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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마케팅 - 인간의 소비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매트 존슨.프린스 구먼 지음, 홍경탁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물건을 구매할 때 우리는 자신의 판단이나 주변의 추천에 의해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마케팅 광고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마케팅기법은 나날이 발전을 해서 소비자의 무의식까지 자극하기 때문인데, 저자는 판매자와 소비자의 그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기업은 판매증진을 목적으로 심리기법 및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 나쁘게 말하면 '수법'을 연구해온것은 다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모두가 아는 유명한 기업이 어떤 수법을 썼고 어떻게 현혹시켰나를 추적해보고, 그 매커니즘을 밝혀낸다.
더이상 수동적인, 당하기만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상호 대등하면서 건전한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이 책은 이야기 하고 있다.
일단 독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도 모르는, 신경의 오류를 짚어준다. 개 사료로 만든 요리를 구분할 수 없는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인 소믈리에도 똑같은 화이트 와인에 레드 식소를 탄 와인의 맛을 다르게 평가 했다고 한다. 혀에 닿는 것은 물리적인 미각만이 아닌 뇌 내부의 주관적 인식이라는 것이다. 뇌는 현실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 현실 모형인 심성모형(mental model)을 구축하는데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의 다양한 실험 또한 같은 결과로 나타났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은 것일 것이다. 어떤 음식을 싫어하면 그 음식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먹으면 속이 매슥거리기 까지 하지만 모르고 먹으면 또 잘 먹는다. 멸치젓만 보면 구역질을 하던 지인은 김치에 멸치젓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니(실은 들어갔는데) 아무 문제 없이 먹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다. 이런 인지 착각은 언듯 믿기 어렵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같은 와인을 주고 하나는 비싼 와인이라고 말하고 하나는 값싼 와인이라고 말했는데, 비싼 와인이라고 믿고 마실때 뇌의 쾌락 중추에서 뉴런이 활발하게 발화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이미지나 감정적 기억이 대상을 다르게 해석하게 한다는 것이 충분히 증명이 되어있다. 코카콜라가 이미 유명한 브랜드이지만 매년 수십억달러를 광고와 브랜딩에 쓰는 이유는 아무 관련없는 행복을 코카콜라와 연결하여 브랜딩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연상설계'를 위해서이다. 연상이 측두엽에 물리적으로 각인되는 브랜드 화를 위해서 엄청난 돈을 쓰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를 가렸을 때는 펩시 콜라가 맛있다고 하지만 가리지 않으면 코카콜라가 맛있다고 말하는 비율이 훨씬 상승한다. 콜라는 코카콜라가 제일 맛있다며 고집하는 친구들을 보지 않았나? 나는 많이 봤다. 이런 특정한 몇가지 뿐만 아니라 많은 것들이 다양한 형태로 모형화를 만들어 낸다. 그것이 뇌의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를 그들의 제품에 대한 감정과 개념이라는 약효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즉 인간의 믿음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자신들의 이익으로 만드는 수법인 것이다. 이런 비도덕적인 광고는 이제 너무나 많아서 죄책감을 느끼는 기업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원치 않는 것들에 영향을 받는, 일종의 폭력이나 강압과도 같은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글자로 된 계약서와 아는 글자로 된 계약서가 전혀 다르게 다가 오는 것과 같다.
우리가 좋아하는 책도 마찬가지로 마케팅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 셀러 목록을 참고하지 않는다. 1위에 올랐던 책을 아무리 읽어봐도 그게 좋은 책이라서 1위가 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
또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삼국지는 한국에서 인기가 있어 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는데, 너무 많아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서 추천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거론 되는 삼국지는 이문열 평역 삼국지이다.
90년대 출간 당시 신문 광고에는 당시 서울대를 수석입학한 학생의 한마디가 실렸다. '이문열 삼국지가 논술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술에 '왜' 도움이 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쓰여있지 않았다. 사실 논술에 도움이 되려면 논평이나 사설을 읽는게 더 도움이 된다.
삼국지 3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라는 기존의 속설에 힘입어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으면 거기에 나오는 각종 권모 술수 지략을 배운 똑똑한 사람에게 읽지 않은 보통 사람이 속아 넘어갈 수 있다' , 즉 똑똑해진다는 메세지를 서울대 수석과 맞물려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중국 인문학계의 거장 류짜이퓨는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으면 권모술수와 집단적 폭력성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어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나도 삼국지를 3번 이상 읽은 사람에 속하고, 그런 사람들이 모인 동호회 같은 곳에도 활동을 했었지만 남달리 뛰어나다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저 마케팅의 영향이라 하겠다.
삼국지를 추천해달라는 글을 읽어보면 이문열 삼국지를 추천하는 덧글이 달린다. 그런데 그 추천인은 다른 삼국지는 읽어본 적이 없기 마련이다. 여러 판본을 읽어본 사람은 대부분 이문열을 추천하지 않는다. 작가의 의견이 너무 많아 편향적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원본 삼국지는 유비 정통으로 편향적으로 쓰였지만 그것을 간파하지 못할 독자는 별로 없다.
결론은 삼국지는 똑똑해지기 위해서 읽는 책이 아니다. 그저 재미로 읽는것이 좋다. 읽어야 될것 같아서, 똑똑해질것 같아서 읽는다면 마케팅 전략에 넘어간 것이다.
책에는 더 많은 놀라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인간이 얼마나 교묘하게 조정당하기 쉬운지를 잘 알려준다. 디지털 중독시대에 쇼핑몰이나 글로벌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끝없이 우리를 자극한다. 검색엔진이 미성년자 자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부모보다 먼저 알게 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알고리즘의 수학적 연산은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결과를 산출해낸다.
스토리 텔링, 공감, 충동 성향, 쾌락과 고통등을 이용한 마케팅 등 이쯤되면 세상만사가 마케팅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케팅 천지다. 마치 문학작품에 숨겨진 상징이나 의미처럼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필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인지하기 힘든 수 많은 것들이 마케팅에 이용이 되고 소비자를 뒤흔들어 놓는다.
문제는 모르면 인지조차 힘들고 알면서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 뇌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일반인들이 아니라 마케팅 관련자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뇌과학이 밝혀놓은 것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것이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말처럼 뛰어도 배경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변동이 없는게 아니라 뒤쳐지는 것이다. 이것을 한 학자가 진화과정에 비유하기도 했다.
마케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은 배우는 것이다. 마케팅 수법이 비약적으로 진화한만큼 우리도 그 마케팅의 기제들을 알고 있다면 무심코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소비자도 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마케팅도 더 진화를 할지도 모른다. 그것에 사활을 걸고 연구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그것들을 다 알기 위해 뇌과학에 대한 연구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뇌과학의 매커니즘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니 호기심도 생기고 재미도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읽어볼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