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가장 긴 실만을 써서 무늬를 짠다
타스님 제흐라 후사인 지음, 이한음 옮김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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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사의 스테디 셀러 '소피의 세계'처럼 물리학을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철학이나 물리학 모두 일반인에겐 어렵게 다가오는데, 소설의 형식으로 접근함으로서 가독성과 재미를 높인것 같다. 물론 저자는 되도록 쉽게 썼겠지만 물리학의 물자도 잘 모르는 나에겐 조금 어렵기도 했다. 그래도 대략 겉핥기 식이라도 물리학이란 어떤 것인지, 잘 알려진 이론들이 대략 어떤 개념으로 현상을 설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자연을 가장 긴 실만을 써서 그 무늬를 짠다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은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강의에서 한말이라고 한다. 저자는 실제 물리학자로서 상대성이론부터 양자역학, 초끈이론까지,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도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이론을 중심으로 물리학의 역사를 들려준다.

내게 물리학이라고 한다면 빅뱅이론의 주인공 쉘든이 이론 물리학자였다는 것 정도 밖에 몰랐다. 쉘든은 다른 학문들을 좀 무시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쉘든의 다소 떨어지는 공감능력을 표현한 장면이지만 그만큼 물리학이라는 것이 심오한 학문인가보다 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물리학자는 유적이나 화석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연구하는 것들이 변형되고 진화하고 융합이 되어야 된다고 한다.

물리학자도인 사라와 작가인 레오 두 주인공이 각자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교차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작가의 현실과 소설의 픽션사이를 오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 자신의 과거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허구같기도 하다.

사실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허구요소로서의 소설이 아니라 물리학을 풀어나가는 도구로 소설의 형식을 채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두 주인공이 1인칭 시점으로 상대를 보면서 진행되는 형식은 다른 소설에서도 사용되는 전개방식인데, 두 사람이 같은 현상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한 재미가 있다.

이 책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꽤 재미가 있지만 가볍게 볼 내용은 아니기 대문에 더듬거리면서 읽어 나갔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공들여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때로 어떤 소설은 공들여서 읽었지만 변역의 문제나 전개 방식의 생소함, 소설에 대한 배경지식 부족으로 인해 정성들여 읽어야 이해가 되지만 남는 기억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물리학을 위한 소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앞서 말한대로 물리학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서의 소설을 택한 거지 소설을 쓰려고 물리학이란 소재를 채택한 것이 아니니까.

 

물리학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미지의 세상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를 실현하면서 발전 해나간 것이었는데,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학문을 이론적으로 밝혀 낸다는 자체가 대단하게 느껴지면서도 어렵다. 과학이 대게 그렇지만 물리학은 기존에 나와있는 학설을 꼼꼼히 다 습득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가설을 수학이라는 도구로 증명함으로서 나타내는데 그 세계의 심오함을 나로선 상상을 하기가 어렵다.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음에도 아직 미지의 세계가 너무나 방대하게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 현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수명을 다하게 된다해도 밝혀지지 않을 것들이 더 많다.

그런 끝도 보이지 않는 탐구를 해나가는 과학자들에게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인것으로 보인다.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삶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런 상상하기도 어려운 지적인 즐거움들을 느껴본 맛은 아마도 느껴보지 못한 자와는 사고 체계가 다를 것이다. 어떤 것을 아예 모를 때는 그것에 대한 고민이나 탐구를 할 수도 없지만 알게 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과학자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인생의 여행을 하는 것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했다.

 

무엇보다 물리학의 사고 방식들이 이론 자체보다 나에겐 더 와닿았다.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가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주어서 매우 좋았다. 때로는 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책이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느냐가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에게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다.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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