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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ㅣ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우리는 외할머니댁으로 내려갔다. 방학내내 우리는 외사촌들과 함께 마을의 산과 강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며 행복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모기에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다닥다닥 물려도 마냥 신이 나고 즐거웠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수박과 참외가 자라던 밭과 높은 원두막, 강가에서 헤엄치고 고기잡던 모습, 산을 쏘다니며 산딸기를 따먹던 모습, 겨울이면 화롯가에서 불쬐며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던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어린시절 시골에서 뛰놀던 꿈을 꾼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그저 행복하고 풍요롭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짱둥이가 살았던 시대를 어떻게 느낄까? 아이들은 이 책이 재미있다며 "선생님 이게 언제 얘기예요? 옛날엔 정말 그랬어요?"하고 묻는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에겐 짱뚱이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나보다. 요즘 아이들과 짱뚱이 어느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짱뚱이가 살던 시대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빈곤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물질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아쉬운 것 없이 살지만 매일 학교, 학원 다니느라 도무지 놀 시간마저 없이 산다. 큰 가방을 들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무엇을 위해 아이들이 저렇게 살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짱뚱이가 살던 시대로 가서 살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짱뚱이가 사는 곳에 가서 한번 실컷 놀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살기는 싫어요. 거기는 먹을 것도 별로 없고요, 게임기도 없잖아요."
아이들의 솔직한 말이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마냥 신이 나게 뛰어놀던 우리의 예전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참 재미난 만화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옛날엔 흙집의 벽을 살곰살곰 뜯어먹던 친구가 있었어요. 걔 말로는 흙이 맛있대나요? 뭐. 그렇다고 짱뚱이를 뜯어먹진 마세요.그리고 1950년대의 마지막쯤 소나기가 내리 꽂히는 우리 집 안마당을 마루에 앉아서 넋놓고 보던 어린 양희은의 모습이 그려져요. 채송화, 봉숭아, 과꽃이 핀 우리집 안마당, 우물이 있었구요, 장독대도 있었지요. 거기서 오랜 말도 하고 공기도 하고 땅따 먹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등목도 하고 우물에 띄어 놓은 수박, 참외, 토마토를 어적어적 먹기도 했구요. 상추에 묻은 물끼를 마당에 훽~ 뿌리며 아구아구 쌈도 싸먹었어요.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짱뚱이가 살던 고향 마을에 다 담겨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