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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면 비로소 깨닫는 것들 - 발상의 전환으로 독특한 사고를 하는 장자
천인츠 지음, 문현선 옮김 / 미래문화사 / 2021년 7월
평점 :
동양 고전을 읽는 것은 한자를 잘 모르는 나에게는 곤욕이었다. 고전은 원전으로 읽어야 제맛이라는데 그럴 능력이 없으니 주석을 달린 고전으로 볼 수 밖에 없는데 그것조차 버거운 감이 있어서 시도를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또 어떻게 보면 부분 부분만 읽었을 때 그다지 와닿는게 없어서 그랬던 것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적이 나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곤과 붕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해설이 아니었으면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
장자가 사냥을 하다 밤나무 숲 옆을 지나가다가 이상하게 생긴 새 한마리를 쫓아 갔는데, 그 새는 마침 사마귀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또한 사마귀는 매미 한 마리를 노리고 있었고, 자신의 이득만을 노리다가는 자신에게 닥칠 위기를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산을 내려오다가 밤나무 숲 관리인에게 밤 도둑으로 오해를 받았다고 한다. 내가 알고 있던 유일한 장자 이야기인데 사실 이 이야기가 재미있어 장자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되고 이 책도 읽게 된 것이다 .
이렇듯 장자는 독특한 발상으로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들을 많이 전하고 있다 한다. 속세를 떠난 사람처럼 때로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있는 듯한, 문학적이고 은유적인 글들을 많이 남겼다고 하는데 장자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저자 천인츠의 현대에 걸맞는 장자에 대한 해석이 이 책의 특징이자 가치인 것 같다. 아니 인용이라고 해야 더 맞는 것 같다. 장자의 이야기를 해석하기 보다는 자신의 글에 장자의 말을 인용하고 이야기를 곁들인다.

사람을 미워해서 죽이려는 마음이 드는 사람에게 그럴 필요 없이 끈질기게 기다리기만 하면 자연히 이루어질 일을 왜 죽이려고 하냐고 조언했다는 100세 노인의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이렇듯 때로는 내 삶에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들을 잠시 떠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심각하게 생각했던 갈등의 문제가 사소한 것임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작고 사소한 분쟁이나 고민, 미움, 걱정 근심을 안고 사느라 정작 인생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문제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 어쩌면 많이 어리석은 일일지 모른다.
속세를 초탈하고자 했던 장자의 말을 현대인에게 맞게 소개하는 이 책은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 듯하다. 시대를 초월한 사고방식을 가졌던 사람인 것 같다. 고전을 읽으면 물론 좋은 이야기들도 많지만 때로는 시대적인 간극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글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저자는 그 간극을 없애주는 역할을 잘 하는 것 같다.
다만 번역하면서 제목을 유명한 (플렉)스님의 베스트셀러 저서를 패러디 한 것처럼 지어놔서 의구심이 들었다. 전혀 다른 내용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 했는지 싶기도 하다. 조금 다른 제목을 붙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제목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 법이니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