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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징 브레인 - 생생한 뇌로 100세까지 살아가기
티머시 R. 제닝스 지음, 윤종석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1년 4월
평점 :
이 책은 지극히 기독교의 관점에서 씌여진 과학서이자 건강서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티머시 R제닝스'라는 분이 뇌에 관한 과학을 이야기 한다. 미국의 소비자 연구위원회에서 최고의 정신과 의사로 선정되었고, 테네시주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소비자 연구위원회란 어떤 단체일까 궁금하다. 정신과 환자들이 소비자일텐데 그 소비자들의 최고의 정신과 의사로 엄지를 치켜들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연구 위원회에서 연구 결과 최고의 정신과 의사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일까.
저자의 다른 저서를 보면 <뇌, 하나님 설계의 비밀><생각, 하나님 설계의 비밀><마음, 하나님 설계의 비밀>이다. 딱 봐도 종교의 냄새가 난다. 그런데 이 책의 소개나 표지에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이 책을 출판한 CUP출판사는 종교관련 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이라는 것은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에서 내내 종교 이야기를 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의사이기 때문에 건강을 지키고 노화를 늦추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임신상태에서 산모가 영양 공급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알콜이나 담배를 피우거나 하면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서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나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을 올린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러나 해답은 있다. 이미 그런것들을 겪었어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규칙적이고 올바른 생활 습관, 마음가짐, 긍정적인 사고 방식... 그리고 신을 영접하는 것. 왠지 이런 전개가 되리라 예상이 되었다. 물론 대놓고 그렇게 하라고 써있진 않지만 책을 읽어보면 결국 그런식으로 은근하게 유도하고 있다. 나름 객관적으로 - 의도적으로 그렇게 보이려고 했는지 쓰다 보니 그러셨는지 아무튼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면이 보이긴 한다. 나름 많이 자제하셨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기독교인의 기독교적 관점이다. 종교적 관점이 전혀 배제되지 않았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 - 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쉬운? 요샛말로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정확하진 않지만 크게 다른 의미는 아니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
정치 좌우 양극단을 예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서로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고 토론을 한다. 그런데 그 토론의 성과는 거의 없다. 양쪽 다 결코 자신들의 입장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감정싸움만 하다 끝난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종교인들은 모든 것을 하나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무슨 이야기를 해도 하나님이 있다는 관점에서 이야기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신이 없다는 관점에서 생각이 된다. 자기 입장을 너무 고수하다보면 충돌은 불가피 하다. 그렇다면 서로 신념을 버리지 않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것이 내 입장이다. 나는 어떤 기가막힌 설득을 하더라도 그 이상의 논리를 내세워 설득당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기독교 인들도 물론 마찬가지일것이다.
결국 서로의 입장은 변하지 않으니 서로의 영역을 그냥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해는 동의한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종교인에게 종교를 버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설득을 시도한 적도 없다. 그 사람의 신념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나름 생각이 있어서 종교인이기로 결정한 것일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신념은, 그것이 반 사회적인 것이 아니라면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종교인들에게 대체적으로 내 신념을 존중 받지 못했다. 그들은 내가 이미 진작에 결론을 끝낸 뻔한 논리를 들어 자꾸 설득하려 든다. 미안하지만 참신하고 그럴듯한 이야기는 한 번도 없었다. 대부분 똑같은 논리만을 이야기 한다. 그것은 전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철저하게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 반박하지 않는다. 효과는 전혀 없고 감정만 상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건강에 대한 좋은 정보와 방대한 자료가 많다 - 뭐 그게 맞는지 아닌지 일일히 내가 확인할 능력은 없지만, 당연히 맞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과학연구에 근거한 뇌 건강의 원리와 실천 방법을 표방하며 자꾸 과학적임을 강조한다. 그냥 과학 이야기를 한다면 과학인줄 알텐데 자꾸 과학적임을 강조하니 과학이 아닌 것같다. 내가 사람이면 나는 사람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법인데...
왜일까? 거기에 종교를 넣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듯해도 거기에 종교를 넣으면 유사과학 내지는 종교 서적이 된다. 미술이 수학이 될 수 없듯이 종교는 과학자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 이야기를 하면서 과학적으로 증명을 하려고 들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건강을 표방하는 책인데 자꾸 종교적 사고를 우겨 넣으니 - 종교와 과학은 다른데 자꾸 같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시도 때문에 - 종교 서적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물론 종교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진 않는다. 오히려 종교이야기 부분은 소수다. 소수지만 핵심은, 결론은 하나님. 하나님을 믿으면 건강도 얻을 수 있다라는 걸로 (은근슬쩍?) 귀결된다. 내가 알지 못할 온갖 의학 과학 용어들을 써가면서 과학적 설명을 한다. 그리고 결론은 버킹검... 아니 하나님.
나는 무신론자다.
무신론자는 단순히 종교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신이 없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그런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이 이 책은 불편하다. 편향적인 근거를 들어서 진화론자들의 말이 자꾸 틀렸다는 주장을 한다. 과학을 자꾸 종교적인 입장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내 신념에 대해서 여기서 더 논하진 않겠다. 그렇게 되면 글이 길어지고 이 책과 직접적인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주위엔 종교인이 많다. 그중에 당연히 정말 좋은 사람도 많다.
나를 알기에 서로의 종교적 영역은 건들지 않기로 묵시적 합의가 되어있다.
가끔 조심스레 들어오시는 분도 있지만 그냥 좋게 웃어 넘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