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무기력해지도록 - 게으름, 우울증, 번아웃의 심리학
한창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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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고 느린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던 나는 그것을 벗어나고자 한 적도 많았는데, 성격이 느긋한 것도 있지만 게으름이 몸에 베여있었다.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즐거웠기 때문에 그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게으름이 잘못은 아니다. 잘못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들은 사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게으르다고 남에게 악영향을 끼치거나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지는 않는다.

다만... 나 자신에게 좋지 않은것 같았기 때문에 그것을 바꾸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도, 읽고 싶은 책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마음은 늘 많은데 행동이 따르지 않으니 그저 내 게으름을 탓할 수 밖에. 자책은 자기 혐오를 낳고, 자기 혐오는 무기력을 낳는 순환이 계속 된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헤어나오기는 쉽지 않다.

 

일단 무기력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 몇가지에 속하는데 체력이 부족할 때, 의지력이 낮을 때, 일에 대한 자율성이나 통제권이 없을 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등이다. 우울증이나 정신 건강이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한다. 1부에서는 이런 무기력감의 원인을 소개하고 간단한 테스트등으로 자가 진단을 할 수 있게 구성이 되었다.

저자 자신도 무기력에 빠져든 적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했고, 의학자로서 그것을 벗어나는 방법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생물은 목표지향적으로 설계되었다. 생물의 목표는 생존과 번식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 목표를 완수하면 곧 죽음으로 향하는 생물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인간은 진화를 거듭하면서 복잡하고 다양한 행동들을 필요로 했고 지능의 발달을 가져왔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고 어떤 생물보다 성장기가 길고 복잡하다. 단순하게 유전자 전달이 목표가 아닌 - 물론 이것은 인간에게도 남아 있는 본능이기도 하지만 - 목표 지향적인 생물이 되었다. 그래서 목표가 없으면 사람은 우울해진다.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목표를 갖게 하는 것은 열망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야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는 자체에 보람을 느끼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의욕이 솟아야 하는데 그것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의욕이 솟을 가능성이 더 많다. 집에서 게임만 하는 폐인도 게임은 열심히 할 수 있다. 영화나 티비를 보는 것도 보고 싶어서 보는 경우가 많다.

 

한 때 하고 싶은 꿈을 꾸었으나 현실에 부딪쳐 포기하게 되었다. 그 일을 못하는 것은 아니었고, 나름 자신도 있었으나 어느정도 성과를 이루어도 금전적으로는 형편없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하고 싶었으나 넉넉한 형편이 되지 못했으므로 그 꿈을 포기했는데, 그 이후로 일이 더 재미가 없어졌다.

한 때 1억을 약간 넘는 실수령 연봉을 받았지만 별로 행복하지는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몸은 힘들지 않으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었고, 한 두 해는 괜찮았으나 7년을 넘어가니 한계에 도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봉이 1억이라고 해도 큰 부자가 되지는 않는다. 원래 재산이 별로 없던 사람은 그저 좀 더 풍족하고, 좀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사치를 부릴 수는 있었으나 그게 행복하지는 않았다. 돈을 못벌던 시절엔 그것만 되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는데, 막상 되보니 서울에 집한채 사기도 힘든 것이었다. 수십억을 벌면 모를까 나에겐 돈이 큰 기쁨이 되지 못했다. 증권사를 다니며 10년 이상 억대 연봉이었던 지인도 넉넉하긴 해도 부자가 되지는 못했다.

 

이렇듯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무기력했던 원인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하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규칙적인 생활과 수면, 운동, 의욕을 불러 일으키는 루틴 등을 설정하여 의욕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기 싫더라도 일단 시작을 하면 또 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실패와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무기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실패에서 회복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회복 탄력성은 훈련을 통해 강화가 되니 내 회복 탄력성이 낮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자기 효능감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자기효능감 하면 늘 거론이 되는 알버트 반두라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휴식을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몸의 휴식 뿐만 아니라 마음의 휴식도 마찬가지다. 명상과 산책등을 통해 좋은 공기를 마시고 마음을 다잡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무기력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읽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자체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부담을 갖지 말고 책에서 소개된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기법들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라는 노래를 다들 알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강변은 꿈이다. 강변에 살고 싶은 꿈이 있는데 막상 강변에 살면 불편한 것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강변에 살고자 하는 마음, 요즘에는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하고 비슷하다 하겠다. 막상 시골에 가면 많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것을 소망하던 때가 더 행복할 수도 있는 거다. 그러므로 이룰 수 없더라도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길고 긴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끝나고 더 나은 삶이 찾아올거라는 희망을 모두 가졌으면 좋겠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이며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갖는 것만으로도 활력이 될 수 있다. 좀 실수하고 틀리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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