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내가 힘들까 - 나 자신과의 싸움에 지친 이들을 위하여
마크 R. 리어리 지음, 박진영 옮김 / 시공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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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같은 경우 경쟁을 부추기며 공부를 하는 제도 때문에 그 시스템을 따르든 거부하든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성인이 되고 직장에 취직을 하거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문득 뒤를 돌아보는 시기가 오게 되고 그때 깊이 고민하는 것이 '자아'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심리학 관련 서적과는 색다른 시각을 가져다 주는 책이었다.

자아 찾기나 내가 누군지 나를 위로하고 나의 자존감을 올리는 책이 유행하는 요즘, 자아에 대한 부정적인 면에 촛점을 맞춘 것이다. 이 책의 원서는 15년 전에 쓰였지만, (이번에 처음 한국에 번역이 되었다) 지금시대에도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긍정적이길 강조하는 책들이 판치는 와중에 자아의 부정적인 면을 찾는다니? 우려가 들 수도 있다.

세상의 현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거나 좋게 해석하는 관점은 물론 좋지만 부정적인 면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모든 부정을 부정하는 것이야 말로 부정적인 것이다.

잘못하면 회피가 되버릴 수도 있다.

현상의 단점을 정확하게 파악을 해야 잘 다룰 수 있고 긍정으로 가는 열쇠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가짜 긍정과 긍정적이어야 된다는 강박이 주는 스트레스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암환자들이 많이 듣는 말중에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가지만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말인데, 이게 오히려 암 자체에 집착하게 되어 더 나쁠 수도 있다고 한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자아 이다.

인류가 진화한 '호모 사피엔스' 이전 선조에는 이런 자아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다. 현재 영장류중에 침팬치와 고릴라, 오랑우탄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인식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은 자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아란 '나라는 존재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정신적 장치'(20p) 를 말한다.

동물들은 보통 외부세계나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세계, 신체적 감강 등이 나타날 뿐이다. 고통을 겪은 후 비슷한 상황에서 트라우마를 느끼는 강아지는 있어도, '2년 후에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를 상상하고 계획할 수는 없다. 나는 왜 사료를 이렇게 많이 먹을까, 왜 다른 강아지에 비해 내 짖는 소리는 작을까? 등을 고민 할 수는 없다.

 

재밌는 것은 기원전 3000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자기 자신의 목소리인줄 몰랐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전자제품을 하나 고를때도 이걸로 살지 저걸로 살지 고민한다. 주말에 낚시를 갈지, 집에서 영화를 볼지, 친구와 야외 나들이를 갈지 갈등을 할때 내면의 목소리는 여러 의견을 내는데 그것은 독백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그것이 자신인줄 인식하지 모르고 심지어 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과거 사람들이 신의 지시에 따라 목소리를 듣고 행동했다는 이야기가 실은 고민 중에 들린 내면의 목소리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현대인은 사이비 종교나 광신도 말고는 없듯이.

 

 

기원전 500년 전 후의 일들이 세계역사의 토대가 되었고 오늘날까지 문명에 영향을 주는 이론들이 이때에 등장했다고 한다. 이것은 인류가 자아를 처음 가지게 된 후 어느정도 적응 기간이 흘러 자아가 발달하게 된것이 원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나 예수 공자 석가모니 등이 그렇다. 철학과 종교 등이 자아를 강조하는 것이 이때 즈음인것은 우연이 아닌가보다.

이 책의 요지는 자아의 불필요한 부분, 때론 해악까지 되는 부분을 살펴보고 인지하여 그 부분이 나의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내 자아의 끊임없는 생각과 목소리, 집착등은 정상적인 삶을 방해한다. 내적 독백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자신이 잘되지 않을까봐 고민한다.

 

오래전 버스 옆자리에 앉은 친구끼리의 대화를 들은 기억이 났다. 성범죄자의 뉴스를 보면서 애꿎은 남편에게 딸과 아내(버스에서 친구에게 말한 당사자)가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러냐며 화를 냈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인간은 개인화해야할 문제를 일반화를 시켜며 편견을 갖고 인종문제 남녀문제로 비화시키기도 한다.

이것도 자아가 없으면 생기지 않을 문제다. 잘못도 없는 사람에게 같은 남자라는 공통점을 억지로 찾아 연결지은 뒤, 상상하고 화를 낸 것이다. 인종차별도 나와(내 자아)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에 대한 편견이 한 몫을 한다. 내 피부색에 대한, 내 성별에 대한 의식이나 생각이 없다면 편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가진 자아를 없앨 수는 없다 단지 잘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끝없이 재잘거리는 내 자아를 잘 통제해야 하는 것이다.

 

 

8장에는 자아가 가진 이점을 이야기 하며 문제를 이겨낼 수 있는 힌트를 준다.

비개인화를 일으키는 집단의 영향아래 있을 때 우리는 자아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집단 시위 도중 경찰과 대치를 하다가 한 쪽에서 소요가 일어나면 다같이 아수라장에 뛰어들기 쉽다. 인터넷에서 다수라는 보호막 아래 무심코 쉽게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이럴때는 자기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효과적인 자기통제에는 필수적으로 자기인식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과하면 늘 문제가 된다. 미래를 생각해서 나쁜 음식이나 눈 앞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통제능력이 필요하고 자아의 적절한 활용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어려울 수는 있으나 가능하니까 인간이다. 배고픈데 맛있는 음식을 참을 수 있는 강아지는 없다. 내일 점심 산책 이후 원활한 배변과 동네 개와의 교류를 위해 간식을 참지도 못한다. 그저 배가 부르거나 아파서 먹고 싶지 않을 뿐이다.

 

자아를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명상이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내가 늘 옳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늘 유심히 살펴야 한다. 내 자아를 너무 신뢰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결국 자아가 가져다 주는 문제들을 인식하고, 장단점을 잘 파악한 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이다. 이런 것이 진짜 긍정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저명한 심리학자의 책이라고 해서 읽기전에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고 쉽게 쓰여져서 이해가 잘 되는 책이었다. 번역자도 심리학 매니아라고 할 만큼 심리학에 심취한 역자로 알려졌다고 하니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이 책에 관심은 있으나 어려울 거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냥 가볍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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