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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의 과학 - 왜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레베카 하이스 지음, 장혜인 옮김 / 윌북 / 2021년 11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선조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너무 빨리 발전한 나머지 부작용도 꽤 많은 것 같다. 수억년에 걸쳐서 변화하던 것이 몇 백년 사이에 급진적으로 바뀌었고 요즘은 그 속도가 더 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주 비이성적으로 행동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발전이 가속화될 수록 사람들은 살기 편해진다. 이젠 굶어 죽는 사람이 별로 없고 식자층의 권리라며 그들만 배울 수 있었던 글자도 다들 안다. 그러나 오히려 마음의 병은 더 악화되어만 가고 있는 것은 왜일까?
진화 생물학자인 레베카 하이스는 합리성이라는 것은 인간의 착각이라고 말한다. 뭐 저자뿐만 아니라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런 발언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진화의 매커니즘은 도덕적이지도 않고 선악도 없다. 선악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지 원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에 존재하는 것은 중력의 법칙일 뿐이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본능이 진화를 만들어내고 그 산물이 우리의 삶에서 내 본성을 통제를 하고 있다. 뭐든 내 맘대로 되는게 없고 내 마음이나 행동하나 통제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걸 통제 잘 하는 사람은 성공의 길을 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럭저럭 사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 행동이나 감정의 통제는 쉬울것 같으면서도 절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인간, 나 자신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그래도 이렇게 알려는 노력의 과정이 중요할것이고 언젠가 인류는 지금보다 많은 것들을 밝혀낼 것이고 거짓된 수 많은 정보들을 걸러낼 것이다. 정보는 진실보다 거짓이 더 많을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검증과정이 필요하고 그것이 과학의 역할인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본능의 과학이란 이 책의 제목은 매우 적절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이성적이면서도 매우 비이성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잘 관찰하는 것이 이성적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비이성적인 부분을 알아야 이성적이 된다는 아이러니인 것이다. 종교가 이런 진화나 본능에 관한 것을 부정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다른 분야에 비해 진화론이나 생물학, 해부학, 심리학 등은 발전이 더디게 된 것 같다. 발전보다 시급한게 인간 스스로에 대한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든 신은 실제로 인간의 위에 서서 인간의 걸림돌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종교가 있는 사람은 이런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종교적 관점이 들어간 책을 절대 피하는 것과 비슷할지 모른다.
성본능은 인류가 번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 와서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배울만큼 배우고 높은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도 성충동 때문에 어이없는 짓거리를 저질러 망신을 당하고 추락하기도 한다. 초강대국의 최정상인 대통령도 그런 스캔들을 터트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떠오르는 인물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쌓아온 것을 한 번에 날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정치 성향과는 관계없이 잘못은 잘못이다.

성적인 차별도 진화 본능에서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옳다는 것은 물론 아니고 이성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이라는 건데 그러지들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 급변하는 세상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본능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본능과 이성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다. 정신을 차리고 수양하지 않으면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를 일이다. 그런 것들을 알면서 저지르는 경우도 나쁘지만 알지도 못하면 더 낭패다.
책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고 자꾸 나를 방해하는 본능의 기제들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것을 반복하고 지켜나가서 굳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시도가 자꾸만 실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보면 쉽게 자신을 바꾸는것같아 보여 저 사람은 원래 대단한 사람이고 쉽게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들 생각하기 쉽지만 그 사람들도 굉장한 저항과 노력과 실패를 했지만서도 계속해서 알고 도전해서 마침내 이루었던 것일 게다. 바로 한 번에 했다면 그것은 컴퓨터지 인간이 아니지 싶다.
흔히들 알면서 저지르는 것이 더 나쁘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은 그래도 알면서 하는게 낫다는 것이다.
알고 있으면 한 두번 잘못을 저지르다가도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개선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바뀔지 모른다.
사람이 무엇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금연이 그렇고 다이어트 등의 각종 결심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고 있으면 바뀔 가능성조차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흔히 말하는 꼰대란 나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고집스런 사고방식으로 자신의 방식만을 알고 고집하는 것을 뜻한다. 조선시대에 갑자기 스마트폰이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그것을 나쁜 물건 쯤으로 생각하고 말 것이다. 친절한 가이드북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래서 사람이 끝없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철학책 이상으로 인간의 이성과 본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교양서이다. 지식은 물론이요 가치관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