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는 착각 - 뇌과학과 인지심리학으로 풀어낸 마음의 재해석
닉 채터 지음, 김문주 옮김 / 웨일북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아라고 하는 것은 내면의 목소리, 즉 내 안에서 들려오는 내 목소리인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들은 몇 종의 영장류를 제외하고는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하는데, 인간도 원래 자아라는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서기 전 1000년 경에 자아가 발생했다고 추정하는데, 그 시기에 세계 3대 성인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 부처 3대 성인이 탄생하기도 했던 것은 우연이 아닐 수도 있다.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인류는 그것을 신의 목소리라고 착각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 착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내면의 목소리를 신의 목소리로 착각했던 사람들처럼,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내면 깊이 잠재된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인식은 착각이라고 말한다. 마치 소설가가 인물을 창조해내듯이 내면 깊은곳에서의 정신적 세계는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라는 것이다.

굉장히 파격적인 주장인데, 1장에서는 왜 이런 오해들이 생기는지를 근거를 들어 설명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되었던 수많은 학설들을 폐기해야 하는 관점이다. 저자 자신도 면밀히 연구해왔던 학문들의 개념을 대부분 폐기해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2장에서는 즉흥적인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무의식은 없지만 의식적인 판독과 그 판독을 만들어내는 무의식적 과정

물에 잠긴 빙산처럼 잠재의식은 넓고 깊이 존재하고 표면에 드러난 빙산은 일각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아직도 여러 서적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는 이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들에 대해 반하는 파격적인 이야기들에 흥미를 두는 편인데,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고 진실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일들이 알고보면 거짓이었던 경우가 역사적으로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천동설'이 그렇고 '신' 중심의 사관들이 그렇다.

물론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진지하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듯이 종교인들도 오래된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있지만, 과학은 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지 이미 오래다.

 

너무 색다른 이야기라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으나 생각해보면 인간은 항상 가능성과 희망이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저 어딘가에 사후의 세계가 있을거라는 고대의 믿음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버리지 않고 있듯이 내면도 우리가 닿을 수 없는 잠재된 무엇이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면 너무 허무하기 때문에 신을 만들어 냈듯이 내면의 세계가 있다는 학설을 지지하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의식적 생각은 유혹적이고도 강력한 미신이다.

그러나 무의식적 생각이 존재할 가능성 자체가 뇌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와 충돌한다.

즉 1천 억 개 뉴런을 아우르는 협력적 계산은 오직 순간적 문제에만 연결된다.

264p-

어떤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과거의 지각적 해석에 대한 기억이다.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은 과거의 지각과 그것에 대한 해석,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정보와의 결합이다. 과거 해석의 기억이 현재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언어를 모국어에 귀를 기울일 때 언어음과 단어와 멈춤이 말그대로 음성신호의 관찰 가능한 측면인 것처럼 듣지만 그것은 과거의 기억에 의존하는 것이다. 새로운 언어를 들으면 그 소리 자체에 과거에 해석했던 언어음과 맞춰보게 되는데, 당연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혼란이 와서 소리를 그대로 듣기가 어렵다.

이렇듯 인간의 뇌는 과거의 결합물과 변형을 연관지어서 현재를 처리한다. 이것을 잘 이해하면 효과적인 학습원리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추상적인 것들을 나타내는 단어나 표현은 원래는 은유적인 것들이다. 명사화 되다 보니 그 단어나 표현이 은유였다는 것을 잊기도 한다. 지금 당연하게 쓰고 있는 단어들은 현재에서는 원뜻대로 쓰이지 않고 그 의미를 잃어버린 것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은유는 컴퓨터가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이다. 디지털화와 빅데이터가 해내는 것들은 매우 정밀하고 놀랍고 빠르지만 제대로 구조화되지 않고 예상치 못한 가변적인 입력물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벽에 생긴 얼룩에 사람 얼굴을 연상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에서 아는 사람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너무 파격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설복이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독자가 될 것이다.

우리의 정신과 행동을 이끄는 매커니즘을 그동안 잘못 알았기 때문에 많은 오해가 생기고 잘못된 해석을 낳았다.

 

인간이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 때문에 과거의 지식을 폐기하기가 참 어려울지도 모른다.

종교적 믿음이 아무리 틀렸다는 것이 밝혀져도 여전히 종교를 믿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구가 평면이고 하늘에는 신이 있고 땅에는 지옥이 있다고 믿었던 고대의 믿음은 우주의 존재가 드러나고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것이 밝혀졌어도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공간 어디엔가 신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무의식의 존재도 그 어딘가에 있다는 믿음을 버리기 힘들지 모른다.

그것은 뇌가 떠올리고 상상해낸 것들이 너무나 그럴듯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굉장히 놀라웠고 새롭고 즐거운 이야기기도 했다.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질지 그저 하나의 계파로 여겨질지 추이가 궁금해진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지식과 관점에서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아주 재미있게 읽힐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