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침착한 편이지만 때로는 나도 모르게 화가 나고 큰소리와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종종있다.
특히 운전을 할 때가 그러한데 운전경력 17년 동안 차대차 사고가 난 적이 없는지라 조심을 하는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는데, 때로는 도로에서 너무 매너가 없고 이기적이며 막무가내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특히 화가 난다.
얼마 전에도 좌회전신호를 받아 유턴을 하려는데 느닷없이 거의 닿을만한 간격에서 2차선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어 급정거를 한 적이 있다. 화가나서 소리를 지르며 경적을 울렸지만 그 차는 좌회전으로 달아나 버리고 말았다. 쫓아가서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돌아왔는데 화가 가시지 않았다. 조금 빨리가려다가 그런식으로 무리한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정체를 불러올텐데 말이다. 운전경력이 오래되어 어느정도 예상을 했기에 망정이지 정말 아슬아슬하게 부딪힐뻔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고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가 가시지 않을까? 나의 폭력성 때문일까? 생각 같아서는 쫓아가서 내려서 멱살을 잡고 주먹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사람이 실수를 하긴 했지만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무슨 큰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화가 이리 나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분노라는 감정에 대해서 그 감정의 역사와 원인을 추적하고 있는 책이다. 현대사회에는 다들 분노에 차있는 것처럼 보인다. 안면도 없는 사람을 운전하다가 쉽게 쌍욕과 반말을 하면서 싸우게 되는 과정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저자는 분노를 3가지 관점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것을 3가지 파트로 나누어 이 책을 구성했다.
1장에서는 거의 절대적으로 거부되는 분노에 대하여 라는 주제로 분노를 다스리려고 했던 담론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많은 종교의 지도자들이 이 분노를 버리라고 말을 하고 있는데, 특히 불교에서는 마음을 수련함으로서 분노에 대응하고 있다. 명상과 마음챙김은 불교에서 주로 쓰는 방법이다. 명상으로 상대와 나의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다.
불교는 사실 신이 없는 종교이다. 부처는 자신을 신으로 섬기지 말라고 말했다.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라는 것이다. 신으로 섬기기 보다는 위대한 인간으로서 봐야할 것이다. 다른 종교들에서는 분노를 신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 신의 뜻이라고 그저 순종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측면으로 비친 신의 뜻은 그렇지만 반대로 나쁜짓을 해도 신의 뜻이라는 감투를 씌울 수 있을 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든게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기에 인간에게 끝없이 간섭하고 규율을 요구하는 것이다.
신이 없다고 확신하지만 있다고 쳐도 신은 인간들이 그저 자신을 신경쓰기 보다 이생의 삶에 충실하길 바라지 않을까 싶다. 만물을 창조할 정도로 전지전능한 신이 개인의 사소한 일에 간섭하고 신경쓸 시간이 있을까 싶다. 인간들은 개인적이고 사소하며 때로는 지극히 이기적인 소원을 신에게 소망한다. 그렇다면 신은 알라딘 램프의 요정인것인가.
2장에서는 악덕과 미덕사이의 분노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분노를 다룬다. 정당한 분노라고 합리화하는 발상은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특정 종교나 집단의 분노는 정당하다는 생각이 각종 분쟁과 전쟁, 테러를 정당화시키려고 한다.
저자는 분노가 고결한 분노라야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분노 이외에도 다양한 분노들을 다루며 그것이 꼭 정당화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어떤 분노든 그저 분노에 관해 전수되어 내려온 수 많은 해로운 생각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어떤사람에게는 천인공노할 분노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이 분노는 이 책의 말대로 사회학과 전통, 그리고 집단에 의해서 학습되고 전파되고 당연시 되고 합리화되어온 대응방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3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분노에 다하여 다룬다. 오래전에도 분노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고 한다. 분노에 대한 의학적 접근은 철학과 신학으로 확장되어왔다.
이 책에서는 분노에 대한 해결책을 다루진 않는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닌 인문서적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라면 어떻게 분노를 해소할 것인가를 중점으로 다루겠지만 이 책은 말 그대로 분노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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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답을 찾기 위해서 명확한 것을 원하는 사람은 그 답이 자신과 맞지 않으면 혼란을 느낄것이다.
그러나 분노란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지, 선인들은 분노를 어떻게 다루어왔고 어떤 연구와 이해를 했었는지를 생각해보다보면 어떤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분노란 그 원인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한가지 답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깊은 생각을 하면서 내 분노의 원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한동안 가라앉지 않던 분노가 이상할정도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분노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면서 관점이 어느정도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분노를 하지 않을까?
아니다. 적절한 분노를 할 것이다.
어느정도 분노를 표출하고 살아야지 참기만 하면 병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책에서 이야기 했듯이 사회적으로도 숨겨진 분노는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쌓인 분노는 나도 모르게 폭발하는 것처럼 터져나올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분노는 적절히 표출할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뭐든지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다. 분노를 너무 안해도, 매번 분노를 해도 문제인 것이다.
만약에 분노가 병이 안된다 하더라도 참을만큼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분노를 표출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더 현명하게 분노하게 될 것이다. 이 분노가 왜 일어나며 나에게 필요한지 아니면 해악이 될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할 것이다.
분노는 어느정도 당연한 감정임을 인정하는 것이 분노가 무조건 잘못이고 나는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를 하되 분노를 잘 다스리도록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