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신경 의사, 책을 읽다 - 한 시간 한 권 크랩독서법
신동선 지음 / 더메이커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알고 있는 관념 중 상당수는 근거가 없는 맹신에 불과하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줄 아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답이라도 누구에게는 오답일 수 있다. 내 생각이 보편타당하다고 착각하는 '허위 합의 효과' 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한 현상이다. 이런 것들을 모르는 사람은 물론이요 아는 사람도 부분적인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이 공부를 잘한다거나 하는 통념은 공부에 있어서 정답으로 여겨지지만 막상 잘하는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잘해본적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똑똑한 취급은 커녕 학창시절 한번도 공부를 잘해본적이 없고 문제아거나 머리 나쁜 사람 취급을 받던 나는, 수십년 후 직장에서 상위권의 실적을 해내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머리가 좋다, 타고 났다 이런 취급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독서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많은 책들중에 하나이다.

이 책만의 특이함이라고 한다면 저자가 뇌신경과 전문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책을 많이 내기로 유명한 사이토 에이지의 부자나라 임금님의 성공 독서법이라는 책을 보고 책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게 되었고, 독서법에 대한 많은 책들을 참고하여 자신만의 독서법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독서는 뇌신경의 연결이다 -

독서 뿐만 아니라 축구를 하는 것이나 문제를 푸는 것 영어를 읽는 것 모두 다양한 뇌신경연결 조합의 결과이라고 한다. 각자 그 연결이 잘되고 못된 분야가 다를 뿐이다. 사람들이 재능이라고 말하는 것들은 타고난 것일 수도 있지만 길러진 것이기도 하다. 그게 무엇이든 뇌신경연결 조합으로 이루어 진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재능이란

 

나는 어릴 때부터 조소에 대한 재능이 있었다.

공부는 학창시절 내내 바닥을 기는 편이라 칭찬 한번 못받았지만, 찰흙을 빚는 등의 조소를 하는데는 선생들이 굉장히 놀랄 정도로 초1때부터 재능을 보여왔고 표현하는데 굉장한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갈고 닦지는 않았다.

그걸 그렇게 즐기는 편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런 재능보다 공부를 잘하냐 못하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때문에 그 실력을 키울 기회도, 이끌어주는 교사도, 나 자신의 의지도 없었다.

결국 지금도 크게 발전이 없다. 어떤 계기로 내가 그것을 잘 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계기 혹은 유전적 요소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허나 노력이 없으면 그것을 갈고 닦을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반대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오랜 시간 노력을 한다면 재능이 있지만 안하는 사람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뇌신경의 연결을 길러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어차피 사람들의 평가는 결과론적이다. 그럴 법한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그 과정을 알지 못하고 추측만 할 뿐이니까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어쩔 수 없다.

천재라 불리는 사람의 노력을 그저 재능이라 치부하는 것은 어찌보면 모독일 수 있다. 천재라 칭해진 사람이 아무리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고 부정 해도 세상은 그저 타고난 사람으로 본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이 특별한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임을 인정하면, 자신이 평범 이하로 느껴지는 심리 때문이다. 일종의 방어기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담배를 끊는 사람이 반드시 독해야 담배를 못끊는 자신이 나약한 사람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결국 타고난 재능은 별거 아니다. 정말 천재가 있다해도 로또 1등 당첨보다 훨씬 희박한 소수의 사례를 일반화 시킨 결과론일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재능은 길러지도록 타고 났다는 믿음을 바꾸는 것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같다. 아이에게 천재라는 말을 자꾸 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나와 가까운 사람도 어릴 때부터 천재 소리 수재 소리를 밥먹듯이 들었고, 공부를 안해도 상위권이었고 암기력이 좋았고 지금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남의 기분을 살피거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거나 응용하는 능력은 어이 없을 정도로 부족했다. 사회 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걸 개선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 평생 재능은 타고 나는 거라고 배워왔고 지금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시대가 달라서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아직도 굳게 믿고 있다. 그 신념은 평생 깨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라는 믿음또한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를 정말 천재라 할 수 있을까?

 

종은 어차피 비슷하다. 쥐가 아무리 똑똑해도 말을 할 수 없고, 개가 아무리 뛰어나도 언어를 배울 수는 없다. 인간이 뇌신경이 가장 발달한 종족이고 어떤 훈련으로 그것을 발달시킬 수 있는 종족이다. 그건 왠만한 인간에게 모두 가능한 일이다. 가능하지 않은 인간이라도 레인맨처럼 다른 특정 영역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뇌신경 연결 시냄스를 만드는 것은 반복 자극이라고 한다. 2000년 에릭캔들이라는 뇌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과학자가 이런 뇌신경 연결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밝힌바 있다. 반복자극을 받으면 뇌신경 핵속의 크랩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 지는데, 이 단백질이 뇌신경연결에 필요한 유전자 스위치에 달라붙는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의 독서법은 이 물질의 이름을 따서 크랩 독서법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부분을 선택하고 반복하는 독서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어설픈 뇌신경연결을 자극하는 약점에 대한 피드백과 반복이 포인트이다.

신경과 의사 답게 뇌과학 지식으로 주제를 설명하고 있고, 굉장히 쉽게 풀어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이해도 잘 되었다.

 

기존에 읽은 독서 방법론에서 익히 아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전문가가 근거를 들어서 말하니 더 믿음이 가는 것 같다. 세상에 많은 정보가 있지만 거짓정보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검증이 필요하다. 모든 정보를 다 믿을 수 없고 뭐가 맞는지 우리는 확인과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근거가 있으면 믿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근거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온갖 거짓에 현혹될 것이다. 이런 명확한 검증 과정이 과학의 핵심 기능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라도 전문가인 저자의 주장이 더 와닿게 되는 것이다.

독서를 잘 하지 못했던 나는 독서를 더 잘하기 위해 이 방법 저 방법을 찾았는데, 정독이 중요하다 속독은 허상이다 라고 주장하는 책도 있고, 책을 빨리 읽으면 더 이해가 잘된다고 주장하는 책도 있었다. 각기 상반된 주장에 부딪히면 혼란이 오기도 했다. 둘다 그럴듯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경험한 것에 더하여 속독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기울었으나 속독의 효과가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은 아니어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뇌신경 전문의가 이야기 하니 의구심이 들던 부분을 좀 더 믿게 되는 것이다.

 

속독파나 정독파 둘 다 자신들의 경험에 비춰 이야기 하고 논리도 그럴듯하다. 그러나 저자처럼 과학과 체계를 갖춰 설명하지는 못했다. 결국 이 책으로 나는 독서법에 관한 내면의 갈등을 어느정도 결론 지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흔히 이런 책을 보면 따라하다 말고 안되면 쉽게 포기하게 되는데,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변호사 이윤규의 글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코끼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코끼리를 실제로로 접하면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만일 코끼리를 본적이 없는 사람이 코끼리를 설명하는 글만 접했다면 어떨까? 글만으로는 선뜻 코끼리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독서를 할때는 글 그대로를 접한다기 보다, 저자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언어로 된 정보를 글로 변환한 것을 접하는 것이다. 언어가 나라마다 다르고 인간이 언어 자체를 습득한 것이 인류 역사 전체를 보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언어로 표현 못하는 비언어적 요소들이 언어의 비중만큼이나 크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지도는 실제 땅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언어로 표현한 것이 표현 대상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코끼리에 대한 설명이 코끼리 자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작자가 이미지를 글로 변환한 것을 다시 글에서 이미지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이미지에 대한 개념과 내 이미지에 대한 개념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길게 쓸 필요가 없다. 요약한 내용만 보면 되는 것이다. 어떤 책은 책한권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한개 뿐이고 나머지는 그 근거나 이유에 대해서 쓴 것이다. 주제만 표현한다면 한줄만 받아들이면 된다.

 

그러나 그것만 봐서는 전달이 잘 되지 않으므로 부가적인 설명 때문에 책의 내용이 길어지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설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개념이 저자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나름대로의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다시 글로 설명하다보니 부족한 글쏨시에 더해 장황해 지는 것이다.

책을 읽고 받아들이는 것에 정답은 없다. 각자 살아온 배경지식과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

저자의 뜻이 어쨌든 글로 접한 정보를 이미지 혹은 다른 것으로 변환하거나 요약하는 것은 결국 내 숙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약한 짧은 글을 보는 것보다는 전체를 보고 내가 스스로 요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독서법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속독이든 정독이든 다른 방법이던 나에게 맞는 독서법을 정립하는 것이 답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방법론을 보고 맞니 틀리니 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맞는 점만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책의 저자들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저작물과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조합해서 출간을 하는 것이다.

 

좋은 구절

 

좋은 구절이 참 많았지만 독서인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한 아래의 구절을 꼭 소개하고 싶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한가지는 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라고 한말과 같은 맥락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나의 관점으로 판단하고 재해석해야 합니다.

모두가 틀릴 수도 있다는 열린 자세로 말이지요.

지금의 지식이 완전무결하고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열린 자세로 말이지요.

67p

앎은 어쩌면 알수록 모른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같은 주제의 책을 많이 읽다보면 서로 상반된 주장을 마주할 수 있고 독자인 나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그 판단이 틀릴수도 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판단의 오류는 줄어들 것이다.

물론 위 구절에서 말하는 열린자세를 받아들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글자보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만들어내는 메세지입니다.

저자의 메세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얻은 책 속 단위에 따른 내 머리의 변화 내용입니다.

이처럼 책은 작은 정보, 지혜의 조각 모음입니다.

책읽기는 한 조각의 멋진 조각을 찾기 위한 보물찾기의 여정입니다.

모든 책을 다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주요 단위를 중심으로 한 덩이 한 덩이씩 보물 찾기를 해나갑니다.

76~77p

 

책의 모든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지 않다. 비슷한 분야의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다 보면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고, 정답이란것은 없고,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읽기는 멋진 한조각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고 말한다.

사이토 에이지의 책에서도 나온 개념이지만, 책을 신하라고 생각하고, 왕이 신하의 조언을 듣는 것처럼 책을 읽으라고 한다. 삼국지의 조조가 여러 유능한 신하의 말을 하나씩 듣고, 그 의견들 중에서 하나를 참고해서 명령을 내리듯이 독자는 책의 주장을 선택할 수 있다. 책을 왕처럼 모시면 대하기 부담스럽지만, 신하처럼 다루면 편하게 대할 수 있다.

 

취사 선택 중요한 것이다.

길을 가다가 우리는 수많은 간판을 마주하지만 그 중에 기억나는 간판은 몇개나 되는가? 각자 상태나 관심사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배가고프면 식당이 눈에 띨 것이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관련된 판매점이 눈에 띌 것이다. 나머지는 기억이 나질 않거나 인식 자체를 하지 못한다. 집 근처에 있어도 관심이 전혀 없는 가게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릴때부터 이유를 모르면 하지 못하는 나에게 교사들도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명확히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출세를 하기 위해,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어린 마음에도 내게 그런 이유는 납득이 되질 않았다.

 

이런 성격은 여전해서 독서법에 대해서도 계속 의구심이 들었다. 어릴때 부터 책을 읽던 사람이 아니고 뒤늦게 시작한 독서에, 아직도 독서를 아주 즐기지는 못하는, 독서보다는 드라마나 영화가 더 좋은 나다. 그런 시점에서 어느 정도 독서의 방향에 대해 정리가 되게 만들어 주는 이 책을 만나게 되니 나는 더없이 감사한 생각이 든다.

 

각자 독서에 대한 능력이 다르고, 고민이 다르고 위치가 다르겠지만 그게 어디든, 혹은 무엇이든 이 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거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독서를 왜 하는지, 독서를 하면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읽어나는지, 어떻게 독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