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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기쁨과 슬픔 -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
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 / 다른 / 2021년 5월
평점 :
성실함, 노력, 끈기 이런 것들은 어느 분야에 있든 상관없이 미덕으로 추구되는 행동이었다. 우리는 공부든 일이든 운동이든 열심히 해야된다고 배웠고, 그러지 못하면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어쩔때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아 좌절하기도 하고, 별로 한게 없는데 결과가 좋을 때도 있다. 그저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관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게으른 아이여서 뭘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공부도 운동도 하기 싫으면 안했고, 뭘 열심히 하는게 참 귀찮고 피곤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는 '열심히 해야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행하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책만 계속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일은 별로 노력하지 않는데도 잘 하고, 그저 즐겼을 뿐인데 보탬이 되기도 했다. 처음 해본 연극을 잘해 칭찬을 받았고, 그리기나 만들기를 좋아해 인정을 받았다. 좋아서 하긴 했지만 되게 열심히 한것은 아닌데 좋은 결과가 일어났다. 남들은 그저 이걸 타고 났다고 말하는데, 사실 타고 난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재미있어서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왔던 것이었다. 어떤 일은 그저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 되고, 어떤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된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열심히 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온다. 이 책은 열심히 해서 될 일이 있고 아닐 일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하라는, 쉬우면서도 순간 순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게으르게 대충 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 책을 노력을 하지 말라는 취지로 생각하면 안된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인생의 많은 일들을 한 두가지의 방법으로 모두 적용 시킨다면 실패를 맛볼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를 맛볼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분야에서 기존에 효과를 보았던 방식대로 시장을 판단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심히 할 일인지, 신중하게 고심하고 결정할 일인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분별력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노력이나 생각보다는 때론 행동을 먼저 해버리는 것이 빠를때가 있다. 단순하고 정확한 절차가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조금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
행동에 나설 때 모든 생각을 포기해버릴 필요는 없지만, 오로지 행동이라는 범위 안에서만, 즉 행동에 의해서,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생각을 해야 한다. -50p
우리는 설령 미래를 예견할 수 없고 모든 선택지를 미리 고려할 수 없다 해도, 여전히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다 -52p
생각이 너무 복잡하고 많으면 잠이 안온다. 때로는 단순히 생각을 버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깊은 생각이 어떤때는 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너무 복잡한 생각의 고리들을 이어가다보면 엉뚱한 길로 빠져버릴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던 나는 시작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쩔 때는 마감에 쫓겨 바로 시작해 버리는 경우가 더 효과가 좋았던 경험도 있는데, 어째서인지 생각하는 것을 멈추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저자는 일단 행동에 나서는 것을 강조한다.
결정 장애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도는데,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결정을 못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사실 나는 전혀 결정장애가 없다. 다만 신중하게 검토하는 습관때문에 결정에 시간이 걸린다. 나름 합리적으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결정하긴 하지만, 금방 피곤해지고 시간이 너무 많이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다.
세상에는 많은 결정이 있다. 종교를 예를 들면 나는 신의 존재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을 했다. 하지만 종교를 가진 친구들에게 내 결정을 강요하거나 권유하지 않는다. 오히려 믿기로 했으면 끝까지 믿으라고까지 말한다. 다만 내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을 해달라고 한다. '어차피 죽기 전까지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므로 니가 있다고 믿기로 했으면 있는 것이요, 없다고 믿기로 했으면 없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나는 그저 신이 없다고 믿는다는 선택을 했고 그것을 계속 믿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개인이 노력을 한다고 해서 코로나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종식시킬 수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도 혼란에 빠진 것 같다.
허나 어떤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해서 새로운 것들을 창조한 사람도 있고, 그저 내뜻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조마조마 한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가 되질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노력하면 다 된다 하는 것은 특정상황에만 적용이 되는 것인데, 복잡한 세상에 몇가지의 방법을 일괄 적용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유연성을 가지고 내가 알고 있는 관념이나 믿음에 대한 객관적 평가 등이 필요하다.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때로는 휴식하며 한 발 물러나서 돌아보면 일이 더 잘되기도 한다.
철학자가 쓴 책이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을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관점으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좋았다. 무엇보다 삶의 여유를 가지는 태도, 감정이든 일이든 너무 깊이 빠지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것이 왜 그렇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현명한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과 콩나무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마음대로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