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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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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멀리서만 찾으려 합니다.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은 바라보지 않고요. 푸른 하늘, 날아가는 새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스치는 바람, 봄이면 깨진 보도블록의 틈새에서 용케 피어나는 민들레꽃...... 우리 주변엔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우리는 그런 것들을 무심히 지나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자기가 사는 숲에 있는 그 아름다운 꽃들은 생각하지 않고 새로 꽃밭을 만들려고 한 오소리 아줌마처럼요.

권정생님의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른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습니다. 그림책에 나온 잔대꽃, 도라지꽃, 용담꽃, 패랭이꽃을 아이와 함께 짚어보면서 얼마나 아름다운 꽃들인지, 또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슴이 벅찼습니다. 올 봄에는 아이와 함께 산에 올라가서 아름다운 우리의 꽃들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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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지음, 이석태 옮김 / 보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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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또 진정한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화두였다. 잘 포장된 그럴싸한 자유로움이나 아름다움은 아무런 울림을 주지 않는다. 메스꺼움만 줄뿐. 스코트와 헬렌은 이 시대를 진정으로 자유롭게, 아름답게 살다간 사람들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스코트는 모순으로 가득 찬 자본주의에 맞서 평생 저항하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진보주의자들조차 제국주의 전쟁 앞에 무기력할 때 그는 전쟁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며 그 폭력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죽을 때까지 자본주의의 모순에 저항하였다. 그가 버몬트 숲으로 들어간 것은 단순히 자연과 조화롭게 살려고만 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곳에서 소박하게 살면서도 항상 연구했으며 강의를 하러 다녔다. 그는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다. 나는 그의 변함 없는 꼿꼿함에 감동받았다.

만약 헬렌 니어링이 그의 곁에 없었더라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기본적인 삶의 틀은 같았겠지만 분명 헬렌 니어링이 있었기에 더욱 그의 삶은 아름다워졌으리라. 헬렌 니어링. 그녀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풍요롭게 살 수 있었는데도 스코트를 선택하고 그와의 삶을 훌륭하게 살아간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가 가난한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스코트와 함께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꾸려갔다는 게 너무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기에 한편으론 스코트보다도 헬렌이 더 위대해 보였다.

스스로 곡기를 끊고 죽음을 경건하게 맞이하는 스코트의 모습은 어떤 성자보다도 거룩해 보였다!!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사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물질에 매달려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미덕인 이 사회에서 우리는 꼭 필요하지 않는데도 더, 좀더 많이 물질을 소유하고자 자기 자신을 황폐화시키고 있지 않는지... 자기 것을 꼭 움켜잡고 있는 한은 우리는 어쩜 자유를 향한 한 발짝의 걸음도 내딛지 못할 것이다.

자유롭다는 것은, 그리고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옳지 못한 것들에 대해 당당히 저항할 수 있고, 자기만의 삶이 아닌 내 이웃의 고통도 함께 느끼려 노력하고 많은 물질을 소유하려하기보다는 검소한 모습으로 살려 노력하고, 결국 인간은 '유한한 존재'라는 겸허한 인식 아래 살아가는 것. 또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이 아닐까?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의 삶은 우리들에게 너무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들의 삶 앞에 한없이 부끄럽기만 한 나의 삶... 이 책을 뭐라 표현을 다 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이 느껴졌다. 아무쪼록 아직 이 책을 읽지 많은 분들이 빨리 이 책을 읽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2001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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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 도종환의 나의 삶, 나의 시
도종환 지음, 이철수 그림 / 한겨레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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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다. 그리곤 하루만에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쓴 베스트셀러 시인으로만 알려진 도종환 선생님.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시는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 가슴도 젖어들었다.

난 선생님을 그냥 시 잘 쓰는 시인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그의 시가 왜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젖게 할 수 있는지, 절망으로 눈물 흘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될 수 있는지 이 책을 읽고야 알게 되었다. 도종환, 그 자신 또한 인생이라는 길에서 모진 비바람, 눈보라 맞아가며 절망에 부딪혀 한없이 눈물 흘리고, 넘어져 또다시 일어나고, 또 눈물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온 삶이었고 그것이 그의 시가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생님은 울면서 시를 썼고 자신이 울면서 쓰지 않는 시는 남들도 울면서 읽어주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 때문에 부모님과 떨어져 외로움에 사무친 삶을 살아야 했고, 가난 때문에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접어야 했다. 결혼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암에 걸려 세상을 뜨는 고통을 겪어야 했으며 전교조를 결성했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하고 10여년을 교단 밖에서 온갖 모욕을 겪으며 철창에 갇히고 경찰들의 곤봉에 맞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 10년 만에 겨우 복직이 되어 시골 중학교로 가서 교사로서 소임을 다하려 애쓰며 살고 있는 그에게 또다시 병마가 찾아들었다.

신은 그에게 어떻게 이렇게 가혹할 수 있을까 왜 그렇게 시인에게 절망을 주신 것일까?

 

 

강으로 오라 하셔서 강으로 나갔습니다.

처음엔 수천 개 햇살을 불러내어 찬란하게 하시더니

산그늘로 모조리 거두시고 바람이 가리키는

아무도 없는 강 끝으로 따라오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숲으로 오라 하셔서 숲속으로 당신을 만나러 갔습니다

만나자 하시던 자리엔 일렁이는 나무 그림자를 대신 보내곤

몇 날 몇 밤을 붉은 나뭇잎과 함께 새우게 하시는

당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

상처와 고통을 더 먼저 주셨습니다 당신은

상처를 씻을 한 접시의 소금과 빈 갯벌 앞에 놓고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 세상의 의미 없이 오는 고통은 없다고

그렇게 써놓고 말이 없으셨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지금 풀벌레 울음으로도 흔들리는 여린 촛불입니다

당신이 붙이신 불이라 온몸을 태우고 있으나

제 작은 영혼의 일만팔천 갑절 더 많은 어둠을 함께 보내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본문 231쪽 <당신은 누구십니까> 중에서

 

 

그러나 시인은 절망이라는 컴컴한 벽 앞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지 않았다.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내어 놓은 삶을 살았다. 그의 시 ‘흔들리며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처럼 그도 순간 순간 흔들렸으리라. 그러나 그는 흔들리며 나약하게 눈물 흘리면서도 결코 변절하지 않았다. 엄마도 없는 두 남매를 부모님께 맡기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으로 철창에 갇힌 신세가 되었을 때, 그의 아버지가 찾아와 전교조 탈퇴서를 쓰면 풀어주겠노라는 말을 전하며 쓰지 않으면 의절을 하겠노라고 한다. 그때 그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전교조를 탈퇴하지 않았다. 경찰서 담에 이마를 대고 울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았을 때 자식으로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쇠창살에 이마를 대고 어두워 오는 하늘을 봅니다

벽에 어린 내 그림자는 미동도 않습니다.

어두워 오는 하늘 먼 곳을 불안한 천둥소리가 질러갑니다.

장마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지금쯤 아이들은 울음을 그쳤을까

하루아침에 고아가 돼버린 내 아이들

며칠째 울먹였다던 학교의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

 

그러나 이 세상에 가장 버리기 힘든 게 마음이어서 가슴 아픕니다

명예는 버릴 수 있어도 못 버리는 게 마음이어 아픕니다.

목숨까지 버릴 수 있어도 못 버리는 게 마음이어 아픕니다.

평생 눈물밖에 드린 게 없는 어머님께

두 아이와 눈물 한 무더기들을 더 얹어드리고 돌아오면서도

버릴 수 없는 게 마음이어 아픕니다.

 

본문 167쪽 <쇠창살에 이마를 대고>

 

 

참교육을 위해 그 큰 고통 감내하고 10년 만에 시골학교 교사로 다시 복직해서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시인의 모습은 참 아름답게 보였다. 그런데 너무 몸과 마음을 혹사한 탓일까? 그에게 병마가 찾아오고 결국 교단을 떠나 산방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더 깊어진 눈으로 자신과 자연을 응시하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이른 봄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며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을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내팽개치고 굴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본문 320쪽 <축복>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와 시를 읽으면서 지나간 한 시대를 되돌아보며 촉촉이 젖어드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의원으로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단다. 시인은 이제 건강이 회복되어 산방을 나오신 것일까? 도종환 시인과 정치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생경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는 믿고 싶다. 앞으로도 시인의 삶은 이제껏 살아왔던 삶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노력하는 삶을 살아갈 시인이자 정치인이 될 거라고.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본문 208쪽 <담쟁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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