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원리 - 개정증보판
차동엽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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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읽어 보면 실망스러울 때가 있었다. 남들은 좋다는데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고 불편할 때가 좀 있었다. 그러다 보니 베스트셀러를 잘 읽게 되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무려 100만부가 넘게 팔려 완전 개정판으로 새로 나왔다는 그 유명한 차동엽 신부의 이 책을  이제 집어들게 된 것도 그 이유일 거다. 그리고 사실 난 이런 류의 자기개발서를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것은 100만명이 넘게 읽었다면 뭔가 이 책에 특별한 그 무엇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두번째는 그런 것이 있다면 나도 배우고 싶었다. 행복과 성공의 주인이 되는 비결을.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는 무지개 원리를 내 인생에도 드리우고 싶어서였다.

 

차동엽 신부는 무지개 원리를 7원리로 그림으로까지 제시하며 이것은 단순한 테크닉이 아닌 법칙이자 원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이 7원리 대로만 하면 하는 일마다 진짜 잘된다는, 인생에 무지개가 뜬다는 것이다.

 

 

 

 

 

제 1원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제 2원리 지혜의 씨앗을 뿌려라

제 3원리 꿈을 품으라

제 4원리 성취를 믿으라

제 5원리 말을 다스리라

제 6원리 습관을 길들이라

제 7원리 절대 포기하지 말라

 

1원리와 2원리는 지성(IQ) =힘이고, 3원리와 4원리는 감성(EQ) =마음, 5원리와 6원리는 의지(PQ) =목숨 

차동엽 신부는 무지개 원리를 나름 체계적으로 원리화하였다.

 

 

차동엽 신부는 절망에 대하여 소비지상주의 사회에서 탐욕이라는이름으로 과도하게 만들어진 절망, 비교가 부른 절망, 성급함이 가져온 절망에 빠지지 말라고 한다. 그의 말은 강하다.

 

절망은 속단이다. 어떤 철옹성 같은 이유로도 절망은 끝내 속단이다.  30쪽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 116쪽

일체의 꿈을 버린 것 그것이 종말이다 173쪽

"내 꿈속에는 신적인 창조력이 깃들어 있다. 그러기에 꿈꾸는 자가 미래를 창조한다 177쪽

 

 

수많은 예화를 들려주면서 절대 절망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혜를 쌓고 꿈을 품고 그 성취를 신념화하면서 확신하고 좋은 습관을 길르라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선 무지개의 선순환을 이야기하며 지금 이 순간을 누리고 행복해하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감사하라고 하며 감사는 무지개 원리의 완성임을 말한다.

 

다 맞는 말이고 좋은 말인데, 꽤 공감이 가는 글인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도 왜 난 이리 쓸쓸한 것일까?

그리고 불끈불끈 힘이 나고 희망에 차지 않는 걸까?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으며 난 얼마 전에  읽은 인터넷판 짧은 뉴스가 계속 생각났다. 한 자영업자가  장사가 안돼 사채빚까지 쓰게 되고, 사채빚은 엄청나게 불어나 가정마저 파탄나고, 하루 하루 힘겹게 사채빚을 갚아나가던 그는 결국 못 견디고 차안에서 번개탄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기사였다.  이미 이런 기사거리는 우리의 흥미를 끌지 못할 만큼 너무 흔한 자주 일어나는 일이 된 지 오래다. 

 

그 기사를 읽고 나서 '내가 만약'이라는 가정을 쓸데없이 해가며, 나라도 그 상황이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와 같이 세상을 버리려 하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말은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이 맴돌았다.

차동엽 신부님의 절대로 절망하지 말라는 그 말이,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까?

차동엽 신부의 말처럼 만들어진 절망이나, 비교가 부른 절망이나, 성급함이 가져오는 절망도 있지만 정말로 정말로 절망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그러한 진짜 절망이 우리 현실에  실제로 너무 많다.

그 절망한 사람에게 문제의 해결이 아닌 그 무엇으로 희망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우선 공감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요, 당신 정말 너무 많이 힘들었군요, 죽을 만큼 힘들었군요!! '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절망한 자를 절망에서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힘이 아닐까, 생각이 스쳤다.

 

절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거대한 사회 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절망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며 절대로 절망하지 말라는 외침은 공허하다. 

절망의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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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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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힐링캠프 안철수 편을 보기 전에는 안철수를 대통령 후보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권력과는 뭔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여지껏 해온 것처럼 바른 지식인으로서, 청년들의 멘토로서, 올곧은 재야세력으로 있는 것이 안철수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힐링캠프를 보면서 이 사람 대통령 해도 되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을 구입해서 읽으면서 그 생각은 더 굳어졌다. 우선 그의 리더관에 완전 공감이다.

 

20세기까지의 리더십은 수직적인 리더십이었습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돈과 인사권을 갖고 고급 정보를 독점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습니까? 리더가 '나를 따르라' 하면 힘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그러나 21세기에는 탈권위주의가 진행되고 위아래의 벽이 붕괴되면서 수평적인 구조가 가능한 세상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리더십이라는 게 리더가 스스로 주장한다고 생기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따라갈 만하다고 판단하면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죠 영어로는 '팔로워디(fllow-worthy)', 즉 따라갈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리더로 인정하고, 그런 사람에게 대중이 선물로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자연스럽게 수평적인 리더십,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이 되죠.

 

 

그렇다. 이제는 정치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장으로서 되어서는 안된다.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들이 국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자기 맘대로 주무르는 정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전투구와 권모술수로 상징되는 정치인들의 추악한 모습도 청산되어야 마땅하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최선이 아닌 차선책으로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

 

삶의 질곡이 너무 깊다. 아무리 넓게 잡아도 대한민국에 사는 5%이하의 최상위 사람들만이 힘들지 않게 살고 있을 것 같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의 어린아이들부터 고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사교육에 내몰리고, 대학 들어간 가난한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허덕이고 어떻게 졸업하고 나면 취직은 안되고, 취직해봤자 88만원 세대 되어 노동력이 착취되는 현실, 젊은 부부들은 애낳기를 포기하고, 하층민 부모들은 이미 먹고사는 것마저 힘든 벼량끝에 몰려 있고, 하층민의 자녀들은 온갖 범죄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뻥벙 뚫려 있다. 그나마 산다고 하는 중산층마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휜채 집있으면 하우스푸어, 집없으면 전세난민이 되어 노후대책은커녕 언제 하층민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이 나라에 재벌,고위 공무원,  대기업 임원, 전문직 고소득자  빼고 힘들지 않을 대한민국 사람 하나도 없을 듯하다!~!!

 

지난 대선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회생할 수 없다.

그냥 중산층마저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사실 이미 많이 무너져내린 상태다.

안봐도 훤하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신문도 안 읽고, 뉴스도 안보는 아줌마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내 자신이 산다는 것이 너무 힘겨우니까. 먹고 사는 것만으로도.

 

안철수는 정의, 복지, 평화를 말한다.

말은 누구나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를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첫째, 그가 총제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것이 진심이 아니라면 우리 시대 절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공감과 위로의 소통을 생각해내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인기를 위한 것이나, 권력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처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순 없었을 것이다. 밥만 하는 아줌마도 안다.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둘째, 속된 말로 그는 꿀릴 게 별로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잘난 학벌 때문에 얼마나 무시당하고 짓밟혔나 생각해보면 안철수는 수구세력의 어떤 잘난 것들조차 그런 걸로 흠잡을 수가 없다. 서울대 의대 출신에 잘나가는 기업가에 교수에, 적어도 잘난 것들 앞에 하나도 꿀릴 것 없다!!  이것도 난 중요하다 본다. 또  국민의 지지를 한순간에 받은 게 아니라 아주 오랜 동안 조금씩 조금씩 정치판이 아닌 곳에서 받아온 그 지지는 잠시 뜨는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탄탄하게 쌓여진 믿음인 것이다.

 

셋째, 노무현 대통령과 비교해서 그렇지만 그분보다는 쿨하고 강하다. 내가 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는 왠지 가슴이 절절한 눈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모습이다. 저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하며 노래를 부르던 모습, 공격당할 때 쓸쓸히 웃던 그 모습이 인간적이지만 왠지 약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안철수는 강해보인다. 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온갖 것으로 그의 주머니를 털어대고 추악한 모습으로 그를 끌어내리고 비열하게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질 세력들에게 맞설 만한 내공이 그에게 있어보였다!!

 

넷째, 그는 정치를 한 경험이 없다. 그것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정당이나 어떤 다른 정치 세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로지 국민으로부터의  절대지지에 의한 권력창출이라는 전무후무한 모습이므로 국민만을 두려워하는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통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국민의 대다수는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구시대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시대로 가야 한다.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통과 화합과 평등의 리더가 필요하다.

 

선의 반대는 악이지 약이 아니다.

선한 것이 강이 되고 주가 되는, 상식이 통하는 평등하고 정의로운 국가는 누가 안 만들어 준다!1

우리와 우리의 리더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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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여행 사계절 1318 교양문고 12
김나미 지음 / 사계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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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신자인데 가끔 개신교 신자들이 내게 묻는 것이 있다.

왜 천주교는 성모마리아를 믿고 따르냐는 것이다. 그건 몰라서, 정말 궁금해서 묻는 호기심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그건 비난이다. "니들 천주교는 이단이야. 왜 신도 아닌 인간을 우상화하는 거야 ? 그건 틀렸어"라는 식의 표현인 것이다.

 

사실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는 우상의 대상이 아니라 공경의 대상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한 공부를 할 때 어디 안드로메다라도 갔다 왔냐구. 구교에서 신교가 분화된 것이고, 결국 같은 하느님 믿는 건데, 다 인간이 이해하고 해석하고 관습화한 것의 차이일 뿐인데 그렇게 한심하게 다른 종교를 매도해도 되는 거냐고, 말이다. 나는 그런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편견이 언짢다. 또 전철을 타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짜증스럽다. 심지어 단군상이나 장승의 목을 자르고, 불상을 몰래 훼손하는 것을 보면 종교적 편견이라는 것이 폭력의 다른 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종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그런 편견에 가득찬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입문서이다. 중동 종교의 뿌리가 된 조로아스터교부터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에 대해 재미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어른은 물론 청소년들도 너무 딱딱하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각각의 종교들이 믿고 있는 신, 발생지, 경전, 교리, 계율 등을 정리해 볼 수 있으며 종교간 공통점과 차이점,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등을 소상히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 이슬람교는 신의 이름이 다르고 경전이나 교리는  다르지만 결국은 같은 하느님이라는 유일신을 섬기는 뿌리가 같은 종교라는 기본 상식을 얻게 된다. 특히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슬람교에 대한 정보는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게 해준다. 유대교, 천주교, 개신교는 공통적으로  인간의 원죄를  언급하지만 이슬람교는 아담과 이브가 회개를 해서 하느님이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 이미 용서했기에 인간에게 원죄가 없으며, 메시아에 의한 구원도 필요 없고, 인간이 저마다 자신이 지은 죄를 알라에게 직접 고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우상숭배를 금하기 위해 모스크에  어떤 장식도 하지 않는 점, 신분고하에 상관없이 그저 일렬로 서서 예배를 드리는 간소함은 나에게는 천주교나 개신교의 그것보다 더 신선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성경과 비슷한 내용이 많다는  꾸란을 읽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도 꾸란을 한번 읽어보고 싶다. 또 힌두교의 경전으로 간디가 열심히 읽었다는 우파니샤드나 바가바드기타도 꼭 읽어 보고 싶다. 이 책에서 종교는 사회, 문화, 역사의 바탕에 있는 거대한 바다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세계 종교는 결국 상호 작용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모든 종교는 사랑과 자비, 관용과 평화를 가르침으로 하고 있다. 내 종교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악이라는 편견과 아집으로 작게는 분쟁을 일으키고 크게는 전쟁을 벌여 참혹하게 죽고 죽이는 모습은 분명  우리가  믿는 신이 원하시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편견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다른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진정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다는 것은 더 넓어진다는 것이고, 겸손해지는 것이고, 그래서 나와 다른 것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 책을 어른과 청소년들 모두에게 강추한다.

초등학생에게는 같은 저자가 쓴 <김나미 아줌마가 들려주는 종교이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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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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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단편 동화를 읽어본다. 여기에 실린 7편의 단편 동화는 제8회 푸른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응모작이 무려 453편이었다니 그 경쟁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고, 아동문학에 관심 있는 작가지망생이 무척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 아동문학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의 힘을 느껴본다.

어쨌든 이 책에 실린 작품은 453편의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당선된 7편의 작품이니 만큼 참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첫번째 작품  <겨드랑이 속 날개>는 폐암 걸린 아버지와 집나간 어머니라는 전형적인 불행의 상황에서 일그러지고 비뚤어진 욱삼이라는 아이가 시골분교로 전학 가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 무섭게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아 '이게 아닌데' 하며 욱삼이가 생각하는 부분이 참 재밌고 욱삼이가 지지를 받으면서 마음을 열어나가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아쉬운 건 조금 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몇 가지 에피소드를 넣어 이 이야기를 중장편으로 이끌어 나갔다면 꽤 괜찮은 이야기 한 편이 나왔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작품  <일곱 발, 열아홉 발 >과 <대장이 되고 싶어> <엘리베이터 괴물>은 일상적인 소재를 참신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짤막한 단편 안에 담을 수 있는 걸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곱 발, 열아홉 발>에서는 쓰레기분리수거장의 위치를 두고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다투는 어른들의 비타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아이가 자신의 걸음으로 몇걸음인지 어디에 멀고 가까운지 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참신함이 두드러져 보였다.  <대장이 되고 싶어>는 어린 두 남매의 사소한 놀이를 어쩜 이렇게 심리적으로 잘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이의 관점을 잘 살려 쓴 작품이다. <엘레베이터 괴물>도 엘레베이터 타는 것을 공포로 느끼는 아이의 심리와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인 영민의 태도를 사실감있게 잘 그려내면서도 그 해결과정이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제시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서관 길고양이 >는 엄마가 강제로 있게 하는 답답하고 재미없는 공간인 도서관에서 고양이로 추정되는 흔적을 보고 누구일까 추측하며 파헤쳐 가는  내용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노숙자 아저씨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넘어와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과 더군다나 자기가 읽던 책의 뒷내용을 간절하게 물어보는 부분은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강한 반전은 흥미로웠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는 갑작스럽게 닥친 아빠의 죽음이라는 슬픔 앞에 두 남매의 상반된 반응을 보여준다. 슬픔에만 갇혀 있는 누나와 어린 동생이지만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엄마를 자기 나름 도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제목처럼 슬픔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슬픔은 슬프다 슬프다 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제목처럼 읽으면 마음이 환해지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많이 의지해온 좋은 사이지만 새엄마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민주의 심리와 갈등,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스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해봐야겠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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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7-1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 하나가 동화작가가 되고 싶어했어요.
예전에는 동화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보면 동화야 말로 참 쓰기 어려운 글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니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수많은 동화책들이 새삼 대단한 것 같기도 하구요.

하나의 문학상에 무려 453편이나 응모했다니,
동화라는 문학장르가 나날이 풍성해질 날이 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봄나무 2012-07-18 22:10   좋아요 0 | URL
방문을 환영합니다. 감사하구요^ ^

2012-07-20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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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와 제이미!!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어떻게 작가는 이렇게도 야무지고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학구적인 클로디아라는 캐릭터와 그녀의 완벽한 파트너 제이미를 만들 수 있었을까?

6학년 정도의 어린 아이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출하여 그곳에서 경비원들을 따돌리고 16세기 침대에서 잠을 자고 분수대에서 목욕을 하며 낮에는 미술공부를 하며 빨래방에서 빨래까지 해입으며 가출의 일상을 그렇게 알차게 보내는 남매의 모습을 이 소설이 아니라면 우리는 어디서 상상해 볼 수 있을까?  그들의 알차디 알찬 가출생활  앞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너무 기발하고 재미있으면서도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재기발랄한 캐릭터에 홀딱 반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엄청나게 넓디넓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언젠가 그곳에 가면(과연 갈 수 있을까? 내 생애에? 아무래도 힘들듯... ㅠㅠ)  그곳 어디에선가 클로디아와 제이미를 발견할 것만 같다. 클로디아와 제이미가 잤던 침대도 찾아보고 싶고  둘이 목욕하던 그 분수대도 꼭 보고 싶고 미켈란젤로의 천사상도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나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가출한 클로디아와 제이미를 통해 지구 반대 쪽에 있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미켈란젤로의 천사상을 향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가게 되는 아이들은 그 미술관에서 분명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흔적을 찾으려 할 것이다.

와우!! 이것만 해도 이 책은 자기 소임을 다한 것 같은데 왠걸? 소설은 더욱더 나아간다.

천사상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클로디아와 제이미가 프랭크와일러 부인을 찾아가는 용감함이란... 프랭크와일러 부인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두 아이의 모습은  당당하기만 하다!!

자신의 기지를 충분히 발휘하여 클로디아는 프랭크와일러 부인에게서 천사상의 비밀을 듣게 되고 자신만이 간직한 비밀을 만들어 자신이 바라던 대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달라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프랭크와일러 부인과 클로디아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는 자신만이 간직하는 비밀이야기는 나 같은 어른은 상당히 공감이 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다. 그 비밀의 기쁨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는지.

클로디아는 보통 어른보다 어른스럽고 지혜로우며 지적인 아이로 보인다. 전형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개성적인 캐릭터인데 소설 속에서는 과장되어 있다거나 너무 조숙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제이미라는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잘 녹아 있다. 클로디아와 제이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유쾌한 가출이야기를 창조해 낸 코닉스버그는 대단한 작가이다. 뉴베리상을 받을 만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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