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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 -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
제나라 네렌버그 지음, 김진주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1년 9월
평점 :
민감하다는 말이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것 같다.
다른 사람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을 왜 민감하게 구느냐라고 핀잔을 줄 때 주로 사용하곤 한다. 민감한 사람은 그 민감함을 숨기고 사회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별종 취급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은근히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 표편성을 강요하고 강박적으로 남과 비교하는 사회에서 예민한 사람은 보편적 질서를 해치는,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일 뿐이다. 예민한 사람도 불편한 것이 있어도 참고 삭이는 데 익숙해 지지만 결코 적응은 되지 않는다. 여전히 신경이 쓰이지만 참으면서 점점 스트레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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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상과 불화하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 이라는 부재를 가지고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자폐증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로 비정상의 범주가 아닌, 다양성의 범주에서 보려는 시도를 지칭한다. 사실 심각하지 않은 가벼운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는 사람은 수없이 많다.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도 평소에나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과장을 보태면 그런 문제가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의 범주로 나누는 사회속에서 우리는 그런 면들을 애써 감추려고 하다가 병으로 키워나가기도 하는 것 같다. 증상의 크고 작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
신경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알게 되니 이런 신경의 특성으로 인한 다름을 우리 사회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이야기지만, 특히 정치 사회적으로 억압된 교육을 받고 자란 70,80 세대는 물론이요 요즘 세대도 많은 사회 문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세대엔 학창시절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단체로 기합을 주는 교육 문화 때문에 매를 맞고 벌을 섰다. 모범생이 아닌 사람은 아예 수시로 두들겨 맞고 자랐다. 그런 억압속에서 문제없이 자라기가 더욱 힘들다.
뇌 신경의 차이로 예민한 사람들은 더더욱 상처를 받고 살았을 것이다.
나는 단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수없이 두들겨 맞았다. 내 앞날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교사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반 실적, 자신의 학업 실적을 위해서 학생들의 미래를 매질하는 것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래서 맞을 수록 더 오기가 생겨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둔감한것처럼 다루어 졌으나 사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다. 참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것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나중에 예민한 사람들만이 걸린다는 병이 나고서야 알았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억울하기도 했다. 그저 다른 사람과 아주 조금 다를 뿐인데, 마음 약하고 민감한 사람일 뿐인데 아무말 하지 않고 참고 있어도 그저 문제아 취급을 받고 낙오자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이 책의 민감성이라는 주제가 나에게는 와닿는 점이 참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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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여성에게 촛점을 맞춘 책이다. 아무래도 여성들이 더 민감하고, 저자도 여성이기 때문에 그것에 촛점을 맞춘것 같다.
그 사실을 책을 읽기 전에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표시를 해놔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는 예민해서도 안된다는 말인가.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 새끼들이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는 이유로 매도 당해서 죄를 씌우는지 모르겠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여자라는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도,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나라를 지키라는 강요도 그 문제 자체가 개별적으로 부당할 뿐 '누가 더' 라는 애들 싸움 처럼 다루어져서는 안된다. 남자도 섬세하고 나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시 당하고 억압당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이 있지만 여성을 위해서 쓰여져 있기 때문에 남성들이 보면 소외당하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이유가 있다.
저자에 의하면 스티브 실버만의 뉴로트라이브가 자폐를 지닌 남자아이와 성인 남성에 초점을 맞춰 신경다양성을 조명했기 때문에, 남자를 위한 책이 이미 있기 때문에 여성에 촛점을 맞췄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책 표지에 표시를 안해놓은 것만 문제가 된다. 원제는 Divergent Mind인데 원제의 제목에도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제목은 아니다. 책소개와 뒷 표지와 책 소개에 여성들이 읽어야 할 책 이라는 식의 문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예 여성만을 대상으로 한 책인지는 읽기 전까지는 몰랐다.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사회가, 그리고 개개인 스스로가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자신 스스로도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과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르다는 것은 나쁨이 되기도 하고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집단의 가치를 중요시하고 개인은 희생을 하길 강요하는 문화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는 그게 문제인지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다고, 여자가 여성스럽지 못하다고 차별을, 다른 성별은 물론 같은 성별끼리고 아주 쉽게 지적을 하고 문제를 삼는 것이 한국 사회다. 사실 이 책에서 민감성에 대한 해결책을 기대하고 읽었으나 민감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인지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사회학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다. 특정 성별에 치우친 것을 겉에 표기를 하지 않은 점은 아쉬우나, 취지는 좋았고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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