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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게 하는 힘 -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는 생각의 기술
후루무다 지음, 노경아 옮김 / 비씽크(BeThink)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여러 기업을 창업한 창업자이자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기도 한 저자에 의하면 누구나 쉽게 일상에서 착각을 하고 산다고 한다. 그것을 '사고 착각'이라 부르는데, 게다가 그 착각을 잘 활용하면 사람들의 나에대한 생각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착각 자산' 이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 착각은 인지 편향을 이야기 하나, 그 말이 어려울 수 있는 독자를 위해 사고 착각이라고 부르고 있다.
한 가지가 뛰어나면 그 사람의 다른 면도 뛰어나다고 생각하게 하는 착각은 사고 착각에 해당한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의 테러대책에 대해서 지지율이 올라가자, 전과 다를 바 없는 경제대책에 대한 지지율도 함께 상승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사실 우리주변에 널려있다.
인터넷에 평범한 사람들의 글보면 '제 생각에는~' 이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은 대부분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보편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들이다.
집단의 문화를 중시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현상이 심한 것 같다. 생각이 보편적인 방식과 많이 다르면 은근히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보편적인 생각을 마치 자기가 심각하게 고민해서 내린 자기 생각이라도 되는 것처럼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오죽하면 아닌 경우도 있다는 말을 따로 해야 할까? 세상의 모든 현상이 다른 것도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서 생략을 한 것인데, 꼭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동남아는 비가 자주 내린다' 라는 말에 '비 안오는 날도 많아요' 라는 말은 너무 당연해서 할 필요가 없는 말인데 그걸 지적하면서 마치 자신이 숨겨진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처럼 군다. 그런 지적은 대부분 글의 주제와 상관도 없다. 이런 현상도 사고 착각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참 쉽게 구성이 되어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림과 함께 짧은 분량의 글이 여러단락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림이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추상적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이런 형식은 일본의 서적에서 주로 많이 보인다. 가볍고 부담 없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고, 다 읽었다는 성취감을 쉽게 느낄 수 있어서 인기인것 같다. 일본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한다고 알려져있는데, 번역된 베스트 셀러들을 보면 거의 이런 형식이다. 독서 강국이라는 것은 어쩌면 읽기 쉬운 책이 많아서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들의 단점은 깊이가 깊지 않다는 것이다. 흥미가 가는 부분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도 언급이 없기 때문에 따로 찾아봐야 한다. 심한 경우는 내가 책을 읽은 것인지 목차를 읽은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미국으로 제유되는 서구권 서적들과 상반되는 점이다. 서구권 서적들은 근거와 증명, 출처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세해서 좋지만, 이런 부분이 꼭 필요할까 싶은 사족들도 많다. 한국의 서적은 그 중간쯤에 걸쳐 있는데, 일본 쪽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책도 일본 서적의 특성을 따르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심리 기법들을 소개하려면 생략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사고 착각'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그저 개요에 그친 것만은 아니다. 또 독특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도 간다. 다만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참고 서적이나 근거등을 언급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사고 착각이 있다. 그걸 다 짚어내기란 불가능 하다. 그러니 어느 정도 사고 착각 안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의 사고 착각도 타국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명문대학을 졸업한 고스펙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똑똑하다' 거나 '머리가 좋다' 라는 한 마디로 생각한다. 그 사람이 모든 면에 뛰어날 수 없는데도 그 사람의 전문 분야와 관련 없는 분야도 으례 잘 알거라고 생각해 버린다. 관련도 없는 분야에도 그 후광효과는 통한다. 장동건이 추천한 책 이라는 문구로 판매 홍보를 했던 책처럼. 사실 장동건은 배우이지 책하고는 아무 연관성이 없지만, 유명인이 추천했다 하므로 책이 좋아보이는 것이고 그걸 기획이든 우연이든 잘 이용한 출판사의 홍보 전략이 어느정도 성공적이었다.

이런 속임수와도 같은 기술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는 이유가 뭘까?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걸까?
장사꾼의 말솜씨에 속아 원하지 않는 물건을 좋은 것이라고 필요한 것이라고 착각을 해서 구매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그 장사꾼이라면 다른 장사꾼의 비슷한 영업술수에 넘어갈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점을 들어 이런 기술을 알아야 되는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알아야지 당하지 않는 세상이 되버린 것이다. 장사꾼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고 소기업이고 모두 어느정도의 과대 광고와 기법으로 고객을 현혹시키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매우 동의를 한다. 비슷한 일화를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원체 귀가 얇고 거절을 잘 못해 크고 작은 돈을 많이 떼어먹히고, 필요없는 물건을 사기도 했던 내가 우연한 계기로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걸 꾸준히 하다보니 전혀 다른 분야라 해도 판매원의 말이 교묘한 영업적 기법인지 아닌지 저절로 보이기 시작했다. 고객을 위하는 것인지 자신의 이득만을 생각한 압박인지 어느정도 구분이 갔다. 교묘한 기법은 수법을 알면서도 혹하기도 하는데, 그래도 좀처럼 당하지 않고 있다.
직장에서도 무능한 상사가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그를 유능하다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묵묵히 일하는 진짜 유능한 사람은 가려져 보이지도 않는다. 실력보다 정치력이 우선인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엄청난 노력으로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사람들은 그저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이 학습법에 대한 강의를 하면 엄청난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누가 정말 좋은 학습방법을 발견했다해도 그 사람이 나온 대학이 명문대가 아니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 공부법이 얼마나 기발한지, 심리적 연구에 기반한 것인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보다는 말한 사람이 누군가가 더 중요한게 되는 것이다. 학력이 후광효과를 일으킨 것 때문에 무엇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늘어난 것이다. 나는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력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실제 만난 사람에게 학력을 물어보거나 따지지는 않지만, 이 책의 지적대로 그건 착각이다. 책을 읽을 때는 꼭 그 사람의 경력을 보는 버릇이 있다. 전문가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팩트 폭행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점을 파고드는 책이었다. 어떤 지루한 작업을 사람들의 집단에게 다음 좋은 평가를 내려달라고 하는 댓가로 각각 20달러와 1달러 씩을 줬다. 그 다음 실제로 작업이 재미있었는지 물었더니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이 20달러를 받은 사람들보다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한다. 보수가 많으면 지루한 일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보수가 적으면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1달러를 받는 다는 사실을 견디기 싫어한다. 그런 인지 부조화가 일어날 때, 보수는 바꿀 수 없으나 재미있었다는 사실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못생긴 사람이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돈이 없는 사람이 돈 많은 사람들은 비겁하고 치사하게 돈을 모았다고 생각하듯이.
나 자신은 스스로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것도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의 작용은 나도 모르게 내 감정까지 조절한다고 하니 무서운 일이다. 이 책에 대한 편견도 있었다. 앞서 기술했듯이 일본 서적은 겉햝기식이라는 편견이다. 읽기 전엔 만화가 나오고 글씨가 많이 없으면 얕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름 주제에 충실하고 재미도 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글씨가 많고 설명이 많고 출처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 한다고 옳은 주장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 자료를 다 찾아볼 수도 없는데 그저 출처가 나와있으면 누군가는 검증을 할거야 그래 출처와 참고 서적이 많은 책이면 연구를 많이 했을 테니 좋은 책일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닌 것을.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들을 쉽게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궁금할법한 질문들을 저자가 셀프로 묻고 답하는 것도 좋았다. 이런 착각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좀 더 스스로나 다른 사람을 알아차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