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오랜만에 단편 동화를 읽어본다. 여기에 실린 7편의 단편 동화는 제8회 푸른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는데 응모작이 무려 453편이었다니 그 경쟁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고, 아동문학에 관심 있는 작가지망생이 무척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우리 아동문학의 무한한 발전가능성의 힘을 느껴본다.

어쨌든 이 책에 실린 작품은 453편의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당선된 7편의 작품이니 만큼 참신함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다.

 

첫번째 작품  <겨드랑이 속 날개>는 폐암 걸린 아버지와 집나간 어머니라는 전형적인 불행의 상황에서 일그러지고 비뚤어진 욱삼이라는 아이가 시골분교로 전학 가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더 무섭게 보이려고 애를 쓰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아 '이게 아닌데' 하며 욱삼이가 생각하는 부분이 참 재밌고 욱삼이가 지지를 받으면서 마음을 열어나가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아쉬운 건 조금 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 더 나아가 몇 가지 에피소드를 넣어 이 이야기를 중장편으로 이끌어 나갔다면 꽤 괜찮은 이야기 한 편이 나왔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작품  <일곱 발, 열아홉 발 >과 <대장이 되고 싶어> <엘리베이터 괴물>은 일상적인 소재를 참신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짤막한 단편 안에 담을 수 있는 걸 압축적으로 잘 담아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곱 발, 열아홉 발>에서는 쓰레기분리수거장의 위치를 두고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다투는 어른들의 비타협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아이가 자신의 걸음으로 몇걸음인지 어디에 멀고 가까운지 재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참신함이 두드러져 보였다.  <대장이 되고 싶어>는 어린 두 남매의 사소한 놀이를 어쩜 이렇게 심리적으로 잘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린이의 관점을 잘 살려 쓴 작품이다. <엘레베이터 괴물>도 엘레베이터 타는 것을 공포로 느끼는 아이의 심리와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인 영민의 태도를 사실감있게 잘 그려내면서도 그 해결과정이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제시되어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서관 길고양이 >는 엄마가 강제로 있게 하는 답답하고 재미없는 공간인 도서관에서 고양이로 추정되는 흔적을 보고 누구일까 추측하며 파헤쳐 가는  내용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노숙자 아저씨가 열어놓은 창문으로 넘어와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과 더군다나 자기가 읽던 책의 뒷내용을 간절하게 물어보는 부분은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강한 반전은 흥미로웠다.


<슬픔을 대하는 자세 >는 갑작스럽게 닥친 아빠의 죽음이라는 슬픔 앞에 두 남매의 상반된 반응을 보여준다. 슬픔에만 갇혀 있는 누나와 어린 동생이지만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엄마를 자기 나름 도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제목처럼 슬픔을 대하는 자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슬픔은 슬프다 슬프다 하면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제목처럼 읽으면 마음이 환해지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많이 의지해온 좋은 사이지만 새엄마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민주의 심리와 갈등, 새엄마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스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해봐야겠다. 아이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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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2-07-18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후배 하나가 동화작가가 되고 싶어했어요.
예전에는 동화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보면 동화야 말로 참 쓰기 어려운 글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하니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수많은 동화책들이 새삼 대단한 것 같기도 하구요.

하나의 문학상에 무려 453편이나 응모했다니,
동화라는 문학장르가 나날이 풍성해질 날이 오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봄나무 2012-07-18 22:10   좋아요 0 | URL
방문을 환영합니다. 감사하구요^ ^

2012-07-20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