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토템과 터부 미래지식 인문 고전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원당희 옮김 / 미래지식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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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이름은 너무도 익히 들어왔지만 그의 저서를 본적도 볼 생각을 해본적도 없는 것 같다.

전공자나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흔히 읽히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있어 프로이트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150년도 더 전의 학자이지만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이트의 이론은 현재 반박된 것들도 많고 어쩔 수 없이 시대적인 착오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대의 기준으로만 보아도 훌륭한 학설들이 있다고 정신분석학을 전공한 지인에게 들었다. 꿈의 해석이라는 책은 특히 그 영향력이 강하고 유명한데, 무의식의 억압이론이 정신분석의 기본개념으로 도입되어서 지금까지 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엔 무의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고 그런 정신적 공간은 없다며 근거를 들어 주장하는 심리학자도 있지만 그 사실을 뒤로하고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쳐온 것은 사실이다. 세계에 크게 영향을 미친 유대인 중의 한사람으로 꼽히는데, 히틀러를 치해 런던으로 이주했다가 다음해에 사망했다고 한다.



 

프로이트의 4편의 논문을 엮은 이 책은 근친상간 기피성향, 터부와 감정 자극의 양가성, 애니미즘 주술과 생각의 만능, 토테미즘의 유아기적 회귀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및 사회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엿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언듯 보면 별 연관성이 없는 4편의 논문을 엮은 것으로 보이나 토테미즘의 본질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있다고 프로이트는 보았기 때문에 연관이 된다. 토테미즘이 우리들의 종교적 심리 속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인데, 정말 놀랍도록 현명한 견해이고 당대 한국 종교인들의 심리에도 들어맞는다.

 

프로이트는 미개인이라고 이 책에서 부르는 원시종족들과 신경증 환자의 영적 생활에서 몇 가지 일치점을 발견했고 토템이 어떤 것이든 동일한 토템을 섬기는 구성원들은 서로 성적인 관계를 맺지도 않고 결혼해서도 안된다는 규칙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1장이 근친상간 기피 경향이라는 제목이다. 토템과 터부(금기)가 성립되게 된 인간의 본능을 추적하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양가성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문명인에게서 나타나는 것보다 미개인의 영적 자극에서 훨씬 더 강하게 노출된다. 이 양가성이 점점 약화되면서 양가적인 갈등의 타협 징후인 터부도 천천히 사라져갔다. -104p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소설같은 것이아니라 인간이 진화해오면서 겪게 되었던 문제들에서 비롯된 사건에 연유한다고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버지에 대한 자녀의 양가성은 현대에도 분명히 존재하는 심리라고 볼 수 있다.

 

종교적 금기같은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없어도 무방하지만 원시사회에서는 질서와 생존을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 보여진다.

즉 종교는 진화한 동물인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으나 과학이 많은 것들을 밝혀낸 현대에는 더 이상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었다.

종교적 사상은 효과적인 터부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다른 외부적인 위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질서였고 터부를 존속하기 하기 위해서는 인간보다 더 나은 존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법이 필요하지만 법으로도 통제 안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과거에는 아마 더욱 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인간에게는 터부를 존속시킬 인간보다 더 큰 존재가 필요했고 종교와 신이 그 역할을 하게 된것이 아닐까 싶다.

 

고대에는 종교가 인간을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역사 학자의 이론이 있는데, 현대에는 과학이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다. 현대에는 종교가 생존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종교가 없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허무함을 유발할 수 있다.

생명의 근원은 살아남는 것이고 죽음은 그 반대이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명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아무리 발달을 하고 우주가 밝혀져도 종교의 존재는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심리학을 읽다보면 가끔 철학서적을 읽는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두 학문 모두 인간에 대한 탐구가 목표이기 때문일것이다. 이책도 그러한데 오래전의 책이지만 아주 훌륭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도 오랫동안 생존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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