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제사상가 이건희
허문명 지음 / 동아일보사 / 2021년 10월
평점 :
삼성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아무래도 이건희 전 회장이다.
창립자 이병철 회장은 윗세대의 인물이고 이재용 회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싶다.
이건희 회장에 대한 평가는 좋은 평가도 있고 나쁜 평가도 있으며 스캔들로 무리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던 본연의 임무, 기업가로서의 이건희회장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솔직히 개인 스캔들은 바람직하지는 못한 일이지만 기업인의 일과는 상관이 없다.
기업을 하면서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른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본연의 임무만 충실하면 된다고 보는 쪽이다. 연기자도 연기를 잘해야지 겉으로 비춰지는 인성이 좋고 안좋고 나는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고영욱 같은 범죄자는 물론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지만 사소한 태도 논란이나 개인 연애사 같은 가쉽거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재미로 즐길 뿐이지 그것을 비난의 잣대로 삼지는 않는다.
인성이 좋아 보이는 인물도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지 알고보면 개차반일수도 있고, 비난을 받았던 인물은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데 보요지는 모습만을 보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본질과 관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몰려다니는 벌떼처럼 카더라만 믿고 비난 하는 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아닌것이 밝혀져도 개개인의 책임은 지지 않으니 어찌보면 편하겠지만, 내 성미에는 도저히 맞지 않는다.
자신을 비난하는 다른 랩퍼에게 랩이나 잘하세요 라고 말했던 랩퍼의 일침이 시원했던 이유다.
지금의 글로벌 기업 삼성을 있게 만들고 일본 기업들을 물리치고 한국의 가전제품을 세계 1위로 만들어 낸 것이 삼성과 LG가 아니던가. 내가 어릴적만 해도 가전제품하면 일제였고 한국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일제를 선호하며 많이들 사용했었다.

이건희 전 회장이 사망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평전은 앞으로도 많이 나올거라 예상이 된다. 약간은 어눌해보이는 말투로 인터뷰를 하던 그였지만 그의 비상한 재주와 식견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혜안을 보여주었다. 국제 정세를 꽤뚫고 예견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삼성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동아시아의 변방에서 전쟁을 겪은지 얼마되지 않는 사회에서 군부 정치의 폭압과 끝나버린 이념전쟁을 질질 끌어가며 그 폐혜를 온몸으로 맞았던 한국이 몇 십년만에 현재의 한국으로 성장하는데는 삼성의 역할이 상당하였다.
국민들이 성실하게 일을 한 것도 기업이 잘 이끌어준것도 훌륭하다 할만하겠다. 물론 기업들의 과실도 있지만 과실을 모른척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짚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이건희 회장이 있었고 저자의 평가처럼 시대를 앞서간 사상가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그저 삼성의 기업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경제 사상적 행보에 촛점을 맞추었다. 그의 지식은 경제 뿐만 아니라 심리 사회학 역사 문학 과학 등의 이른바 통섭이라 부를만한 지식인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무려 80년 대부터 4차 산업 혁명이 올것을 예견한듯한 말과 행동을 했고, 세계의 가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그 분야에 세계 최강이었던 일본을 삼성이 앞서나갈 줄은 9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물론 그당시에도 삼성과 삼성 제품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랑은 대단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한정적인 제품군과 일본에 뒤지는 세계적 인지도와 기술력은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감이 잘 안올듯하다.
이건희 전 회장 같은 사람이 또 나올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물론 이전에도 대단한 것은 알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생각 이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전에는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책을 읽어본적이 없고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삼성처럼 거대한 기업의 자녀로 태어나는 것이 부럽지만은 않다. 얼마나 막중한 책임과 노력을 필요로 했을까. 그저 그런 졸부의 아들로 태어났으면 거만이나 떨며 가진 것을 누리고 황태자로 살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그는 항상 혁신과 세계 1등을, 당시로는 어림도 없다고 비웃음이나 당했을 목표를 현실로 이루어낸 인물이다. 그가 가진 중압감과 노력, 사고 등은 보통 사람인 내가 상상하기조차 힘들 것이라 예상이 된다. 과실도 있지만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다고는 못할 것이다. 영화 베테랑의 망나니 재벌 2세 조태오의 실제 모델인 최철원과 신동학을 봐도 알 수 있다.
이미 한국의 제1 기업이었을 때도 그는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라며 혁신을 다짐시켰다. 시대를 앞서 내다본 지식과 지혜의 혜안이 있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어마어마한 독서광이기도 했다 한다. 사색과 독서에 몰두 했던 이건희 회장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며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의 큰 기둥으로 만들어 놓는데 매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 역할을 잘 이어받아 이재용 회장도 훌륭한 뜻을 이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