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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어떻게 아이콘이 되는가 - 성공으로 가는 문화 마케팅 전략
더글라스 B. 홀트 지음, 윤덕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7월
평점 :
브랜드의 인지도는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때 많은 영향을 끼친다.
가격이 비슷하다면 유명 브랜드 제품을 두고 모르는 브랜드 제품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때로는 잘 모르는 제품도 아는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구입을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삼성은 국민이 신뢰하는 브랜드인데, 키보드 마우스 헤드폰 등 컴퓨터주변기기에 대해서는 중저가 브랜드에 속한다.
컴퓨터 용품 브랜드를 잘 아는 사람은 특정 브랜드의 상품을 삼성보다 더 신뢰를 하고 구입을 할 것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삼성이라는 이름만을 믿고 구입하기도 한다. 이렇듯 삼성이라는 이름만 달려있으면 아무 제품이나 팔릴 정도로 신뢰도는 높다.
삼성처럼 아이코닉 브랜드로 자리 잡는 브랜드가 있고, 한 때 유명세를 떨쳤으나 지금은 조용이 사라진 브랜드도 있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아예 자리잡을 틈도 없이 사라진 브랜드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품질과 가격, 신뢰 등이 기본적일 것이다.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이 브랜드를 이어갈 수 없겠지만 품질이 좋다고 해서 살아남지는 않는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아이콘이 되는 브랜드를 결정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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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브랜드의 '문화'에 주목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의 정체성과 가치에 주목한다.
90년 대 말 유행했던 스톰과 보이런던 미찌꼬 런던 등의 브랜드는 학생들에게는 고급의 이미지였다. 요즘 명품들의 가격에 비할 바 아니지만 일반 브랜드 보다 약간은 비싼 가격이었고 그 브랜드들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부러움이었다.
우리시대의 문화 영웅이었던 서태지가 즐겨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폭발적인 수요를 자랑했으나 현재는 그저 저가 브랜드로 전락해있고, 그나마 남아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 보이런던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국 브랜드인데, 자유로운 히피문화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X세대라 불리는 90년대 감성과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이렇듯 브랜드의 아이코닉화를 결정짓는 주요 원인은 문화에 있다고 한다. 저자는 누가 읽어도 수긍할 정도로 설득력있게 이 사실을 서술하는데, 코카콜라, 할리데이비슨, 버드와이저, 폭스바겐 등의 브랜드는 미국문화의 시대적 상징들과 연결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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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었을 때는 책이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나 읽을 수록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브랜드와 얽힌 문화를 중심으로한 역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역사책이기도 하다. 어떤 브랜드는 한국에서의 보이런던 처럼 사라지거나 희미해지고, 어떤 브랜드는 시대가 지나도 계속 살아남는지에 대한 비밀을 이 책에서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의 아이코닉 브랜드화를 보통 창업주나 임원들의 탁월한 아이디어와 사고 방식에서 온 마케팅 전략이라 보았던 많은 책들과는 달리 문화브랜딩에서 온다고 본 것이다. 그것은 의도적일 수도 있지만 그저 시대적 우연이 빚은 경우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마케팅은 때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인종차별과 반페미니즘을 은근히 이용한 광고로 인지도를 넓힌 사례도 이 책에서 소개 되는데, 아시안 혐오나 여성혐오를 판매에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나 레이건도 그런 특정 혐오를 은근히 자극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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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케팅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퍼스널브랜딩에 관한 책도 있었고 마케팅 전략에 관한 책도 있었는데, 그런 책들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전문적이고 탁월한 관점, 세밀한 분석을 하고 있는 책이라고 느껴진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마케팅의 전부는 아닐것이다. 문화에 녹아들어간 방법들이 아니더라도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는 아마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어떤 현상들을 한 두가지 요인으로 다 분석할 수는 없다.
굉장히 많은 요소들이 - 아직 누군가가 발견하지 못한 요소들도 있을 수 있고 - 융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을 하나의 주제에 맞춰서 분석하려고 한 저자의 노력은 단순히 그게 맞는 경우와 아닌 경우를 구분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가 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여러가지 요인이나 변수를 고려하지 못한 것에 있다. 세상에 답이 하나인 문제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이런 브랜드 아이코닉이라는 사회적 요인은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브랜딩을 할 때 굉장히 많은 비중으로 문화에 대해서 염두한다면 성공적인 브랜딩이 될 것같다. 내가 마케터라면 이 책에 굉장히 주목을 할 것이다. 비록 마케팅이라는 직업에 종사하진 않았지만 꽤 좋은 실적의 영업사원이었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다.
이 책은 마케팅 분야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교양서의 역할도 할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