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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평점 :
나는 시골 출신이다. 내가 살던 고향은 버스가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고, 아이들도 우리 가족들 포함 6명 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이었다.
지금은 100% 노인들만 사는 아직도 시골 마을인데, 초등학교를 가려면 산길을 둘러 30~40분을 걸어야 했다. 80년대 초반 생들 중에서 나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은 거의 보질 못했다. 그때는 참 그곳이 싫었는데, 이제는 가끔씩 매우 그립다.
전원이 그리워 노후에 한적한 시골 근교에서 살것 같지만, 서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고향에 가서 살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월든을 읽으면서 고향의 자연 생각이 많이 났다.
집뒤에 바로 산이 있고 마당 옆에 감나무와 아담한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 대문 앞을 조금만 나서면 논밭이 쫘악 펼쳐져 있으며, 마을회관과 마을의 나이만큼이나 많은 큰 소나무가 마을의 양쪽 입구를 감싸고 있는 풍경. 지금은 집이 너무 낡아 무너져 버리고 재건축을 하지 않고 있는 그곳에 안간지도 10년이 넘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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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의 군복무 기간과도 같은 2년2개월의 시간을 숲에서 보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자아를 성찰해나갔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실천한 그의 사상은 자연 친화적며 자연을 뛰어넘어 인간을 초월하는 의지를 이야기 했다.
하늘과 당의 오묘한 힘이 지닌 영향력은 얼마나 광대하고 심원한가! 우리는 그 힘을 알려하지만 보지 못한다. 우리는 그 힘을 들으려 하지만 듣지 못한다. 사물의 본질과 동일한 그 힘은 사물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깊이 생각함으로써 아주 건전한 의미로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심적 노력을 기울여 우리 행동으로부터 한 발짝 초연히 물러서서 그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좋든 나쁘든 모든 것은 우리 옆을 격류처럼 흘러간다. 우리는 온몸을 던져 자연 속으로 몰입하지는 못한다.
181p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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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호수의 풍경을 읽다보니 고향 마을의 저수지가 절로 떠오른다. 월든 호수보다는 책에 나오는 구스 호수와 더 가까운 풍경일것 같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저수지. 그 저수지 길을 쭉 올라가면 조상들의 묘가 서있다. 묘지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이미 있는 것이야 어쩌겠는가. 덕분에 그 호수를 자주 가곤 했었는데, 연못에서 아버지와 함께 민물 새우를 잡기도 하고, 개구리나 두꺼비나 새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이름 모를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연못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 입구로 가면 개울이 흘러 내려 가재를 잡고, 때로는 메기를 잡기도 했다. 미꾸라지는 논밭에 널린 거라서 일부러 잡으러 가지도 않았다. 무화가 열매를 먹고, 대나무로 만든 장대로 홍시를 따먹고, 날아가는 까치의 몫도 남겨 두면서 메뚜기나 잠자리를 잡으며, 불을 때우기 위한 나무도 베어 가며 시골 생활을 했던 것이 오랫만에 새록새록 기억이 난다.
월든의 숲보다는 덜하지만 외진 그곳에 가서 며칠을 푹 쉬면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무너져 버린 집을 다시 짓지 못하는 것은 큰집과의 이해관계와 거리 때문이다.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러 가서 복잡해 지고 싶지 않아서 찾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서는 소로의 월든 같은 정신적인 휴양소로서의 고향 마을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지며 고요해진다. 몹시 그립기도 하다.
빨리 발전하려고 너무 애쓰지 말라. 너무 많은 영향력이 당신을 갑섭하도록 두지 마라. 그것은 모두 힘 낭비다.
4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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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불복종은 짧지만 강렬했다. 노예 제도를 찬성하는 주 정부에 대한 납세를 거부하고 비폭력적인 저항으로서의 불복종을 이야기 한다. 이 불복종사상은 간디, 마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등의 위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현대에도 과격한 시위 보다는 이런 비폭력 불복종 운동이 유효하지 않나 싶다.
생태주의자로서의 삶을 살다간 소로의 사상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과 함께 조화로운 삶을 사는 것이야 말로 인류를 위한 것임을 인류는 이제 깨달았을까?
현실적으로 앞으로도 계속 도시 생활을 해야 하지만 소로의 월든 처럼 내 마음속에 고향마을의 풍경을 자주 떠올리면서 평안을 얻어야겠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