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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미술관 - 캔버스에 투영된 과학의 뮤즈
전창림 외 지음 / 어바웃어북 / 2021년 3월
평점 :
'통섭' 이라는 단어가 요즘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여러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고 각 분야의 지식을 통합해 새로운 학문을 만든다는 뜻이 있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이자 '통섭'이란 저서를 번역한 최재천 교수를 위주로 하여 이런 통섭의 바람이 분다고 한다. 그의 저서를 구입해놓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아직 읽지는 못했다.
아무튼 이미 그리스 시대에는 가장 위대한 수학자는 위대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금 생각하면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학문을 아울렀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융합을 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교양서이다.

얼마전에 읽은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과학자의 눈으로 현상을 바라보라고 했다. 세상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많은 것들이 있는 만큼 그걸 이용한 사기에 가까운 회유나, 이상한 음모론, 잘못된 믿음과 구시대적 사고방식이 아직도 넘쳐나고 있기에, 과학은 우리에게 그런 엉터리들 사이에서 '팩트'를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 더군더나 과학은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기존의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학설이 나오면, 기존 학설의 발표자조차 그것을 뒤짚고 인정하는게 과학계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변화를 두려워 하지만, 변화할 것은 빨리 변하고 인정해야 하는 태도가 현대에 더욱 필요한 것이다.
나는 양장본을 참 좋아하는데, 오래 되어도 쉽게 변질되지 않고 책장에 꽂아 두면 왠지 뿌듯함이 느껴진달까. 이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책에 촘촘한 글씨에 다양한 삽화로 알차게 이루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 '미술관에 간 지식인 씨리즈' 5권의 내용 중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부분들을 편집했다고 한다.이전의 5권 씨리즈는 내가 몰랐던 책인데, 세트의 정가가 9만원이다. 이 책은 그 세트의 정수를 한 권으로 읽어낼 수가 있다고 하니 참 알찬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일까 미술 책일까? 책을 받아보기 전부터 그런 궁금증이 일었다. 읽어보니 미술교양서에 가깝다. 미술과 관련된 과학을 소개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이론에 얽힌 미술 이야기도 있으나 전자의 분량이 더 많다. 화학자의 미술관, 물리학자의 미술관, 수학자의 미술관, 의학자의 미술관 이렇게 4 파트로 나뉜다. 미술관 지식인 시리즈의 파트가 다 포함이 되어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원래의 5권 시리즈도 갖고 싶다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
4명의 저자가 책에서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과학과 미술에서부터 역사까지 읽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통섭' 이라 하겠다. 가난한 화가였던 고흐는 값싼 재료를 사용했는데, 노란색 계통의 크롬옐로 물감이 오랜 세월이 지나자 화학 반응을 일으켜 변색이 되고 있다고 한다. 미술 애호가들에게는 참 안타까운 소식일 것이다.

4장 의학자의 미술관은 '코로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에' 에서 별 주변에 노란색 '광환'을 '코로나' 라고 한다. 그걸 왜 코로나라고 부르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엉뚱하게도 도난 기사가 떴다. 네덜란드의 싱어 라런 미술관에서코로나로 인한 휴관때문에 고흐의 작품 '봄 뉘넌의 목사관 정원'이 도난을 당했다는 기사였다.
우리가 코로나를 코로나라고 부르는 이유 역시 알게 되었다. '광환(光環)' 을 영어권에선 코로나라고 부르는데, 현미경으로 관찰한 바이러스의 모양이 이 광환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광환이란 ? -구름이 태양이나 달의 표면을 가릴 때, 태양이나 달의 둘레에 생기는 불그스름한 빛의 둥근 테. 대기 가운데 떠 있는 물방울에 의한 빛의 굴절이나 반사 때문에 생긴다.
이 책은 교양서로서 참 좋은 것 같다. 재미로 읽어도 물론 좋다. 미술이나 과학을 잘 몰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그림과 화가들이 나오기 때문에 아무리 모른다 해도 아는 것이 있을 것이다.
[ 도서만을 제공받고 자유롭고 솔직한 감상위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