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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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동양에서 전파되어 이제는 서양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현대인의 삶은 지나간 과거를 되짚어 보고 후회하거나 추억하고, 미래를 계획하거나 예상하거나 두려워 하면서 현재를 잃어가고, 그것 때문에 혼란이 찾아온다. 그래서 마음을 현재로 돌려놓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해주는 것이 명상의 좋은 효과 중 하나이며 현대인에게 필요한 요소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명상의 효과를 극찬하고 있다.

 

아내와 싸우면서도 처리해야할 업무를 생각하는 변호사 비요른은 아내 카타리나의 권유로 명상 센터를 방문하게 된다.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의 강요와 딸 에밀리를 위해 좋지 않은 부부관계에 도움이 될까 하는 약간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는 명상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가진 많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명상을 활용하게 되는데, 제목처럼 명상이 가져다준 이점들을 자기 합리화와 안정의 도구로 사용하여 살인을 하게 된다. 물리적인 폭력으로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 좋은 변호사 답게 교묘한 방법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나쁜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가게 된다.

 

대형로펌에서 범죄조직의 대부 드라간의 온갖 법적인 일들을 처리하는 변호사 비요른은 수입은 좋지만 바쁘고 골치아픈 업무를 처리하느라 늘 피곤하고 바빠서 가족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이러니 하게 가족과 멀어지는 원인이 되었다. 명상을 한 후 사랑하는 딸 에밀리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간을 내지만 드라간은 그를 가만두지 않게 되고, 우연한 계기로 그는 살인을 해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 살인은 연쇄적인 일들을 몰고 온다. 그러나 주인공은 명상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뒷수습을 하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명상이라는, 기존에는 전혀 쓰이지 않았던(내가 알기로는) 소재로 한 스릴러물이라 참신했다. 블랙코미디의 요소도 다분했다. 살인과 범죄라는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명분과 생존을 위한 도구로서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은 점점 명상에 집착하고 빠져들면서 연쇄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10여 년 전에는 소설책도 줄곧 읽었지만 요즘에는 통 보질 않았는데, 오랫만에 읽는 소설이었다. 소설을 읽을 때도 장르소설보다는 주로 국내의 문학소설위주로 읽었는데, 추리소설은 고전인 셜록홈즈나 아르센뤼팽 이외에는 빅픽처와 일본의 추리 소설들 밖에 읽은 것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명상' 이라는, 내가 요즘 주목하고 있고 활용하려고 하는 기법을 소재로 했기 때문에 관심이 갔고, 두번 째로는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표창원이 추천했다는 사실 때문에 오랫만에 추리소설을 읽게 되었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소설은 주인공의 범죄와 그것을 저지르게 되는 상황과 심리에 주목한다. 저자가 변호사였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되었지 않나 싶다. 이 소설은 독일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2편과 3편도 출간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마 우리나라에도 후속편이 소개 되지 않을까 싶은데, 속편이 나오면 읽어보고 싶다.

예전에 우연히 빅픽처라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출간되자 마자 읽게 되었는데,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그 이후에 빅픽처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비록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소설을 읽고 실망해서 다시는 그의 작품을 찾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빅픽처 같은 느낌이 든다. 소재는 다르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었다는 뜻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야 말로 감탄을 자아냈다. 큰 반전이 있다기 보다는 끝까지 잘 짜여져 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숨기려고 더 크게 일을 벌리게 되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게 되지만 비요른은 그것을 멋지게 처리하게 된다. 살인자에게 멋지다는 말은 좀 그렇지만 그저 소설의 이야기로서 그렇다는 것이고 작가의 플롯이 멋지다는 이야기니 오해는 없길.

 

연작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몰랐다면 그대로 끝났어도 한 편의 소설로 괜찮은 결말이었는데, 후편이 이미 독일에서 나왔다고 하니 그것도 기대가 된다.

 

 

때로는 웃기기도 하고 풍자 스럽기도 하고 잔인하기도 하다.

 

소설에서 비요른의 명상 선생 요쉬카 브라이트너가 명상 수업을 수료한 그에게 책을 한 권 선물 하는데, 각 장마다 명상의 문구가 나오고, 그 문구를 문제를 해결하는데 활용을 하는데, 책속의 명상 문구가 내가 알고 있는 명상의 기법과 맞아 떨어져서 그럴듯 하다. 그런데 그것을 다루는 비요른의 방법은 다소 엉뚱하면서도 그럴듯하다. 결국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죄책감을 덜어내는데 사용하게 되고, 그것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심해진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결말을 주절거리고 싶은 충동도 들지만 장르소설에는 스포일러가 중요하므로 생략한다. 뭐 알고 있다고 해도 크게 읽는데 문제 되진 않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이 영화나 책을 선택하는데 중요요소가 아니다. 결말을 모르고 보는 재미도 있긴 하지만 알고 보는 것도 그 외적인 요소에 주목을 하고 볼 수 있게 한다. 반전영화 식스센스를 두 번째 볼 때가 그랬다. 브루스 윌리스나 꼬마의 연기에 더 주목할 수 있었고, 감독이 관객을 속이기 위한 교묘한 연출을 찾아내는 재미도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설은 그저 소설로만 읽어야 한다. 그것을 구분 못하는 것은 저자의 잘못이 아니라 미숙한 독자의 사고방식 탓이다. 설마 이 책을 읽고 명상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거나 오해하거나 합리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독자는 없겠지? 그만큼 주인공의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드는 노파심일 것이다.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를 통해 책을 제공받은 뒤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받았다고 해서 과대 평가는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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