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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교육에 대한 10가지 환상 -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에 맞서기
쿠보타 류코.지영은 지음, 손정혜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8월
평점 :
영어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언어가 되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에, 요즘엔 초등학교 시절, 아니 유치원부터 영어수업을 받곤 했다. 아버지 세대때에도 영어교육을 했다고 하니 아주 오래전부터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교육을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동남아 사람들이 더 나을 지경이다.
학창시절 영어는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라고 배웠지만 왜 배워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래서 영어는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과목이었다.
내 학창시절에는 중학교부터 본격적인 영어수업을 했는데, 알파벳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어찌어찌 하다가 알파벳을 알고 있었고 중학교 초반에는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으나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점점 뒤쳐져버리게 되었다.
그러다 서른이 넘어서 책에 관심을 갖고 뒤늦게 공부를 하고 싶은 분야가 생겨서 공부를 하다보니 한글로 되어있는 책들의 참고서적이 죄다 영문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지도 않는지 낡은 지식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도 있고, 그냥 영어권 국가에서 연구된 지식들을 그대로 가져다가 익히기만 하는 것같았다. 그래서 그 학문을 더 깊게 이해하려면 영어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겠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냥 하고 싶은 학문이었고 시간도 없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제대로 하질 못하게 되었다. 다만 예전과 다른게 있다면 영어가 필요하단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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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공저자 쿠보타 류코, 지영은은 응용언어학에 대한 전문가이며 사제지간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영어에 대한 맹신과 미국 중심에 대한 영어의 문제점과 환상을 파헤치고, 현실에서 통용되는 진짜 공용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래 전 글로비쉬에 관한 책을 한 권 본적이 있었는데, 이 책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럽등지에서도 영어는 필수처럼 취급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알고 있지만, 미국식 영어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우리가 콩글리쉬에 가깝다고 받아들이는 발음의 영어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사용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동남아 등지에서도 영어를 사용할 일이 있는데, 우리가 듣기에 굉장히 이상한 발음으로 영어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또한 이상하게도 외국인들이 나보다 그 영어를 더 잘알아듣는 것이었다. 오히려 한국식 영어발음과 동남아식 영어발음이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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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백인국가도 아닌 우리나라가 백인에 대한 환상이나 인종차별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실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는 어르신 조차 백인과 흑인을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한다고 한다. 특히 동남아사람들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한데, 한국 공장에 근무하는 한 동남아인은 대학 학위에 3개 국어를 하는 재원이었는데 돈 때문에 한국 공장에 다니고 있었다. 배우자는 학교 선생님이었는데, 한국의 거래처 사장이나 그 외국인을 대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 외국인이 못배우고 무식하고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서툰 한국말을 비꼬기도 하고 심지어는 손지검까지 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평소에 나쁜 사람들이 아닌 그저 다른 내국인들에게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놀랍다.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볼때는 매우 인종차별적이다. 동남아에 자주 가면서 여러 한국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곳에서조차 동남아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러면서도 인종차별이라고 지적하면 인정하지 않고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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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가 영어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고정 관념들을 깨부수게 해주고, 환상이 아닌 현실적 영어에 대한 학습을 목표로 삼도록 유도한다.
영어에 대한 환상이 오히려 학습에 대한 공포감이나 부진을 가져오게 되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일하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자국 언어로 발음을 적어서 익힌다. 하지만 우리에게 영어발음을 한글로 적어서 읽는다는 것은 무식하고 몰지각한 일로 인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제시대 많은 한국인들이 영어를 실제로 잘했고 한글로 영어발음을 적었다고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에도 한자 발음을 표기하기 위한 문자로서 한글을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창제를 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기 가장 좋은 언어가 한글이라고 한다. 한글은 훌륭한 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영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영어를 공부할 생각이 충분히 있는데, 너무 잘하려는 부담을 하기전부터 갖는 것보다 어느정도 바뀐 인식으로 마음 편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오히려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동남아 등지에서 어설픈 영어를 사용하면서도 그렇고, 서구권 사람들도 그런 이상한 발음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