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일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다.
콜렉터 기질이 있는 나는 책을 읽을 때도 읽기전 부터 사기를 시작한다. 예를들어 리차드 도킨스의 책을 사면 그의 다른 저서들도 같이 사고, 그 분야의 다른 책도 같이 사서 심할땐 열 권 이상을 산다. 그럼 뭐부터 읽을까 하다가 또 다른 분야를 찾아보고 있고... 결국엔 산 책의 10분의 1이나 읽을까.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 안된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그래서 처음엔 편견이 좀 들기도 했다.
아직도 독서 인구가 많다는 일본. 지하철에 출퇴근 시간에 핸드폰만 주로 보는 한국인들과는 달리 책도 많이 보고 있단다.
그러나 실상은? 일본도 베스트 셀러에는 가벼운 책들만 수두룩 하더라. 일본을 여러번 가보았을 때도 보면 지하철에서 실제로 책읽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잡지나 만화책(때론 성인 만화책도 당당하게 보고 있더라)이나 로멘스 소설 이런 책들만 주로 보고 있더라. 지하철에서 공부가 되는 책들을 보는 광경은 오히려 한국이 많다.
뭐 그렇다고 한국이 더 낫다 못하다라는 말도 아니고 그런 류의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실용서에 대해서 서평을 쓰고 있고 그걸 주제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처럼 일본이 독서 강국이며 지성인들로 넘쳐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정도라면 한국과 크게 차이가 나질 않는다. 일본의 책을 다 본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수입되는 일본 실용서들이나 베스트 셀러들은 한국저자들의 책에 비해 뛰어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같은 페이지의 책이라도 어떤 책인가에따라 무척 깊이가 다르다.
100권의 가벼운 책보다 한권의 깊이 있는 책이 더 얻을게 많을 수도 있다.
일본식 자기계발서적을 읽으면 하루에 한 권씩 읽고도 남을 것이다. 그런 많은 일본 자기계발서의 특징은 주의를 끄는 제목에 길어도 세 페이지를 넘지 않는 많은 챕터로 이루어지고 두께가 두껍지 않고 글씨도 꽤 큰 편이다. 미국의 두껍고 설명이 긴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사실 나는 이런 류의 일본 서적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 나열을 하지만, 깊이가 별로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책 수십권은 읽어보았지만 와닿는 책은 몇 권 없었다.
이 책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이 책은 그래도 읽을 만하다.
그러면서 조금 아쉬웠다. 좀 더 상세하게 써주었으면 좋았을것을 싶다. 긴 책을 싫어하고 디자인을 보고, 순위를 보고 책을 고르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따른 것일테지.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만 하다고 한 이유가 뭘까?
첫째, 이 책의 저자의 경력이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냐에 따라 신뢰도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평범한 옆집 아저씨하고 뇌 과학자하고 똑같은 말을 한다면 그 내용 만으로 신뢰를 하게 될 것인가? 그것도 옳겠지만 사실 사람은 그렇지 않잖은가.
저명한(저명해 보이는) 뇌 신경학과 의사로서 경험이 이 책을 읽을 만하게 만드는 첫번째 이유다.
둘째,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흔히 아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뭐 나도 다 아는 얘기잖아,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책도 그런 부분이 많다. 집중을 하려면 주위가 깨끗해야 하고 자세가 좋아야 하고 긍정적이어야 하고. 하지만 왜 이 책을 읽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라고 해서 아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면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있을 때는 그것만 보면 한 두 줄 밖에 되질 않는다. 어떤 책은 한페이지로 이야기 하면 될 것을 한 권을 걸쳐서 설명을 한다.
왜 그럴까? 책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 인가? (물론 그런 책도 있다)
인터넷에서도 장황하게 쓴 글에 '그래서 이러이러 하다는거 아니예요 그걸 뭐 그리 길게 설명해요?' 라는 댓글이 달린다.
왜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을 쓸데 없이 길게 설명할까?
그것은 아무도 한마디로는 신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 단 사람도 한마디만 했으면 그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한마디인가 그 한마디의 근거는 무엇인가 왜 그런 한마디를 하는 것인가 그 한마디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한 권으로 독자를 납득 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은 한마디로 끝나지 않고 몇 페이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만 써있다고 누가 믿고 실천을 할 것인가.
몰라서 못하는 것,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똑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기 계발서 몇 권 읽어본 사람은 다른걸 읽어도 똑같은 얘기를 한다며 이제 안본다고 한다. 다 아는 거라며. 그러나 그 아는 것을 실천하고 있을까?
이 책도 집중력에 대해서 뇌 과학적으로 설명을 하지만 읽어보면 많은 부분이 아는 얘기다. 그 아는 얘기를 어떤 관점에서 보는 것도 굉장이 중요하다. 과학적인지 이상적인지 이론적인지, 사례를 중점으로 설명하고 있는지.
결국 알법한 이야기들을 왜 해야 하는지 왜 믿음이 가는지를 설명하고 독자를 납득시키고 있는 것이 이런 책의 역할이다. 미국 자기계발서들을 보면 아주 길게 그런 이야기들을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일본책 답게 간단 명료한 편이다. 그리고 쉽다.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독자의 성향이나 수준에 따라 다를것이다.
알았던 이야기만 나오는 것도 물론 아니다. 평소 대체로 그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고 방식과 다른 이야기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집중할 때 타이머에 맞춰서 쉬지 않는다라던지. 어떤 책에선 시간에 맞춰서 하라던데. 누구 얘기를 따를지를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수 밖에 없다. 뭐가 더 일리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는 거다. 아무리 신박한 책이라 해도 억지로 실천을 하게 만들 수는 없다.
저자에 의하면 뇌는 감정에 따라 좌우된다. 긍정적인 마음이나 자세는 집중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뇌의 호르몬을 좌우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고 뇌도 움츠러 들게 되는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거나 집중이 안된다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보는 뇌가 잊어 버려도 상관없는 정보로 분류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나 공부를 할 때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 책에서 해선 안된다는 '나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는 마음이 이 책을 읽게 했다. 스스로 집중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안 읽을 테니까.
알고 있는 것과 인식하는 것의 차이다. 알고 있어도 평소에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책도 물가가 어딘지를 알려줄 수 있지만 그 물을 억지로 마시게 할 순 없잖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