면 좋으련만 부모들도 완벽한 부모는 없기도 하고 알지도 못해 그렇게 교육시키지도 못하고, 안다고 해도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과정을 이겨내는 것은 인류가 겪은 진화 과정과도 닮아있는, 어렵지만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끝없이 되새기고 노력하고 습관으로 정착시킨다면 가능할것이고 그런 노력의 과정을 도와주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