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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스라이팅이야 -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 삶의 확신을 되찾는 자아회복 지침서
에이미 말로 맥코이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1년 7월
평점 :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가스라이팅이 무엇인지 대략은 감이 오면서도 정확하게는 몰랐다.
정신분석가 로빈스턴이 2007년에 개념을 정립한 것이라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오던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유례는 1938년 패트릭 해밀턴 작가가 연출한 스릴러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된 '정신적 학대'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가스라이팅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이 책은 3개의 파트로 구분이 되어있는데, 보통 그 증상에 집중하는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치유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어떤 문제에 대한 책은 절반 이상을 그게 왜 그런 것인지 근거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 책은 3분의 1정도만 할애하였다. 물론 중간 중간에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치유에 더 중점을 둔다.
장점은 치유에 중점을 두니 좋고, 단점은 명확한 출처와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스라이팅에 대한 연구가 그리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그 원인이 될 것이며, 우리의 일상과 생각보다 가까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생소하면서도 납득이 되는 특징이 있었다.

수많은 심리 상담 경험이 있는 저자는 내담자들의 가스라이팅 극복을 도와준 사례가 많이 있다고 한다.
치유의 핵심은 남에 의해 깎여 내려간 내 자아 회복에 있다. 타인에 의해 훼손된 자부심, 자기평가(자존감으로 많이 번역되나 원어는 self-esteem이므로 자기 평가라는 번역이 더 적절하다)을 되살려주는 멘탈 훈련으로 내 자신에 대한 자책들에 대한 해석을 바꿈으로서 인위적 긍정이 아닌 자연스러운 긍정으로 바꾸어 준다.
가스라이팅은 나쁜놈들만 하는게 아니다.
직장에서,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 연인 관계, 부부 관계 등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였을 수도 있고 가해자가 되었을 수도 있다.
어떤것이 가스라이팅이며 어떤 상황인지 문항 자가 체크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이런것도 가스라이팅이었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생에서 내게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3부분으로 나뉜다.
1. 학교 교사
2. 연인
3. 사기꾼
학교 교사들은 지금의 입장에서 보면 그저 직장인이다. 그들은 사회 경험도 별로 없고 젊은 나이에 교직 생활을 시작해서 학교밖에 모른다. 그럼에도 학교 성적이 전체 인생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했다. 일부 학생들에게만 맞는 말을 전체 학생들에게 강요했다. 그게 현실일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해보니 답은 아니었다. 학교 성적이 모든 인생을 결코 결정짓지 않는다. 고졸로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도 많이 있다. 나또한 한동안 그랬었고. 그 시스템을 따르지 않았던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그들도 어찌보면 학교의 시스템을 철저히 답습한 수동적인 교육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킨 다는 명분을 달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의 실적에 관심이 있어서이다. 상사가 쪼아대기 때문에 반 성적을 올리고 경쟁을 하는 것이다. 그들도 어찌보면 시스템에 이용당한 측면이 있지만, 그들은 성숙한 성인이고 학생들은 미성숙한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물론 아직도 자신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할 가능성이 많다.
내가 초중고를 다니던 90년대에는 엄한 체벌과 군대식 교육이 남아있던 시대였다.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매 한대 안맞은 학생은 없었다. 무슨 문제가 일어나면 반 전체를 체벌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평등? 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가스라이팅이다. 내가 잘못 한것이 없는데 집단주의적 사고 방식을 강요받으며 책임을 강요받았던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엄청난 체벌을 달고 살았다. 특히 남학생 사회에서는 체벌은 기본이다. 몽둥이로 감정을 실어 머리를 다이렉트로 때리는 교사가 많이 있었다. (예외는 주제와 무관하기도 하고 당연하니 생략한다) 체벌에 대한 반발은 더 심한 체벌로 나타났다. '니가 맞는 것은 니 탓이다' 라는 소리를 들었다. 미성년자인 학생들에게 수업시간에 감정적으로 반 전체에게 '니들은 쓰레기들이다' 라고 말한것도 직접 들었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교는 아니었고 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였을 것이다.
이런 지적은 단순히 개인적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 교사도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었고 인간적인 측면도 많았다. 그저 가스라이팅 하는 줄도 모르고 학생들의 인격을 깎아 내리는 것을 답습했을 뿐이다. 그냥 봐도 참 악한 교사들도 많긴 했다.(마음만 먹으면 증언은 물론 그 교사들을 찾아낼 수도 있지만 오래 지났기 때문에 용서하겠다-그를 위한게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해) 더 할말은 많지만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생략하겠다.
연인 간의 가스라이팅도 흔하다.
나는 오래전 연인과 그런 관계였다. 자꾸 나를 깎아내리며 반대로 자신의 가치는 올리려고 애를 쓰는 연인의 말을 순진하게도 그냥 듣고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학창시절 이미 높은 존재였던 교사들과 어른들로부터 깎여진 자존감을 가지고 있었고 주관도 없었던 시절이기에 더욱 그렇게 되고 말았다. 사실 연인이었던 기간은 길지도 않았고, 헤어지고 나서도 필요할때만 나를 찾고 다른 사람이 생기면 떠나버리는 관계가 지속되었다.
나는 내가 너무 못난 사람이기 때문에 그보다 좋은 대상을 만날 수 없을거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래서 좋은 청춘의 시절을 한 사람을 바라보면서 낭비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정이 들었는지 결혼을 할 뻔하고 그쪽 부모로부터 허락도 받았지만 사실은 서로 잘 맞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인지 확실한 무엇 없이 미루고 질질 끌다가 흐지 부지 되버렸다. 지금은 결혼했다면 절대 행복하지 못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사기꾼들은 가스라이팅의 달인이다. 거짓을 입에 달고 살고 그 기회가 아니면 할 수 없을거라고 각인시킨다. 앞에서는 살살거리며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만 뒤에서는 자기 이득만을 노리는 교활한 자들이다. 낮아진 자존감에 무엇하나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던 그 시절의 나는 이런 크고 작은 사기를 많이 당했다.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떼어먹히거나,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엉터리 물건을 구입하거나 투자를 해서 돈을 떼먹히기도 했다. 그저 성실하게 일하면서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온 나는 큰 사기를 당하고 좌절을 했었는데 그때 변화를 실감을 했고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 인생의 스승엔 교사가 없다. 책이 내 교사요 스승이었다. 뒤늦게 시작한 독서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생활에 치여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고, 책을 고르는 안목이 없어 좋지 않은 책들을 읽고 좌지우지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런 개인적 경험들이 있어서 나를 많이 변화시킬 수 있었다.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조언들에 공감을 할 수 있고 수긍도 할 수 있다.
가스라이터들에게 손상된 내 자존감(자평감 내지는 자부심)을 회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저 유행하는 말이 아닌 자아를 찾기 위한 중요한 인식이다.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유행을 한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런 단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람들은 조금씩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선 안된다는 의식을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도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예상된다.
자신이 가스라이터가 되진 않았는지, 당하고 있진 않았는지 점검하고 돌아보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가치있는 일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을 통해서 점검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