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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트 블루머 - 나이를 뛰어넘어 잠재력을 발휘하는 법
리치 칼가아드 지음, 엄성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 late bloomers 를 검색하면, 할머니와 란제리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온다. 한국형 제목이고 원제가 레이트 블루머인 것이다. 뛰어난 바느질 솜씨로 속옷가게를 열려는 할머니와 그것에 반대하는 마을사람들의 갈등, 할머니의 친구들은 늦은 나이에 열정을 보이는 할머니에게 대리만족을 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이나 사회에 맞선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할머니라는 단어 자체에 나이가 보이기 때문에 왜 그런 제목을 썼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할머니 처럼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펼친 사람들의 이야기로 출발한다. 누구나 익히 아는 해리포터의 작가는 50대에 해리포터를 집필했고, 샌더스는 수 많은 우여곡절 끝에 60세가 넘어서 KFC를 창업했다.
물론 이런 신화들에서 결과들만 두고 보면 갑자기 성공한 것 같지만, 가만히 있다가 그들이 늦은 나이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수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견뎌내고 결국 뒤늦게 성공을 이룬 것이다. kfc만 해도 10년 넘게 치킨 조리법을 연구한 것이라 한다.
사회는 레이트 블루머를 무시한다.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않으면 인생을 망치는 것처럼 교육하고 있는 우리 공교육은 물론이고, 교육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다.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일찌감치 성공을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주목한다. 그들을 천재라고 부르며. 그러나 때에 따라선 그런 모습들이 우리를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게 한다. 그리고 초조하게 만든다. 나는 왜 누구처럼 되지 않는가? 그러나 그런 사람들은 너무 소수이다. 미디어에서 자주 조명하니 많게 느껴질 뿐이다. 중요한 건 현실적인 시각, 내가 어디를 바라보는 가이다. 얼리 블루머들의 잘못도 아니다. 그들처럼 되지 않는 인생은 잘못된 것이라는 메세지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책은 지적하고 있다. 그로인한 너무 많은 비용지출은 사회적 현상이다. 트렌드를 중요시 하는 한국사회에서는 이런 광풍이 전체를 지배하듯 하고 있다.
2001년 이후 해마다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명문대의 문턱. 좋은 인재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런 풍조는 여러가지 문제들을 가져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의 주의력 결핍장애 처방빈도가 영국에 비해 14배나 높다고 한다. 조울증 처방은 독일의 40배, 행동통제 처방약은 이탈리아 아이의 93배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국이나 한국 뿐만 아닌 전세계 청소년들이 10대 시절 우울증 증상을 겪고 있으며, 자살이나 자살 미수도 증가하고 있다. 대공황과 전쟁때보다 더 많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비네와 시몽이 고안한 IQ테스트는 평생지능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종차별 주의자 루이스 터먼의 IQ검사 방식은 세상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직도 다수의 한국사람들 및 세계인들이 IQ를 맹신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그것은 끔찍한 우생학으로 이어져 세상의 많은 불합리를 낳았고, 지금도 그러하다. 지금도 우리 한국인들은 다른 민족에 비해서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이 천지다. 그런 생각은 나치들의 우생학과 뿌리를 같이하는, 그들과 별로 다를바 없는 사고방식이다. 이미 최신 과학은 그런 유전적인 요소는 없다고 밝혔고, 가난한 흑인도 부유한 백인처럼 교육을 받으면 비슷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증명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현실은 지능이 유전 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유전이 되기 때문에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더 뛰어날 수 밖에 없을 뿐이다.
사람마다 배우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어떤 기준에 의해 학생들을 분류하고, 거기에 맞는 사람들만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다른 방식의 사람들을 좌절시키고, 위협하기까지 한다.

"훈련이나 교육과 관련없이 이런 저런 지능검사로 순수한 타고난 지능을 측정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과학 역사상 가장 잔인한 오류들 중 하나였지만...(중략)...타고난 지능 가설은 이미 죽었다" 본문 99p중에서 -
이 책은 그런 조급함을 버리고 묵묵히 노력하다가 뒤늦게 성공을 거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자기계발서 답게 상세한 근거와 예시로 레이트 블루머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왜 젊은 나이에 빠른 성공을 해야만 인정을 하는 풍조에 휘말렸는지, 그로 인한 부작용, 그리고 블루밍의 개념의 신경과학적 연구를 3장에 걸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내용을 읽어보면 나도 늦지 않았다는 믿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많은 자기계발서를 보면 예시나 사례보다 요약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주장만 있고 근거는 빈약하며 깊이가 없는 것이 많은데, 미국의 서적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읽는 것이 좀 곤혹스럽더라도 근거와 논거들이 풍부한 책들이 신뢰가 간다. 그만큼 주장에 대해서 과학적인 검토와 독자를 설득하겠다는 성의가 가득한 것이다.
단순히 이런것은 이러이러 하다 라고 기술만 한다면 독자는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아니 의심을 해야 한다.
실지로 잘못된 상식이나 고정관념, 아닌것으로 밝혀진 사실을 별 근거 없이 주장하거나, 확증 편향적 자료들만 나열하는 책들이 상당하다. 번거롭더라도 근거와 논거가 풍부한 책들을 보는 것이 잘못된 책들을 논리적으로 가려낼 수 있는 독자의 감을 키워주는 것이라 하겠다. 요약이 잘 되어있는 것은 물론 좋지만 그 요약은 독자의 몫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