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어린이 57
권정생 지음 / 산하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에 나온 하느님과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하느님과 예수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지요. 이 책에 나온 하느님과 예수님은 땅으로 내려와 보통 사람과 똑같이 살아갑니다. 아니 보통사람보다도 훨씬 못한 헐벗고 가난한 모습이 되어 힘들고 어렵게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책에서 하느님은 거룩한 존재로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아무 힘도 없는 나약한 존재로 그려져 있습니다. 과천 댁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점쟁이를 찾아가서 점을 치고, 전도사를 만나 교회에 가서 구원을 받기 위해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예수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 동격인 신의 모습이 아니라 청소부로 취직해서 일을 하고, 과천 댁 할머니와 노점상을 하며 노점상 철거반원에게 잡혀가기도 하는 한없이 낮은 모습입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가장 낮은 모습이 되어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이웃을 만나 함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듭니다. 가족 구성원 중 과천 댁 할머니는 이산가족으로 혼자서 어렵게 사는 분입니다. 분단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존재입니다 또 '공주님'은 고아 소녀로 이 땅에서 소외된 존재입니다. 넷은 이 세상에서 힘겹고 어렵지만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갑니다.

하느님과 예수님은 이 세상에서 어떠한 기적도 일으키지 않지만 인간의 고통을 함께 하고 눈물을 흘리는 인간적인 모습입니다. 하느님이 사는 산동네에서 '봉식'이라는 여섯 살짜리 꼬마 아이가 연탄가스를 마시고 숨졌을 때 하느님은 눈물을 흘립니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왜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키지 않는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요. 아이들이 알고 있던 거룩하신 하느님이 아닌 너무나 인간적인 하느님의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할 겁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하느님은 어쩜 가장 낮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생각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지나친 욕심이겠지요. 그렇다하더라도 요즘 가뜩이나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풍토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과천 댁 할머니나 공주님 같은 소외된 우리 주변의 이웃들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권정생 님의 눈은 언제나 이 땅에서 힘없고 고통받는 약한 존재에게 멎어 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러한 작가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힘겹게 살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소외된 이웃들의 모습이 가슴뭉클하게 여운으로 남습니다.

[인상깊은구절]
강물은 깨끗하고, 그래서 온갖 물고기가 함게 살고, 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피어나고,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깨끗한 그런 세상은 결코 산만큼 쌓아 놓은 돈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돈 때문에 우리는 싸우고 미치고 악마가 되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난하게 살아라고 가르쳐 주신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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