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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해석 - 사랑은 계속된다
리사 슐먼 지음, 박아람 옮김 / 일므디 / 2021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그것을 직접 겪고 극복해낸다는 것은 그 이후의 큰 숙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저자 리사 슐먼이 남편이자 동료인 윌리엄 와이너 박사의 죽음을 겪고, 큰 비탄에 빠진후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이다. 신경과 교수이자 의사로서의 경험과, 환자로서의 경험을 둘 다 겪었던 것이다.
의사로서의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큰 비탄에 빠진, 혹은 앞으로 빠지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동시에, 자기 치유의 과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암진단을 받은 남편의 투병과정, 죽기전에 그가 남겼던 일기, 죽은 후에 자신의 심경 변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저자 개인적 이야기기도 하고 비슷한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기도 하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가장 큰 상실의 아픔은 어릴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지만 무척 슬펐던 기억이 난다. 사랑이 많으셨던 분이라서 더욱 슬펐다.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별로 슬프지 않았다. 나와 그렇게 감정적 유대가 많지 않았던 것이 이유일 것이다.
이렇듯 상실의 고통은 개개인이 너무도 다르다. 상실이란 시점, 유형, 개인 성격, 건강상태, 애정의 정도에 따라서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치유의 과정도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한가지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고 다양한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대처하는 방법들을 다각도로 이야기 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이 상실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나에게도 이런 경험이 언젠간 올텐데... 그래도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너무 나약해서 그 아픔을 잘 견뎌내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런 두려움을 해소함과 동시에 잘 대처해나가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우울증과 비탄은 다르다. 우울은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슬픔이지만 비탄은 고통이 느껴지는 슬픔이다. 상실의 고통을 느낄 때 자신이 부차적 우울, 불안 요소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비탄은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다. 깊은 비탄에 빠지면 해리가 오기도 한다. 해리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 자신을 마음에서 분리시키고 선택적 기억상실을 동반한 의식 범위의 축소를 가져오기도 한다. 저자도 그런 증상을 겪었는데, 이것은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보았던 과거의 연구결과와는 달리,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는 현상이라고 한다.
고통은 치유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치유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 경험을 자신의 성장으로 승화시키려면 통찰과 각성이 필요하다. 큰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 증상등은 더 나빠졌지만, 자존감은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감정을 정리하는 내적작업이 어느정도의 치유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개인의 통찰과 각성의 힘이 필요하다.
비탄에 빠진 사람이 정신과 뇌를 치유하는 3가지의 포인트가 책의 끝부분에 소개된다.
몰입과 전환, 무의식과 의식의 통합, 새로운 가능성이 그것이다. 노출치료는 회피하고픈 사실을 맞닥뜨리면서 극복해나가는 것이고 행동활성 치료는 다른 활동에 몰입함으로서 상처를 극복하는 치유법이다. 이렇듯 많은 치유법이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은 치료의 개별적 개입효과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비탄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처방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이 그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단정지어 말하진 못하겠지만 분명 도움은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속에서는 살아있을 것이다. 죽은 당사자는 알 수 없을지라도 살아있는 사람은 어찌되었건 살아있어야 한다. 그러나 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마음속에 두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완전히 잊을수는 없겠지만 마음속에서 시간을 두고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사랑하던 사람이 바라는 바일것이다.
내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먼저 떠나게 된다면 난 어서 하루 빨리 극복을 하고 인생을 살길 바랄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비극은 우리 삶을 힘들게 할지라도 멈출수는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