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니우스 박물지 -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 지음, 존 S. 화이트 엮음, 서경주 옮김 / 노마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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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77년에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드스가 쓴 [박물지]는 세계 최초의 백과사전이라고 한다.

현대의 백과사전과는 조금 다르게 인간을 중점으로 인간에게 어떤 의미이며 역할을 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씌여있다. 찬란했던 로마 제국시대에 쓰인 것이라 로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책은 원본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장인 존 화이트가 청소년 판으로 편집한 것을 번역했다고 한다.

원본은 37권이나 되는 방대한 분량이고 옛날 언어로 되있어서 번역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읽는 사람도 곤욕일 것이다. 천문, 수학, 지리학, 민족학, 인류학, 생리학, 동물학, 식물학, 농업, 원예학, 약한 광물학 조각 작품, 예술 등 종합적인 지식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 지구와 원소, 인간, 동물, 예술품과 장인들에 대해서만 담았다.

그래도 큰 양장본에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니, 원본은 얼마나 방대한 작업이었는가를 추정할 수 있다.

1942년 전에 쓰인 이 책은 물론 과학적인 부분도 있으나 비과학적인 내용도 많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현대의 판타지 세계관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한다. 부록에서는 현재 게임이나 영화등에 등장하는 상상속 동물 중 이책에서 따온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10~15세기 중세 유럽에서 [동물지]가 인기를 끌었는데, 이 책을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J.R.R 톨킨이 현대 판타지의 아버지라고 불린다면 박물지는 판타지를 창조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으니, 판타지의 창조주쯤 되려나.

불사조에 대한 부분에 '이런 새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라는 기록이 되어있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된다며 웃을 이야기 겠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것이 아니고 이동 수단도 여의치 않았던 시대에 이런 저술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세계 최초의 인쇄술이라 할 수 있는 기술이 활자를 구워서 찍었던 것인데 그게 1041년이라고 하니 짐작이 갈 것이다. 당시에는 전부 써서 기록했을 것인데, 이 책 외에도 많은 책을 썼다고 하니 대단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박물지만 전해지고 있다. 백과사전이라고 하지만 사실 미신을 사실인양 기록한 것들도 보이는데, 보고 들은 것을 검증해서 기록한게 아니기 때문에 옛 기록들이 으례 그렇듯 문학적 기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당시의 수 많은 기록과 책을 참조해서 쓰였던 것인데, 지금은 아니라고 판명된 것이지만 그때는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

성경도 은유적 표현들을 빼더라도 지금으로선 말도 안되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저자의 한계라기 보다는 시대의 한계일 것이고, 그래서 이 책이 더 가치가 있을 것이다. 당시 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그대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의 모습과 형태를 묻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어떤 신이든 세계와 별도로 존재한다면 그 신은 어디에 있든 모든 촉각, 모든 시각, 모든 청각, 모든 생명, 모든 정신이며, 그 자체로 모든 것이다. 여러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순결, 화합, 이해, 희망, 명예, 관용, 정절 등 인간의 선악 개념에서 나온 것이다.

55p-

 

로마 카톨릭이 국교가 되기 이전 시대이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재미있다. 로마가 카톨릭을 국교로 삼지 않았더라면 문화적으로 더 빠른 발전을 이루었을지도 모른다. 종교가 진실이든 아니든 정치와 예술에 관여함으로서 도태가 되었다. 특히 철학 정치적 문학적으로는 그 이전시대보다 못한 계몽적이고 유치한 저작들을 낳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서기 전 500년 후 500년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소크라테스를 시작으로 공자, 예수, 석가모니, 조로아스터 등의 인물이 탄생했고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간의 자아라는 것이 인류가 처음부터 가졌던 것이 아니라, 기원전 1000년 경에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목적은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하는 능력의 발달이 가져온 것들이 철학이고 그것들을 깊이 탐구한 성인들이 탄생하게 된 결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이 책에도 저자의 만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이긴 하나 나름 세밀하고 심오한 고찰들이 담겨 있다. 양에대한 묘사를 할 때 양 자체가 어떤 동물인가 보다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중점으로 씌여있다.

우리가 만화나 그림을 보면서 보면 그 대상에 대해 더 잘 알수 있지만, 글로서만 보는 것은 상상력을 더 자극시키게 된다. 글만으로 이미지를 떠올리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중요한 능력이고 그런 활동은 두뇌를 활성화 시킨다고 한다.

이 저작물은 세계를 탐구하는데 있어서 한계가 있던 시절 여러 기록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수집하고 기록한 것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이 책에는 여러가지 사진과 후대에 그린 삽화들도 들어 있지만 원본에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원본을 직접 보지는 못했으니 정확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잘해야 간단한 그림들이었을 것이다.

동물 하나를 설명할 때도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 시대의 생각과 관점 관련된 에피소드들이 함께 들어있다. 대상을 그림 없이 글로서만 자세히 묘사를 하기 때문에 의도적이지 않더라도 읽는 재미가 있게 씌여져있다. 청소년 용으로 쉽게 각색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로마가 큰 제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지식이 중요함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대에서 책을 쓰는게 쉽지 않은데 방대한 저작물을 직접 읽고 기록을 했을 저자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수고를 했을 것이다.

 

그때의 저작물을 읽는 것도 재미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시대 사람의 관점으로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역사를 다룬 저작물은 많지만 어쩔 수 없이 역사를 현대적 관점에서 해석한 것들이 되기 마련인데, 그때의 기록을 평역 없이 보는 것이 오히려 더 새로운 경험이 되버리는 것 같다.

진정한 의미의 고전이다. 해석자의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져 고전을 독자적인 생각으로 해석하는 데는 오히려 서투르게 되버렸는 지도 모른다. 그 해석이 옳고 그르고가 문제가 아니라 사고의 발판으로 삼기에는 그대로 보는 것이 역시 도움이 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글은 네이버 컬처블룸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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