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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예술가들 - 스캔들로 보는 예술사
추명희.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지인중에 정통문학가가 있는데, 보통사람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감정적이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사물을 볼 때 남들이 못보는 관점으로 예리함이나 색다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같은 영화를 봐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예술가란 무엇인가. 예술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인데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는 미적인 창작을 하는 행위라는 뜻이 있다. 창작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다 예술가는 아니다. 누구나 창작을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인정받지는 못한다. 예술은 인간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작품인데 거기에 개성이나 희소성이 필요하다. 똑같고 비슷한 것을 생산하는 것은 사람들이 보기에 예술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것을 생산하는 예술가들은 그래서인지 독특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모양이다.
이 책은 세기의 유명 예술가들의 스캔들을 훔쳐보면서 예술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예술은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은 흔하기 때문에 자연히 희소성이 있는 작품들이 눈에 띄게 되고 그건 것들은 뭔가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움이 있으면서도 다른 작품들과의 차이점을 보이는데 그것에 얽힌 이야기나 담긴 메세지들을 읽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일테다. 그래서 고전 작품들은 문학작품을 포함해서 창작자의 인생이나 가치관, 시대적 배경을 알고 나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나는 예술작품에 대한 배경을 굳이 이해를 할 필요없이 지금의 내 관점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현재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내식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감상이고 감상자의 권리이며 예술이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작품의 재 창작과도 같다. 한 편의 영화를 감독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내 개인의 경험과 치환하여 해석을 한다해도 틀린 것이 아니다. 영화는 시험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 일부러 낯설게 하거나 일부러 모호하게 만드는 것도 기본적인 예술 기법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서도 작품의 시대배경이나 예술가에 대해서 알고 보는 것은 배제할 수 없는 감상법이며 즐거움일 것일텐데, 이 책은 그런 취지에 부합하는 책이라고 하겠다.
종교와 도덕관념이 강했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있다. 당시의 귀족들은 지금에도 영향을 미치는 보수적인 관념을 지니고 있는데, 성적인 문제에서 특히 그랬다. 성적인 것은 죄악인것처럼 치부가 되었고 겉으로는 그것이 엄격하게 지켜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사람은 통제한다고 해서 통제 되는 존재가 아니다. 어느정도는 통제가 된다해도 본능적 욕구는 막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것들 외에도 암암리에 그런 욕구 분출의 대상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은 귀족들의 사교모임에서 특히 드러나는데, 그 중심에 예술가들이 있었다. 이 책에는 크게 두 부류의 예술가들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음악가와 미술가이다. 현재도 그런 편이지만 이 두 장르가 당시에는 특히 주류의 예술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가들은 남들보다 예민하고 감성적이어서 그런지 사랑에 많은 열정을 쏟아왔다.
피카소는 여섯 명의 공식 연인과 두명의 아내를 비롯해서 수 많은 여인들을 만나왔다고 한다. 14살에 이미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하는데 자살한 친구의 연인을 비롯 모델들과 문란한 성생활을 즐겼다고 한다. 페르낭드와 동거할 때 그 유명한 아비뇽의 처녀들을 그렸는데, 사랑하던 에바가 결핵으로 사망하고 발레리나 올가와 결혼을 했지만 자녀를 낳고 사이가 소원해졌지만 양육비와 재산 분할 문제로 이혼을 하지 않고 그대로 여러 여인들을 만나고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유명세와 별개로 도덕성에서는 빵점수준이었다고 하는데, 많은 재산과 여인들과 유명세를 탐하며 93세까지 장수했다고 한다.
바그너는 배우인 민나를 만나 사랑을 하고 이른 결혼을 했지만 계속해서 바람을 피웠다.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인연이 닿는 여자와 거의 다 사랑을 했다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별거하던 민나가 아프자 병수발도 해주지만, 민나가 세상을 떠나자 불륜상대이자 가정이 있었던 코지마와 결혼을 했다.
모네와 고흐의 사랑도 흥미로웠다. 사후의 유명세와는 달리 가난했던 고흐는 과부가 된 사촌 케이를 사랑했다. 동정심이 많았다고 하는 고흐는 불행한 노숙자 매춘부 시엔을 사랑한다. 고흐와 헤어진 후 고흐처럼 힘든 삶을 살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종교에 심취한 고흐는 가난한 탄광촌 마을에서 선교를 하며 동생 테오가 보내준 생활비로 연명해나간다. 결국 종교를 버리게 되고 그림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며 늦은 나이에 화가가 된다. 무절제한 삶은 정신적 고통과 함께 고흐를 힘들게 만들었다. 고갱과의 갈등으로 인해 귀를 잘라내고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고독하게 죽어간 고흐는 37세로 삶을 마감한다. 그가 그림을 그린 기간은 10년 밖에 되지 않는데 수 많은 작품을 남겼고, 사후에 엄청난 유명세를 안게 되었다. 고흐의 작품은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데, 생전 가난했기 때문에 싸구려 물감을 쓴 나머지 현재에 고흐의 그림은 변색이 되고 있다 한다. 그림 한점만 해도 몇백억에 팔리는 고흐의 작품이지만 피카소와 달리 생전에는 그 부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지만 바람둥이로 너무나 유명해서 그 자체의 대명사로 쓰이는 이름 카사노바 또한 예술가였다고 한다. 애정행각으로 너무 유명해서 가려져있지만, 음악 미술 작가 등에서 재능을 피웠지만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을 뿐이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예술가가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에 예술가로 볼 수 있는데, 가장 유명한 것은 그의 행각이 알려지게된 자서전이다.

피카소를 보면 예술가들은 도덕성하고는 별로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동정심이 많았던 고흐는 자신이 불행한 삶을 살았고, 카사노바 못지 않은 여성 편력이 있었던 피카소는 장수하면서 자신은 즐거움과 유명세를 누렸다. 카사노바도 자신의 예술이 성공적이었다면 바람둥이가 아닌 예술가로 기억됐을지 모르고 반대로 피카소가 유명세를 떨치지 못했다면 지금쯤 피카소가 바람둥이의 대명사이지 상징 그 자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유명세만큼이나 괴팍한 삶을 살다간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그 당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과장이나 거짓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해도 독특한 인생을 살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각 인물 당시의 사회 분위기 등을 읽어내는 것도 재미있었고, 잘 모르던 유명인들의 인생과 사랑 이야기를 읽는 것도 아주 재미있었다. 자극적인 가쉽과 역사와 재미와 교양지식을 다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