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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판을 위한 36계 병법 - 생각을 꿰뚫어 승자가 되는 방법
임유진 지음 / 미래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어릴 적 유일하게 읽은 책이 삼국지였다.
책을 전혀 읽지 않던 내가 삼국지를 읽은 이유는 띄엄띄엄 본 TV의 만화 삼국지 영향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되새김질을 해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본 삼국지가 조풍연의 12권짜리 소년 삼국지였는데, 후에 알고보니 일본 작가 '요시가와 에이지' 의 삼국지를 베낀 것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이문열이 삼국지를 출간하기 전이었는데, 이문열도 요시가와 에이지를 벤치마킹해서 평역 삼국지를 출간했다고 밝힌것처럼, 각색을 가미한 삼국지였다. 그 이후에도 여러가지 삼국지를 읽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읽었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후에 삼국지의 영향으로 열국지와 초한지, 수호지 등의 중국 연의 등도 읽게 되었다. 중국은 싫어하지만 중국 고전은 참 좋아했다. 그러다 소설로 된 것이지만 손자 병법도 읽었다. 열국지에 있는 내용과 많이 겹치는 스토리 위주였는데, 전략과 전술 위주로 된 병법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 책은?
오랫만에 읽은 중국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36계>라는 병법서를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편찬한 것이다. 누구나 36계 출행랑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텐데, 병법서로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잘 모른다. 중국 고전 7가지 병서 중에서 오자 손자 육도 삼략 사마법 이위공문대 율요자 등을 7대 병법서라고 하는데 거기서 빼어난 항목을 골라서 수록했다고 한다. 손자병법처럼 한 모사가 직접 쓴게 아니고 후대 사람이 편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거기에다 현대의 전술이라 할 수 있는 사례들, 반도체 기업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의 일화들도 실었다. 36개의 계책에 각각 5~8개 정도의 에피소드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100개가 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삼국지를 10권짜리로 읽었든 만화로 읽었든 단권으로 읽거나 게임만 해봤던 간에 조조나 제갈량 방통 등의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을텐데삼국자의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온다. 삼국지의 후한 이전 항우와 유방의 항쟁, 더 이전의 춘추전국시대 고사부터 현대까지 망라하고 있기 때문에 폭 넓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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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사람도 미인계, 고육계 반간계 등은 들어 봤을 것이다.
익숙한 사자성어가 많이 나오는데, 삼국지와 열국지에 수록된 에피소드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이미 아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 의미를 전술의 관점에서 읽었기 때문에 새롭게 보일수도 있다.
다만 관점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될 여지가 있어 보이는 부분도 있었는데, 이건 뭐 시험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답이 여러개일 수가 있다. 해석을 무슨 답처럼 여기는 것보다는 다른 방향의 의견도 생각해보고 의문 제기도 해보는 것이 독자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일 것이다.
해석은 원래 여러가지로 하는 것이 맞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 어떤 의도대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청자가 그것을 다르게 해석했다고 하면 청자가 틀린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독자의 권리이고 재생산이 된다. 그래서 문학이나 영화에서 작자는 의도적으로 모호한 결말이나 장치를 집어넣기도 하는 것이다.
고사를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었다
고사에 자세한 해설과 해석등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자성어가 나온다고 골치아파 할 것 없다. 알고보면 별것도 아니다.
'상인' 이라는 말은 주나라에게 망한 상나라 사람들이 떠돌아 다니면서 장사를 하곤 했기 때문에 상나라 사람이라는 뜻으로 상인이다. '기우' 라는 고사도 기나라에 살던 사람이 '만일 하늘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해야 되나?' 라는 걱정에 잠을 못이루고 고민을 했다는 이야기에서 쓸데 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낄끼빠빠라는 은어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 라는 뜻인 것과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아직까지도 한자는 어렵고 지식이 높은 사람들이 익히는 문자로 인식이 되고 있는데, 현대에서는 새로운 지식을 배울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글자 자체를 배우는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낭비가 될 수도 있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세종 창제 후 500여년 간 천대를 받아왔던데 비해 한자는 어렵고 식자층들에게만 전파가 되었기 때문에 수준이 높다고 생각했었으나 이제는 글자 자체를 복잡하고 어렵게 익히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최신 연구 지식을 익히는데 거의 도움이 안된다. 국제어인 영어를 잘 하는 것이 훨씬 나을텐데 영어와 한자를 둘 다 쉡게 잘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이야 말로 훌륭한 언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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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 활용법?
중국 고전이 세계 1,2차 대전 장군들이나 각국의 지도자들, 현대 기업 CEO들까지 감명깊게 읽고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들을 어디선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삼국지를 3번이상 읽은 사람하고는 이야기도 하지말라' 는 말도 유명하다. 그 말은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이문열 삼국지의 인기 기폭제가 된 서울대 수석입학생의 논술에 도움 되었다는(광고성이 짙은 것으로 의심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읽고 나면 똑똑해진다는 이야기로 들리고, 그저 권모술수를 이용한 속고 속이는 계책을 배워 교활한 사람이 될테니 상대하지 말라, 3번이상 읽지 말라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3번 이상 읽은 당사자가 나인데, 사실 별로 달라진 것은 잘 모르겠다. 똑똑해 지는 것은 더욱 모르겠지만서도 잔머리 굴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저 재미로 읽은 것이기 때문에 어릴 때 읽을 때는 싸움 잘하는 장수들과 신비하고 영웅적인 이야기들에 취해 읽었고, 커서는 모사들의 전략과 전술에 집중해서 읽었고, 더 커서는 군주들의 인간관계와 정치에 집중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구체적으로 삼국지 등의 중국 고전이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명확히 말할 수가 없었는데, 이 책에서는 현대의 이야기를 가미해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고전을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을 하고 현대에 적용하고 응용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고전은 원전 그대로에 충실한 책을 좋아하고 저자의 주관적 생각이 많이 들어간 고전은 별로 좋아하질 않았다.
그렇게 된 계기가 이문열의 삼국지 때문인데, 삼국지를 읽고 평전을 따로 읽어보면 다 있는 이야기나 그저 하나의 관점으로 여기면 될 것들을 소설의 중간 중간에 자꾸 삽입을 하니 역자가 간섭하는 느낌이 들고, 흐름이 끊어지는 기분이 들어 읽기가 거북했다. 나는 소설을 읽는 것이지 정사를 읽는게 아닌데 자꾸 비교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 지식이야 평전을 읽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거나와 삼국지 연의는 그야말로 연의지 정사가 아니다. 역사를 알고 싶으면 정사 삼국지를 읽던지, 원래 역사적 사실과 비교를 하고 싶으면 평전을 읽는게 낫다. 그래서 누가 삼국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문열은 읽지 말라고 한다. 김구용이나 황석영을 추천하고 있다. 평역 삼국지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컸기 때문에 덩달아 연의가 아닌 책들도 원전 그대로를 중요하게 생각해버린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일단 소설이 아니고, 36계 자체가 연의가 아닌 여러 병법서들을 엮은 것이며 각 계책에 들어맞거나 비슷한 에피소드들을 삽입한 것이기에 해석과 재미의 관점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배울 점들도 많은 방식인것 같다.
고전을 원전 그대로 읽는 것도 좋겠지만, 주석이 없다면 한자를 해석할 한자 실력이 없기도 하거니와 앞으로 공부할 생각도 없기 때문에, 한자보다는 영어공부가 개인적으로 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형식의 서적이 나에게는 잘 들어맞는 것 같다. 중국을 매우 싫어하지만 중국 고대 시대의 지혜는 인정을 할 수 밖에 없고, 지금의 중국과 중국인들과는 관계가 없기도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종종 중국 고전은 읽게될 것 같다. 오랫만에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