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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냉장고 -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의 차이로 우주를 설명하다
폴 센 지음, 박병철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9월
평점 :
열역학은 역사상 가장 유용하면서 널리 적용되는 과학이론이라고 한다. 열역학이란 단어조차 잘 모르는 이들도 많지만, 우리와 아주 밀접한 분야기라는 것이다.
열역학이란 열(heat)과 일(work)의 양을 열역학 법칙으로 정의되는 에너지와 엔트로피, 온도 등의 열역학적 변수들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학문(지식백과참조)이다. 열역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한 뒤에 인류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현대 문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열역학이 없었다면 냉장고도 하수펌푸도, 안전한 전기공급망과 생화학까지도 없었을 거라고 한다.
에너지 엔트로피, 그리고 온도 이 3가지의 요소에 대한 이해에서 기술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은인 열역학에 대해 '범우주적으로 통용되는, 우주의 섭리까지 담은 이론' 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상대성이론도 열역학을 기반으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아인슈타인의 냉장고도 열역학과의 연관성 및 그가 생전에 기업들로부터 후원도 받으며 냉장고를 설계한적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알쓸신잡에서 양자학 강의로 유명해진 김상욱 교수가 이보다 잘 정리된 열역학 서적은 보지 못했다고 추천사에서 말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갔다. 어렵지만 양자론을 상식수준에서 알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 책과도 연관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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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으로 너무 유명해졌지만 실은 열역학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태양인데, 에너지와 열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태양과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깝거나 멀다면 물이 증발해버리거나 얼어버릴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엔 4계절이 있지만 덥고 추운 두가지로 나뉠 수 있듯이 열에 작용하는 힘의 운동관계가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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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은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른다. 열역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냉각기술의 발전은 인류를 풍족하게 만들었다. 당연한 듯이 냉장고를 쓰지만 얼음을 얼리는 기술이 개발된지는 생각보다 짧다. 냉장고의 발달이 유통과 식품 무역, 보관 등에 지대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인류가 과거 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살게 되었다고 해도 과인이 아니다.
이 책은 과학계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열역학으로 과학과 우주까지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아인슈타인과 스티븐 호킹 외에는 생소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과학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영웅들이라고 한다. 그들의 인생과 당대의 역사 배경등도 나오기 때문에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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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지식이 부족해 이 책을 읽는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근대 과학사 및 역사부터 철학적인 관점까지 담고 있으며 재미면에서도 훌륭한 교양서라고 하겠다. 과학은 철학과 연관성이 별로 없어보이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 되었다는 것은 철학과 비슷하다.
볼츠만은 물리학계의 베토벤이라 할 정도로 족적을 남긴 인물인데, 부유하게 태어났으나 질병으로 아버지와 동생을 잃고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다행히 비엔나 물리학연구소에서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의 교수로 취직하게 되었다.
열역학의 제 2법칙이 성립하는 것은 운동이론으로부터 직접 유도되는 결과라는 논문을 게재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열은 대체 왜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가에 대한 질문에 주목했다.
오븐을 켰다가 전원을 끄고 문을 열면 부엌전체의 온도가 균일해질때까지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가는데, 오븐안에 있는 공기입자들의 평균속도가 바깥 공기입자들의 평균속도보다 훨씬 빨라지고, 이 상태에서 오븐의 문을 열면 빠르게 움직이던 입자와 바깥에서 느리게 움직이던 입자들이 문 근처에서 수시로 충돌한다. 볼츠만은 이 충돌 과정이 열역학 제2법칙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될거라고 생각했다.
소수의 분자들이 에너지를 독점하는 경우의 수보다 여러 개의 분자들이 에너지를 골고루 나눠 갖는 경우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확률적으로 드문 배열에서 출발한 물리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상적인 배열에 가까워진다. 분자들 사이에서 무작위 충돌이 여러 번 일어나면 열이 골고루 퍼진 배열에 대한 경우의 수가 열이 집중된 배열에 대한 경우의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열이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흐르는 것이라고 한다. 반대로 될 수도 있으나 희박한 확률, 경우의 수로 나타나게 된다.
볼츠만은 살아생전에 반대론자에 시달리고 안타까운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자신이 물리학계의 영웅으로 기억될 줄 몰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모르던 인물이지만 참 안타까운 인물이라 관심이 많이 갔다. 이렇게 열역학을 기반으로 한 과학자들의 생애와 업적, 그들의 이론은 어떤 것인지를 잘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설명은 어려운 공식 없이도 잘 풀어서 해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과학이론은 나에게 무척 어려운 것이라 이해될 듯 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잘 기억이 안나는 것들이다.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쉽고 재미있게 다가올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과학자들의 탐구 여정을 읽으며 과학 정신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과학정신은 인간의 편향성에 도전한다.
과학자 자신의 이론이라 할 지라도 그것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가 정립한 반증가능성, '모든 과학 명제는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 는 과학자들이 자기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과학정신이 되고 있다.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과학자 뿐만아니라 모든 사람들이(특히 정치 등)배우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