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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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유명한 책이어서 어떤 책일까 무척 궁금하였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과연 호평을 받을만한 책이구나'라고 느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그림이 눈길을 끈다. 한국화로 그려서 친밀감이 느껴질 뿐 아니라 그림 하나 하나가 강렬하면서도 정교하고 섬세하다. 그러면서도 익살스럽게 그려진 닭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정도면 세계 어느 나라 그림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내용면에서는 수탉을 의인화하여 우리네 인생을 표현하고 있기에 어린아이들이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아이들이 책 내용을 백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으리라. 책의 그림과 내용을 보면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느끼는 걸 게다. 이 책을 보며 아이가 힘세고 튼실한 모습의 젊은 수탉의 모습에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 족하고, 늙은 수탉이 환갑상을 받고 많은 가족과 함께 있는 행복한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떠올렸다면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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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비룡소의 그림동화 5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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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강아지와 함께 기차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꿈의 상상의 세계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와 강아지가 탄 기차에 코끼리, 물개, 두루미, 호랑이, 북극곰 같은 동물들이 하나씩 뛰어듭니다. 처음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하고 소리치지만 사람들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거라며 기차에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동물과 금방 친구가 되어 기차를 타고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기차에 탄 동물들과 아이는 한데 어울려 상상의 어느 지점(어른들의 제재가 전혀 없는 자유로운 곳)에서 너무나 즐겁고 자유롭게 실컷 뛰놉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 쬐는 어느 지점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곳에선 연을 날리고, 비가 오는 곳에선 우산을 쓰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눈이 오는 곳에선 눈싸움을 하며 신나게 놉니다.
이 책은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들을 괴롭히는 어른들의 모습과 동물들과 아이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내적 갈망의 세계가 잘 대비되어 있습니다.
간결한 글이면서 그렇게 화려하지도, 섬세하지도 않은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우리 아이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어른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천진난만하고 갇혀있지 않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겁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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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 신영식 오진희의 고향 만화 1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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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우리는 외할머니댁으로 내려갔다. 방학내내 우리는 외사촌들과 함께 마을의 산과 강과 들판을 헤집고 다니며 행복했다. 얼굴이 시커멓게 타고 모기에 온몸이 성한 곳 없이 다닥다닥 물려도 마냥 신이 나고 즐거웠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수박과 참외가 자라던 밭과 높은 원두막, 강가에서 헤엄치고 고기잡던 모습, 산을 쏘다니며 산딸기를 따먹던 모습, 겨울이면 화롯가에서 불쬐며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던 모습이.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어린시절 시골에서 뛰놀던 꿈을 꾼다.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은 모두가 그저 행복하고 풍요롭고 따스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나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짱둥이가 살았던 시대를 어떻게 느낄까? 아이들은 이 책이 재미있다며 "선생님 이게 언제 얘기예요? 옛날엔 정말 그랬어요?"하고 묻는다.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에겐 짱뚱이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지나보다. 요즘 아이들과 짱뚱이 어느쪽이 더 행복한 것일까?
짱뚱이가 살던 시대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빈곤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물질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아쉬운 것 없이 살지만 매일 학교, 학원 다니느라 도무지 놀 시간마저 없이 산다. 큰 가방을 들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을 보며 과연 무엇을 위해 아이들이 저렇게 살아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아이들에게 짱뚱이가 살던 시대로 가서 살고 싶냐고 물어 보았다. "짱뚱이가 사는 곳에 가서 한번 실컷 놀아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곳에서 계속 살기는 싫어요. 거기는 먹을 것도 별로 없고요, 게임기도 없잖아요."
아이들의 솔직한 말이다. 이 책은 자연 속에서 마냥 신이 나게 뛰어놀던 우리의 예전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참 재미난 만화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옛날엔 흙집의 벽을 살곰살곰 뜯어먹던 친구가 있었어요. 걔 말로는 흙이 맛있대나요? 뭐. 그렇다고 짱뚱이를 뜯어먹진 마세요.그리고 1950년대의 마지막쯤 소나기가 내리 꽂히는 우리 집 안마당을 마루에 앉아서 넋놓고 보던 어린 양희은의 모습이 그려져요. 채송화, 봉숭아, 과꽃이 핀 우리집 안마당, 우물이 있었구요, 장독대도 있었지요. 거기서 오랜 말도 하고 공기도 하고 땅따 먹기도 하고 말타기도 하고 등목도 하고 우물에 띄어 놓은 수박, 참외, 토마토를 어적어적 먹기도 했구요. 상추에 묻은 물끼를 마당에 훽~ 뿌리며 아구아구 쌈도 싸먹었어요. 그리운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짱뚱이가 살던 고향 마을에 다 담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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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글쓰기 살아있는 교육 6
이호철 지음 / 보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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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가슴이 벅찼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항상 회의가 많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렸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이제는 좀 해답을 얻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진실된 글쓰기이지 글쓰기의 기교가 아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자기 생각을 진실되게 표현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지, 글쓰기 선수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장 관심있게 읽은 부분은 '제1부 시쓰기--그 때 그 순간의 감동 되살리기'이다. 아이들에게 시를 지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대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비슷비슷한 내용의 시를 쓴다. 아이들 스스로의 진실된 느낌은 없고 기성시인의 시를 모방해서 머리로 짜맞추어 쓴 시가 대부분이다.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작가의 말처럼 거짓된 시쓰기를 가르쳐 준 어른들의 잘못이다.
나 역시 학창시절에 백일장에 가면 나의 생활과 전혀 동떨어진 '소나무, 별, 강물' 같은 시제를 주며 시를 쓰라고 할 때 너무나 막연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 장원으로 뽑힌 시들을 읽어보면 뭔가 멋있는 것 같긴 한데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던 기억도 난다.
나 역시 삼십 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그럴듯한 기교를 부려 꾸며 쓴 시가 잘 쓴 시이고 좋은 시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배운 동시가 전부 그런 시들이었고, 어른들이 잘 쓴 시라고 칭찬하는 시가 그런 시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기성시인처럼 멋진 시를 쓰려 했고, 성인이 되어선 아이들에게도 그런 틀의 시를 강요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진짜시와 가짜시를 예를 들어가며 제시해 놓은 부분을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에 잘 쓴 시라고 당연스럽게 생각했던 그런 시들이 사실은 머리로 짜맞추어 쓴 가짜시라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짜시와 진짜시의 구별을 보면서 나는 여지껏 시를 바라보던 일반적인 관점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쓰기를 가르친답시고 오히려 아이들의 창의성을 짓밟고 거짓된 글쓰기를 가르쳐온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하나부터 열까지 교육이란 말에는 괴외가 따라다니는 우리 사회이다. 그래서 이제는 글쓰기마저 또 다른 과외공부가 되어 아이들은 진실이 아닌 기교를 배우기에 바쁘다. 이러한 교육 현실에서 글쓰기 교육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고, 아이들에게 어떻게 글쓰기를 지도해야 할지를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들려주는 이 책은 너무나 귀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기존의 뿌리깊은 그릇된 고정관념을 뒤엎는 정말로 획기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20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글쓰기를 직접 지도해온 경험 속에서 얻어진 글이라 구체적이고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만큼 진실된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 또 이 책에는 초등학생들이 직접 쓴 글들이 예로 많이 제시되어 있는데 그 글들을 읽어 보면 어떤 유명한 작가가 쓴 글보다도 감동적이다. 그래서 '정말 진실된 글은 바로 이런 거로구나!"하는 자연스런 깨달음을 얻게 된다. 글쓰기를 지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교사 학부모 모두가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01년)

[인상깊은구절]
아이들을 글짓기 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억지로 쓰게 하는 글짓기 지도가 아니라, 참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한 글쓰기 지도를 해 보자. 글쓰기 지도는 문예부 교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교사나 밥 먹는 것처럼 할 수 있어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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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어린이 57
권정생 지음 / 산하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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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나온 하느님과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하느님과 예수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지요. 이 책에 나온 하느님과 예수님은 땅으로 내려와 보통 사람과 똑같이 살아갑니다. 아니 보통사람보다도 훨씬 못한 헐벗고 가난한 모습이 되어 힘들고 어렵게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책에서 하느님은 거룩한 존재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무 힘도 없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져 있습니다. 과천 댁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점쟁이를 찾아가서 점을 치고, 전도사를 만나 교회에 가서 구원을 받기 위해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 동격인 신의 모습이 아니라 청소부로 취직해서 일을 하고, 과천 댁 할머니와 노점상을 하며 노점상 철거반원에게 잡혀가기도 하는 한없이 낮은 모습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가장 낮은 모습이 되어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이웃을 만나 함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듭니다. 가족 구성원 중 과천 댁 할머니는 이산가족으로 혼자서 어렵게 사는 분입니다. 분단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존재입니다 또 '공주님'은 고아 소녀로 이 땅에서 소외된 존재입니다. 넷은 이 세상에서 힘겹고 어렵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어떠한 기적도 일으키지 않지만 인간의 고통을 함께 하고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하느님이 사는 산동네에서 '봉식'이라는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숨졌을 때 하느님은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왜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요. 아이들이 알고 있던 거룩하신 하느님이 아닌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의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할 겁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은 어쩜 가장 낮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그렇다하더라도 요즘 가뜩이나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풍토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과천 댁 할머니나 공주님 같은 소외된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권정생 님의 눈은 언제나 이 땅에서 힘없고 고통받는 약한 존재에게 멎어 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러한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힘겹게 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이 가슴뭉클하게 여운으로 남습니다.

[인상깊은구절]
강물은 깨끗하고, 그래서 온갖 물고기가 함게 살고, 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피어나고,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깨끗한 그런 세상은 결코 산만큼 쌓아 놓은 돈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돈 때문에 우리는 싸우고 미치고 악마가 되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난하게 살아라고 가르쳐 주신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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