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치심에게 - 힘들면 자꾸 숨고 싶어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최경은 옮김 / 타인의사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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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이라는 단어는 숨기다 라는 표현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남에게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났을때나 비난의 대상이 될 때 등에 수치심을 느낀다. 학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수치심을 경험을 했을 것이다. 선생님이 일어나게 해서 무엇을 물어보았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했을때,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거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을때 어디론가 숨거나 없어지고 싶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수치심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수치심이 무엇이며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 그것이 어떤 감정을 일으키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책에 의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때 드는 감정도 수치심의 범주안에 있다고 한다. 그런 감정이 심화되면 조금 창피한 정도에서 자신이 싫어지고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자신을 혐오하기에 이른다. 수치심이 들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몸이 오그라들고 위축이 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나는 미용실에서 커트를 할 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꾸 나도 모르게 몸이 위축이 되는 느낌이 든다. 기억은 안나지만 추측컨데, 어릴적에 미용실에서 좋지 않은 경험이 있어서 반사적으로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죄책감이 나의 행동에 반응을 하는 감정이라면 수치심은 내 존재 전체와 관련이 있다. 자존감에 영향을 미치는 감정이고 소극적으로 위축이 되면서 무력감도 느껴진다.



 

내가 표현한 것과 나한테 돌아오는 반응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만 이런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을 수 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금세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된다.

46p

자존감(self -esteem)은 자기에 대한 평가이고, 자기감(sense of self)은 자기에 대한 느낌이다. 수치심을 느끼면 자존감과 자기감이 어떠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는데, 부모에게서 사랑을 받지 못한 자녀들은 이것이 결핍이 되어있고, 수치심을 느끼게 되면 더욱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같은 현상이라도 받아들여지는 타격의 강도가 다르게 되는 것이다.

 

개인적인 얘기를 해보자면 아버지는 화를 잘 내고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분이었다. 늘 혼날까봐 무서워 했고 눈치를 보았다. 반면 어머니는 사랑이 많은 분이라 내가 잘못하면 혼내기도 했지만 결국 사랑한다는 것을 일깨워주곤 했다. 말썽꾸러기였던 나는 학교에서도 많이 혼났고, 문제아이고 가치가 없다는 평가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래서 자존감이 바닥을 기었지만 그래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나마 별 탈없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존감이 바탕이 되는 내적 지지는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되어준다. 이것은 어릴적 부모님에게 미러링과 지지를 받았던 감정이 뿌리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미러링은 열린 마음으로 경계심 없이 나와 눈과 감정을 눈빛 목소리 및 어휘 선택 보디 랭귀지 등을 통해 상대방과 교감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특히 어린시절 부모와 아이들이 교감을 나누면서 함께 호흡하고 같은 파장을 느끼고 반응을 느끼는 감정과 정서의 교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전반에 걸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도 다들 아는 영화 감독을 모르는 - 주변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것도 모를 수 있냐는 눈초리를 받는 - 수치심이 들만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자신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듯 자존감 여하에 따라서 같은 상황이라도 타격의 강도는 다르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가장 중요한 사람을 통해 형성된 내적 지지는 어른이 되어서도 나를 따라다닌다.

그 경험은 어른이 되고 중년이 되어서도 나를 따라다니며 마음속에 나타나 우리를 지지하거나 비난하거나 하는 자아와 융합한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스스로 진단해보고 인식을 하는 것이 출발일 것이다.

 

 

 

수치심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한건 반드시 그 위에 빛을 비춰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공감의 눈길을 통해 그 빛이 전해져야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자신의 모습에 다가가더라도 의식 안의 빈자리가 우리를 삼켜버리지 않는다.

이 책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해석으로 '수치심'이란 주제에 대해서 풀어낸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내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아버지의 못마땅한듯한 시선은 저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는데, 한국의 그시절 많은 가부장적 아버지들의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이런 내적지지가 부족하면 불안해지기 시작하고 심하면 공황장애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어린 시절은 이미 지나갔고 되돌릴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자녀가 나와 같은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보듬어 주는 것과 나 스스로 내적지지를 보완하는 것이다.

 

상처를 서로 솔직히 털어놓고 교감을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많은 연인들이 이런 단계를 거치고 나면 더욱 깊은 사이가 되는 이유도 수치심 없이 내 아프고 복잡한 감정을 교류하고 털어놀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외국 작가의 책이 이렇게 공감이 되고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치 상담가에게 직접 상담을 받는 경험을 한 것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훈훈해지고 힘을 얻는 기분이 든다. 이 책에서 나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은 부드러우면서도 때로는 시원하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정말 알차고 중요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었다. 좋은 책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데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가족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진다. 이 책도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누구나 적용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중요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누구에게나 추천해도 좋을 책이다.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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